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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달교사 Apr 30. 2022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적고 '고난의 달'이라 읽는다

보육교사가 5월을 대하는 자세


5월은 행사가 많다.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 심지어 부부의 날까지, 그래서 나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 적고 '고난의 달'이라고 읽는다.


어린이날은 3월 새학기 적응이 끝나고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외부 업체를 섭외해 공연이라도 하려면 서둘러 예약해야 한다. 전국 모든 어린이집은 어린이날 바로 전인 5월 4일 행사를 하기 원하기에. 우리도 발 빠른 예약을 시도한다. 가장 무난한 인형극과 비눗방울 쇼, 마술쇼, 에어바운스를 이어 이동 동물원까지, 올해 어린이집에서는 레일 기차를 설치하기로 했다.


메인 놀이가 정해졌다면 서브 놀이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레일 기차를 탈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그룹을 나누어 다른 놀이에 참여한다. 포토존을 시작으로 판박이 스티커 꾸미기, 비눗방울 놀이, 풍선 놀이, 볼플공 놀이, 점토놀이, 슬라임 만들기, 글라스데코 가끔은 요리도 한다. 요즘은 코로나로 '마꾸'가 유행이다. 마스크 꾸미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라면 이날만큼은 모든 것을 한다. 그렇다고 매년 같은 놀이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기억 못 하지만 부모들은 기억한다. 그러므로 5살부터 7살까지 최소 3년은 다른 놀이를 준비된다.

출처 Pixabay


먹는 것도 이날만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로 준비한다. 늘 저염식만 주던 어린이집이지만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달달한 간식도 준비한다. 유기농 쿠키, 음료수, 솜사탕, 요즘 유행하는 달고나까지. 신나게 놀고 맛있게 먹었으면 이제 두 손도 무겁게. 간식 꾸러미, 놀잇감, 다가오는 여름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단체 티셔츠를 선물로 준다. 아이들 선물은 어린이집에서 준비하기도 하지만 외부에서 지원을 받기도 한다. 특히 간식 꾸러미는 매일 식자재를 발주하는 외부업체가 준비해준다.

출처 Unsplash


어린이날 행사 준비가 끝나면 이제 어버이날이 다가온다.  역시 최소 3 길게는 5 주기로 색다르게 준비해야 한다. 가족 포토존은 매년 진행하지만  배경이 식상하지 않도록  다르게 만든다. 현수막, 풍선 아치   다양한 조형물을 만들어 다양한 배경에서 가족사진 촬영을 한다.


2022년 카네이션


가장 고민인 건 카네이션이다. 아이들 발달 수준은 정해져 있어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그 안에서 최대한 다른 디자인을 뽑아내야 한다. 작년엔 카네이션을 부모 가슴에 달았다면 재작년엔 카드 형식으로 만들었다. 그 전에는 아이들 머리에 카네이션을 달고 가기도 했다. 올해는 종이에 가위 집을 내 볼륨감 있는 카네이션을 만들고 고급스러운 박스 안에 담을 예정이다. 완성품은 늘 내 생각과 다르게 만들어지지만 이 또한 부모님은 좋아한다. 내 아이가 직접 만들었기에.


스승의 날 역시 내 손으로 직접 준비한다. 신입 때만 해도 나 역시 즐기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또한 나의 일이 되었다. 어린이집에 근무하지만 아이들과 만남이 적은 원장님, 보건교사, 영양사, 조리사 선생님은 스승의 날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다. 그분들을 위해 아이들과 카드와 선물을 만든다. 비록 작은 선물일지라도 아이들이 "선생님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하고 웃으면 선생님들 역시 웃음으로 화답한다. 우리 어린이집은 원장 선생님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선물 '어린이 비타민'을 아이들에게 선물로 준다.


보육교사는 아이들 앞에 앉아 수업만 하면 되는 자리가 아니다. 교실 청소는 기본, 아이들 식사 준비를 시작으로 화장실 뒤처리까지 도와야 한다. 신입교사 때 '내가 왜 어린이집 교사가 됐지? 이렇게 허드렛일 하려고 교사된 거 아닌데...'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교사로서 사기도 곤두박질친다. 그러다 보니 중간 퇴사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달도 5월이다. 신입교사의 저하된 사기를 높이는 것도 경력교사인 내가 도와야 한다. 지난 3월부터 힘들었던 것을 위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10달을 응원한다. 네가 느낀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출처 Unsplash


언젠가부터 스승의 날이 잊혀만 간다. 10년 전만 해도 아이들은 직접 만든 카네이션이나 카드를 들고 왔는데 이젠 이마저도 사라져 간다. 교사생활 17년, 개별적으로 선물을 받아본 적 없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커피 한 잔 역시 김영란법이 만들어진 이후 일절 받지 않는다. 내가 받을 수 있는 건 손편지와 직접 만든 카네이션뿐 그리고 부모님의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마음과 진심이 담긴 선물이라면 그것만으로 보육교사인 나는 힘이 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어린이와 부모라면 누구나 즐기고 축하받는 날이다. 스승의 날 역시 모든 스승이라면 마땅히 즐기고 행복해야 한다. 어린이집 교사인 나 역시 이 날을 즐기도 싶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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