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시장통, 밤에는 고요한 이곳
'위우윙우이'
모두가 떠난 빈 공간, 어디서 들리는 공허한 소리가 내 귀에 맴돈다. 난 그곳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린다. '타 다다닥 타다닥 타 다다다 다닥' 손가락이 멈추면 소리도 잠시 멈춘다. 나만 조용하면 아무도 소리 내지 않는 이곳. 난 지금 여기가 참 좋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서연아, 안녕!"
"우아아아앙! 나 어린이집 안 갈 거야"
"야! 내 거야! 내가 먼저 이거 가지고 있었단 말이야!"
"선생님, 도와주세요.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오늘도 시끌벅적하다. 아침부터 기분 좋은 아이, 기분 안 좋은 아이, 친구와 놀잇감 때문에 다투는 아이, 쉼 없이 선생님 부르는 아이, 교실은 아이들 소리로 조용할 날이 없다. 아! 낮잠시간. 그때도 아이들의 숙면을 위해 조용한 자장가를 틀어놓는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내 귀는 쉬지 못한다. 어린이집은 그런 곳이다. 소리가 멈추지 않는 곳. 아이들과 있다 보면 웅성웅성한 상황에서도 나를 애타게 찾는 음성이 들린다. 두, 세명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오감을 활용해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장시간 아이들과 있다 보니 자연스레 터득한 능력이다.
하루 종일 아이들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면 저녁쯤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때면 빈 교실을 찾아가 가만히 앉아 있곤 한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 누군가는 적막하다 느낄 수 있지만 난 지금 이 순간 좋다. 복잡한 지구를 떠나 홀로 우주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다. 고요하다. 그럴수록 청각에 집중한다. '위우윙우이' 먹먹한 듯 진공상태에 빠진 듯 한 소리가 들린다. '타다다닥 다다다 다닥' 퇴근을 서두리는 선생님 발자국 소리다. 소리가 내 귀를 자극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시 조용해진다.
나는 오감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다. 특히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는 소리로 아이들의 움직임이나 상태를 느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들과 함께면 늘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맴돈다. 모두가 떠나간 시간, 비로소 쉼을 갖는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혼자 쉴 수 있는 곳. 바로 어린이집, 내 교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