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 겨울 (7)
오스트리아 그라츠 중등학교
독일 튀빙겐 대학교를 막 졸업하신, 23살의 젊은 수학 선생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선생님은 키가 작으신 편이고, 어렸을 때 천연두를 앓아 시력도 약하다 하시고 손가락 기형도 있으시다네요.
수학 선생님의 이번 학기 수업 주제는 ‘정다면체’ 입니다.
수학선생님의 수업에는 학생이 몇 명 없었는데,
수업이 시작되자 수학선생님의 목소리는 웅얼거려 잘 들리지 않았고,
번번이 주제에서 벗어나 옆길로 빠지셨습니다.
결국 수업 신청을 취소한 학생이 있었고,
나머지 학생도 수업 듣기가 점점 더 힘이 들었습니다.
이듬해 이 수학 선생님의 수업에는 결국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칼세이건(1934~1996)의 저서 <코스모스(COSMOS)>에 이 수학선생님의 이야기가 실려 있지요.
반면 수학선생님은 매일매일의 정다면체 수업이 흥분의 도가니였다네요.
정다면체란, 모든 면의 모양이 같고, 한 꼭짓점에 모인 면의 개수가 같은 입체도형으로,
플라톤(BC.428~BC.348) 이전부터 알려는 있기는 했지만,
플라톤이 정다면체 다섯 개를 정확히 언급하였기에,
이 정다면체를 ‘플라톤 입체’라고도 부릅니다.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티마이오스>에서
정사면체, 정팔면체, 정육면체, 정이십면체를
우주의 네 가지 원소, 불, 공기, 흙, 물에 연결하면서 신성시했습니다.
정십이면체는 이 모든 걸 포함하는 '우주 전체(The Cosmos)'에 대응시켰습니다.
이후 유클리드(BC.325~BC.265)는 정다면체가 오로지 5개뿐임을 수학적으로 엄밀히 증명했습니다.
아울러 정다면체에는 신비한 성질이 있는데,
정다면체 안에 정다면체가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즉, 정다면체 각 면의 중심을 꼭짓점으로 해서 이어 만든 다면체, 이를 '쌍대다면체'라고 하는데,
정사면체의 쌍대다면체는 정사면체 자기 자신이고,
정육면체와 정팔면체는 상호 쌍대다면체이고,
정십이면체와 정이십면체도 상호 쌍대다면체 입니다.
즉 정육면체의 면의 개수가 정팔면체의 꼭짓점의 수가 일치하고,
정십이면체의 면의 개수와 정이십면체의 꼭짓점의 수도 일치하지요.
여기까지가 고대 수학자들이 다섯 개의 정다면체에 관해 찾아낸 내용이었지요.
그리고 1,500여 년이 흘렀습니다.
1596년 어느 날,
수학 선생님은 자신이 고안한 망원경으로
당시에 6개만 있다고 알려져 있는 행성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의 궤도를 살피다가 그만 놀라면서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태양계의 6개의 행성 궤도 사이에는 정다면체 5개가 차례로 끼워져 있다.”
수성의 궤도는 정팔면체에 내접해 있고,
금성의 궤도는 정이십면체에 내접해 있고,
지구의 궤도는 정십이면체에 내접해 있고,
화성의 궤도는 정사면체에 내접해 있고,
목성의 궤도는 정육면체에 내접해 있고,
그 정육면체는 토성의 궤도에 정확히 내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그림은 수학선생님이 자신이 발견한 것을 그린 것으로,
여섯 개의 행성의 궤도와 다섯 개의 정다면체들이 서로 내접하고 외접하는 것을 나타낸 것입니다.
행성이 여섯 개뿐인 것도,
정다면체가 다섯 개뿐인 것도,
우주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네요.
수학선생님은 자신이 우주의 이러한 구조를 찾아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우주의 신비’라고 불렀지요.
그리고 정다면체와 행성의 궤도 사이의 거리 관계가 ‘신의 손’을 의미한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수학선생님에게 정다면체는 단순한 기하학적 도형이 아니라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였습니다.
