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 겨울 (8)
미술 시간이 아니라 수학 시간인데,
책상 위에 알록달록 색종이가 가득합니다.
색종이로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오각형을 접습니다.
그리고 색종이로 끼우개도 많이 만들어 놓습니다.
필요한 정삼각형의 개수는 32개, 정사각형 개수는 6개, 정오각형의 개수는 12개입니다.
교실은 금세 정다각형을 만드는 공장 같습니다.
정다면체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필요할까요?
그런데 막상 만들어 보면, 만드느라 수고했던 과정이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정다면체를 만들려고 할 때, 전개도를 그려서 그것을 오려 만들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선호하는 것은, 정다면체를 구성하는 정다각형을 만들어서 끼우개로 연결하여 만드는 방법입니다.
우선 책상 위에 크기가 같은 정삼각형 32개가 준비되었다면,
정삼각형과 정삼각형을 끼우개로 연결하는데,
첫 번째 미션은, 한 꼭짓점에 정삼각형을 3개씩 모으라고 합니다.
참 단순한 미션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미션대로 하면 입체도형이 저절로 완성되니, 그것이 정사면체입니다.
학생들은 정사면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삼각형으로 된 면이 4개,
한 꼭짓점에 모인 면의 수가 3개, 모서리 6개, 꼭짓점 4개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다음 미션으로, 한 꼭짓점에 정삼각형을 4개씩 모으라고 하고,
그다음 미션으로, 한 꼭짓점에 정삼각형을 5개씩 모으라고 합니다.
정삼각형을 한 꼭짓점에 4개씩 모으다 보면 입체도형이 저절로 완성되니, 그것이 정팔면체,
정삼각형을 한 꼭짓점에 5개씩 모으다 보면 입체도형이 저절로 완성되니, 그것이 정이십면체입니다.
다만 정팔면체를 만들려다 실수를 해서, 육면체가 나타나고,
정이십면체를 만들려다 실수를 해서, 십면체가 나타나곤 합니다.
그렇게 실수로 인해 등장한 육면체와 십면체는 정다면체를 이해하기에 좋은 서브 자료가 됩니다.
이 두 입체도형은 왜 정다면체가 아닐까요?
바로 한 꼭짓점에 모인 면의 수가 다르니까요.
잘못 만든 학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건넵니다.
덕분에 정다면체의 정의를 확실히 알 수 있었으니까요.
다음으로 정삼각형을 한 꼭짓점에 6개씩 모으라는 미션은 왜 없을까요?
6개를 모으면 60°×6 = 360° 가 되어 버려서 입체도형이 되질 않습니다.
그리하여 정삼각형으로 만들 수 있는 입체도형은 3개뿐,
정사면체, 정팔면체, 정이십면체 이지요.
이렇듯 정사각형으로는 한 꼭짓점에 3개(90°×3 = 270°<360°)만 가능하여, 정육면체가 만들어지고,
정오각형으로도 한 꼭짓점에 3개(108°×3 = 324°<360°)만 가능하여, 정십이면체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정다면체는 오직 다섯 개,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뿐입니다.
색종이로 정다면체를 다섯 개를 만들다 보면,
평소 수학에 능한 학생 중에서 색종이 접기에 아주 서툴기도 하고,
평소 수학에 느린 학생 중에서 색종이 접기를 아주 잘하는 '금손'이 있기도 합니다.
수학 시간마다 두각을 드러냈던 선욱이는,
색종이를 접어 정다면체를 만드는 이 시간만큼은, 자기는 '똥손'이라며 너무 힘들어합니다.
그럴 때, 손가락으로 수학 이야기를 전하는,
코넬대 수학과 연구원인 다이나 타이미나(Daina Taimina)를 언급합니다.
그녀는 수학을 가르칠 때,
학생들의 수학 수준에 관계없이 어떤 학생도 자신의 교실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녀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채택한 한 가지 방법이
일상적인 사물을 이용하여 수학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한 번은 기하학 수업에서 사용할 완벽하게 둥근 오렌지를 찾아 위해
동네 슈퍼마켓에서 오렌지를 너무 유심히 살펴보는 바람에 슈퍼마켓 점원들이 겁먹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녀가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관한 수업에서 쌍곡 곡면을 가르칠 때였다고 합니다.
