기능의학의 아버지 제프리 블랜드가 쓴 책
문제: 다음 질환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맞혀보세요.
1. 제2형 당뇨병, 통풍, 고혈압, 치매 등의 혈관 질환
2. 관절염, 피부염 등의 자가면역 염증성 질환
3. 위역류, 위염, 장염 같은 소화기 장애
4. 신장 및 간 질환
5. 황반변성과 망막증 등의 시력장애
<질병은 없다>를 쓴 제프리 블랜드는 미래의학으로 불리는 기능의학의 창시자이다. 제프리 블랜드는 위의 문제에서 나온 다섯 가지 질환의 공통점을 ‘만성 질환’이라 답한다.
만성 질환의 특징은 문자 그대로 ‘만성’에 있다. 증상이 나타났다가 어느 기간 뒤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나타나는 현상이 반복되는 질환이 바로 만성 질환이다. 치료하지 않고 가만히 놔두면 증상은 점점 악화된다.
의사가 환자의 몸 상태를 진단하여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찾고, 그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을 투여해도 만성 질환의 경우에는 잠시 증상이 가라앉을 뿐 다시 재발하고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신약과 시술에도 불구하고 만성질환의 발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사정은 미국의 음식과 문화를 점점 더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개발도상국도 다르지 않다. 이런 역설적 상황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의료 모형은 급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대부분의 급성질환을 정복했다. 우리는 질병의 단일 원인인 미생물과 이것을 치료하는 단일 약제인 항생제를 발견했으며, 그 이후로 의학은 모든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찾는다는 목표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그 탐구는 실패했다. 만성질환이라는 새로운 유행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이와는 다른 패러다임, 다른 의료 모형이 필요하다.”(22쪽)
제프리 블랜드는 현대의학시스템이 만성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대의학의 한계를 발견했다. 퓨젯사운드 대학에서 생화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던 그는 자신이 발견한 의학의 한계를 극복함으로 수많은 환자들을 고통에서 구하길 원했다.
제프리 블랜드는 그 해결책으로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새로운 패러다임인 ‘기능의학’을 만들어냈다. 그는 증상에 따른 획일적이고 정량적인 치료방식이 아니라 ’개인맞춤형 예방과 치료‘를 강조했다. 쉽게 말하자면 그는 환자의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어떤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환자의 ’무엇‘이 그 염증을 일으켰는지에 집중했다.
제프리 블랜드가 일으킨 작은 바람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점점 커지더니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혁명이 되었다. <질병은 없다> 책에서 제프리 블랜드는 달라진 ’심장병 치료의 표준 절차’를 기능 의학이 현대의학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하나의 예시로 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장병을 앓는 사람은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의 운동도 다시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몇 선구적 의사들이 개인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이 심장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질문을 던졌고 그 과정에서 심장학에 혁명이 일어났다. 오늘날에는 심장병 환자가 두 번째 심장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이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심장 재활 프로그램을 받는 것이 표준적인 절차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약 10년 전에 심장 부위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껴 심장내과에서 진찰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심장초음파를 찍기 위해 윗옷을 벗고 가슴에 전자센서를 부착했다. 진단 결과 나는 불행하게도 ‘승모판탈출증후군’이라는 심장병 환자가 되었다.
그 때만 해도 국내에 아직 기능의학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제프리 블랜드의 말처럼 병원 의사로부터 앞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 특히 등산, 달리기 같은 것은 위험하다고 의사는 내게 조언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절망에 빠졌다. 앞으로 평생 무기력하게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펐다.
나는 1-2년 정도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몸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나중에 나는 무기력증과 부종으로 고생하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어쩔 수 없이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왠지 운동을 하면 건강이 조금씩 좋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내 예상대로 운동을 한 뒤에 내 심장은 더 안정적으로 뛰었고, 가슴 통증도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무기력과 부종도 감소했다.나는 <질병은 없다> 책을 통해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이번에 확인하게 되었다.
“환자 개인의 생활 습관에 맞춤한 심장 재활 프로그램은 심장 내 유전자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바뀌는 것은 환자의 행동과 생활 습관이다. 행동과 생활 습관의 변화는 심장 유전자에 메시지를 보내는 환경을 다시 만들며, 이로써 심장 유전자가 그 메시지에 반응하는 방식, 즉 심장 유전자가 심장병 환자의 생물학적 기능을 이끄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그 결과, 심장과 순환계의 기능이 향상된다. 이것은 두 번째 심장발작을 예방할 뿐 아니라 실제로 그 밖의 건강 문제도 개선시킨다. 과거 한 시대에 기적으로 여겼던 일이 다음 시대에는 표준적인 절차가 된 것이다.”(38-39쪽)
나는 위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기능의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나는 기능의학 전문약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의사가 아닌 약사로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열심히 한다면 분명히 환자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당장 오늘이 아니고, 또 내일도 아닐지라도 꾸준히 내가 실력을 키운다면 언젠가 행복한 그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