이후 밝혀진 바로는, 수학선생님의 측정에는 약 5% 내외의 오차가 있었다고 하는데,
당시로서는 거의 완벽한 수준이었겠지요.
천사들은 나팔을 크게 불지어다~
신은 경이롭게도 이렇게 우주의 구조에 철저하게 수학을 배치했으니,
'우주의 신비' 속에서 '신의 손'을 찾아낸 수학선생님은, 밤을 꼬빡 새워 글을 써 내려갑니다.
이 글의 제목은,
<우주의 구조의 신비를 담은, 우주 형상에 관한 이론의 선구자 : 기하학의 다섯 개의 정다면체를 통해 고찰한 천구들의 놀라운 비례와 천체의 숫자, 크기, 운동 주기의 진정한 원인에 대한 증명>
수학선생님은 자신이 손수 유럽 각국의 천문학자들에게 이 글을 보냈습니다.
23세 그라츠 중등학교에 부임한 젊은 수학선생님,
그 이름은 바로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 입니다.
정다면체 수업을 앞두고, 케플러가 수업했던 그라츠 중등학교의 교실을 떠올려봅니다.
'우주의 신비'와 '신의 비밀'을 알려주느라 더없이 흥분해 있을 수학 교사, 케플러.
케플러는 수학을 가르치는 스킬은 부족했을지 몰라도,
아마도 수학이 우주를 탐색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정직한 언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즉, '살아있는 수학'의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었을 겁니다.
학생들에게 수학 교사는,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수학'일 것입니다.
그래서 수학 교사가 수학에 대해 어떤 마인드와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가 정말 중요하겠지요.
그런데 케플러가 진짜 위대한 건 지금부터입니다.
언제였을까요...
그가 그토록 경이롭게 여겼던 '정다면체 우주 구조론'에 오류가 있음을 점차 알게 된 것이지요.
케플러는 그의 스승인 티코 브라헤(1546~1601)가 남긴 방대한 화성 관측 자료를 수년간 분석하면서
관측 자료와 원형 궤도 사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오차를 발견합니다.
당시 모든 천문학자는 행성의 궤도는 완벽한 원이어야 한다고 당연히 여겼지요.
행성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면...
케플러가 '우주의 신비'라고 여겼던 '정다면체의 우주 구조론'도 당연히 파기해야 하는 것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플러는 행성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일 때,
모든 데이터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결국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는 1906년 <새천문학>에서
"모든 행성은 태양을 하나의 초점으로 하는 타원 궤도를 그리며 공전한다"는
'케플러 제1 법칙'을 발표합니다.
케플러 스스로 자신의 오류를 인정한 것이지요.
그것이 우주의 진실이었으니까. 세이건은 역사상 가장 '영광스런 실패'라고 불렀습니다.
아울러 케플러는 정다면체 연구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질문을 던졌지요, 정다면체가 볼록이 아니라 오목이라면?
즉 정다면체의 조건, 모든 면이 합동인 정다각형이고,
모든 꼭짓점에 모이는 면의 개수가 같아야 한다는 걸 유지하면서,
오목인 정다면체를 연구하여
1619년 '작은 별모양 십이면체'와 '큰 별모양 십이면체'를 찾아냈습니다.
이후 프랑스 수학자 루이 푸앵소(1777~1859)가
'작은 별모양 이십면체'와 '큰 별모양 이십면체'를 찾아내면서
4개의 오목 정다면체를 '케플러-푸앵소 다면체'라고 부릅니다.
이후 오귀스탱 루이 코시(1789~1857)가
1813년 정다면체에는 '플라톤 다면체' 5개와 '케플러-푸앵소 다면체' 4개 외에는
더 이상의 정다면체는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 2학기, 정다면체에 관한 수학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케플러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곤 합니다.
케플러에게 기하학은, 우주의 숨은 그림을 찾는 단서였다고.
우주에 정다면체처럼 완벽하고 아름다운 규칙이 숨겨져 있다고 진실로 믿었던 사람이 있었다고.
"기하학은 인간의 이성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의 형태이며,
우주가 수학적 설계에 의해 만들어졌을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