종이 위에 음의 곡률을 가진 쌍곡 곡면을 그리는 데에는 늘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그러다가 타이미나는 쌍곡 곡면을 시각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뜨개질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되었고,
1997년 코바늘을 이용한 뜨개질로 쌍곡 곡면을 완벽하게 구현하게 되면서 극찬을 받았습니다.
현재 타이미나는 '피겨링 연구소(The Institute For Figuring, IFF)'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피겨링 연구소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제시되는 아이디어들이
유치원 수준의 활동과 같은 신체 활동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라고 믿습니다.
그리하여 학생들이 추상적 아이디어를 구체적 사물들을 매개로 하여 직접 가지고 놀도록 함으로써,
지적으로 심도 있으면서도 교육적으로 풍부하고 미적으로도 뛰어난
새로운 체험형 수학∙과학 교육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정다면체로 돌아오면, 정다면체가 다섯 개뿐이라는 최초의 증명은,
13권으로 되어 있는 유클리드의 <원론>의 마지막 권에 실려 있습니다.
유클리드의 증명 방식은, 방금 학생들이 정다면체를 만든 그 과정과 동일합니다.
그래서 정다면체가 다섯 개뿐인지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만들면서 이미 이해했습니다.
많은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정다면체를 직접 만들어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책상 위에 알록달록 색종이로 만든 정다면체 5개를 올려놓습니다.
학생들에게 이 정다면체 5개를 3분만 조용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조금도 얌전히 있을 수 없는 중학교 학생들에게 이건 너무 무리한 주문일까요.
1분... 2분... 3분.
학생들은, 샘이 찾기를 원했던 걸,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만 그런 것은 아니지요,
플라톤이 무려 2500년 전에 정다면체를 찬미한 이후로,
정다면체는 늘상 수학자들의 애정하는 도형이었음에도,
오일러(1707~1783)가 그것을 발표하기 전까지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거든요.
정다면체에서 꼭짓점 V(Vertices)와 모서리 E(Edges)와 면 F(Faces) 사이의 관계,
'오일러의 다면체 정리'인, V ─E + F = 2 입니다.
정사면체 V=4, E=6, F=4 그리하여 V ─E + F = 2
정육면체 V=8, E=12, F=6 그리하여 V ─E + F = 2
정팔면체 V=6, E=12, F=8 그리하여 V ─E + F = 2
정십이면체 V=20, E=30, F=12 그리하여 V ─E + F = 2
정이십면체 V=12, E=30, F=20 그리하여 V ─E + F = 2
덧붙여 다섯 개의 정다면체는 순환합니다.
정사면체는 정육면체 안에,
정사면체를 품은 정육면체는 정십이면체 안에,
정사면체와 정육면체를 품은 정십이면체는 정이십면체 안에,
정사면체와 정육면체와 정십이면체를 품은 정이십면체는 정팔면체 안에,
정사면체와 정육면체와 정십이면체와 정이십면체를 품은 정팔면체는 다시 정사면체 안에 들어갑니다.
그리하여 다섯 개의 정다면체는 순환합니다.
정다면체에 대해서 겨우 몇 가지만 살펴보았지만,
정다면체의 대칭성과 조화로움은 정말로 놀랍습니다.
어떤 수학 수업이 좋은 수학 수업인가는 늘 고민하는 문제이지만,
수학자가 느끼는 발견의 기쁨을, 만 분의 일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수학 수업 아닐까 싶습니다.
알록달록 색종이로 만든, 대칭성과 조화성이 가득 찬 정다면체 5개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케플러가 말한 '우주의 신비'를 약간은 맛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색종이를 접어 정다각형을 만들고, 만들어진 정다각형을 서로 연결하면서
학생들은 얼마나 많이 손을 움직였을까요.
뇌과학으로는 어떻게 설명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손과 뇌가 협업하면서 정다면체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학생들이 만든 정다면체에 실을 연결해서,
학교 현관에 놓여 있는 크리스마트 트리에 장식용으로 걸어 놓습니다.
정다면체들을 매달고 있는 '크리스마스 수학 트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