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겨울(10) 프랙탈

중학교 수학 수업 - 겨울 (10)

by Galaxy샘


눈,

신기하게도 처음 접할 때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갑니다.

처음 간 여행은 겨우 이틀이었는데도 한 달처럼 느껴지고요,

처음 간 길은 실제 거리보다도 훨씬 멀게 느껴지고요,

첫 눈도 저 하늘 어디선가에서 천천히 떨어졌을 겁니다.


2학기 수학 수업을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첫 눈이 옵니다.

2학기가 끝나가고 있네요.

도형과 관련된, 아직 배우지 않은 재미난 것들이 많은데...

진도 빼기에 아무리 바빠도 맛보기로나마 ‘프랙탈(fractal)’ 수업을 합니다.



을 잇는 가장 짧은 선,

직선.

직선, 그건 첫 눈의 마음과는 다르겠지요.


첫 눈은 오락가락 천천히 내려옵니다.

학생들이 늘상 다니는 등굣길도 직선은 절대 아니지요.

집과 학교를 오고 가는 와중에 친구도 만나고, 편의점도 들리고, 피씨방도 기웃거리고...

직선이 가장 짧은 선이라면,

(유한한 공간 안에서) 두 점을 잇는 가장 긴 선은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요?


학생들은 유한한 공간 안에서 두 점을 잇는 가장 긴 선을 꽤나 창의적으로 그립니다.

박스 안의 한 점에서 시작하여 달팽이처럼 원을 돌리고 돌려서 다른 한 점에 닿습니다.

박스 안을 까맣게 칠해 놓고는, 이게 가장 긴 선이랍니다.

아무리 둘러둘러 길게 그린다 해도 결국은 한 점에서 출발하여 다른 점에 도착하는 유한한 선입니다.

직선보다는 길다 해도 학생들이 그린 모든 선은 결국은 유한인 것이지요.


유한한 공간 속에 무한을 그리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스웨덴 수학자 헬게 폰 코흐(1870~1924)가 1904년에 그 방법을 제안했는데,

유한한 평면에 그릴 수 있는 거의 무한한 곡선이 바로 ‘코흐 곡선’입니다.


학생들에게 모눈종이를 나눠줍니다.

모눈종이에 그려진 선분을 3등분 하고, 가운데 부분을 지운 다음,

3등분한 길이만큼 산 모양으로 두 개의 선분을 추가로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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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선분을 18cm 로 하면,

1회 실시할 경우, 3등분한 하나의 선분이 6cm이고, 선분이 총 4개니까 6cm×4 = 24cm로 길어집니다.

2회 실시할 경우, 6cm인 하나의 선분을 또 3등분하여 가운데 선분을 지우고 산 모양으로 만들면,

2cm×4 = 8cm 이고, 8cm가 총 4개이니까 길이는 8cm×4 = 32cm 로 길어집니다.


학생들은 2회만 해도 금방 눈치챕니다.

3회, 4회, 5회... 같은 방법으로 계속하다 보면,

이 선은 18cm, 24cm, 32cm, 42.66...(128/3)cm, 56.88..(512/9)cm ... 점점 길어진다는 것을요.

이렇게 선이 계속 길어지다 보면, 나중에는 그 길이가 무한이 될 것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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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놀라운 또 한 가지는,

유한한 선분에서 시작해서 그 길이가 점점 무한히 길어지면서 어느 정도의 면적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고,

더 놀라운 것은, 무한이 되는 그 선이 차지하는 면적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코흐 곡선은, 1차원의 선분일까요? 2차원의 면적일까요?

코흐 곡선은, 1차원도 아닌, 2차원도 아닌

결국 1. 2619...차원입니다.

세상에 1차원, 2차원, 3차원, 4차원... 이 아니라, 소수 차원이 있다네요!


1차원 선분에서 시작해서 면적을 가득 채우게 되는 무한한 선분의 예시는 또 있습니다.

'페아노 커브(Peano Cu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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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베르트 커브(Hilvert Cu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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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르핀스키 커브(Sierpinski Cu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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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동영상을 통해,

위의 커브들이 어떻게 유한에서 무한으로 나아가는지를 직접 보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질문합니다, 유한에서 무한을 만드는 원리를 찾았나고요.

‘자기유사성(Self-Similarity)’ ‘반복(Iteration)’

자기랑 유사한 것을 무한히 반복하여, 무한에 이른다는 것,

이것이 바로 ‘프랙탈(fractal)’의 원리입니다.


프랙탈(fractal)은, 결국 자기 닳음의 성질을 지닌 패턴으로,

아주 작은 부분을 확대해도 여전히 전체 모양과 똑같은 모습이 나타나지요.

즉 '부분 속에 전체가 들어있는' 기하학적 형태를 말하는데,

이러한 프랙탈의 렌즈로 자연과 세상을 보면 도처에서 프랙탈이 목격됩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프랙탈에 관한 수업을 빼먹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오늘 점심 급식에 나온 브로콜리, 고사리, 파인애플, 양배추에서 프랙탈이 보입니다.

교정에 있는 나무들도 다시 보입니다.

나뭇잎 하나를 손바닥 위에 놓고 들여다보면, 그것은 놀랍도록 신기한 프랙탈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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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프랙탈은 인체에 가득합니다.

폐, 소장, 혈관, 뇌 등등 모두 프랙탈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제한된 영역 안에서 최대한의 길이나 넓이를 갖기 위한 인체의 신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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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랙탈 수업을 마치기 전에, 프랙탈 개념을 처음 정립하고, 그 이름을 붙인 수학자,

프랙탈의 창시자, 베누아 망델브로(Benoit Mandelbrot, 1924~2010)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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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델브로는, 어렸을 때 수학공식은 물론 구구단을 외우는 것조차 싫어했다고 하는데,

수식을 보면 이를 머릿속에서 기하학적 모양으로 변환하여 생각하는 것에 탁월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명문 공과대학인 '에콜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 입학시험을 치를 대,

고차방정식 문제를 기하학적인 접근으로 해결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1967년, 망델브로는 과학 잡지 <Science>에 잊혀질 수 없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논문 제목은,

'영국 해안선의 길이는 얼마인가?(How Long Is the Coast of Britain?)'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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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서 망델브로는,

영국의 해안선의 길이는 어떤 자로 재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해안선을 아무리 확대해도 원래의 복잡한 모양이 반복해서 나타나기에,

이론적으로는 무한하다고 주장하면서,

처음으로 '프랙탈'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오늘 수업에서 마지막으로, 프랙탈의 세계로 들어가자고 하고서는,

'망델브로의 집합' 관련 동영상을 함께 시청합니다.

망델브로는 1980년에 IBM 연구소의 강력한 컴퓨터 성능을 빌려,

'망델브로의 집합'을 처음으로 시각적으로 구현해 냈더랬습니다.

이 집합 관련 동영상에서는,

그 경계를 확대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의 모양이 무한히 반복되는 프랙탈을 여실히 볼 수 있습니다.

수업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려도, 교실 TV 화면에서는 자기 닮음의 무한 반복인 프랙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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