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겨울(9) 축구공

중학교 수학 수업 - 겨울 (9)

by Galaxy샘

체육선생님께서 반 대항 축구 리그전을 열어 주셨네요.

복도에 반별 대진표가 붙자, 학생들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입니다.

아침 조회 시간 종이 울려도 교문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오 오던 준호가

오늘은 어째 학교에 제일 일찍 왔네요.

아침에 축구 연습이 있답니다. ^^


드디어 결전의 날,

학급 친구들이 열렬히 응원하는 운동장에서,

호루라기가 불리고, 축구공이 높이 뜹니다. 달려라~!!


축구공은,

사실 완전한 구가 아니지요. 정다면체도 아니고요.

축구공은 한 종류의 정다각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정오각형과 정육각형의 두 종류의 정다각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정다면체가 아닙니다.


정오각형 20개, 정육각형 12개 합해서 32개의 면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검은색 정오각형과 흰색 정육각형의 축구공 '텔스타'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 아디다스가 만든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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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이 완벽한 구이면 안 되는 이유,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학생들은 나름 축구에 대한 전문성을 발휘합니다.

축구공을 찼을 때 표면이 너무 매끄러우면 회전을 걸기 어렵고,

축구공의 비행거리도 짧아지고, 공기 흐름에 영향도 많이 받아서 축구공이 흔들리게 된다고 하네요.

드리블이나 패스할 때에도 정밀도가 저하된다고 하고요.

축구 선수들의 마법 같은 '바나나 슛'에 반드시 회전(스핀)과 방향 제어가 필요한데,

축구공이 완벽한 구였다면, 그런 슛은 절대 안 나왔을 거랍니다.

결론적으로 축구공이 완전한 구였으면, 축구는 지금보다 훨씬 재미없었을 거라네요.

이러한 단점을 피하기 위해 구가 아니면서도 구에 가장 가까운 입체도형이 바로 오늘날의 축구공인 것이지요.

구가 아니면서도, 가능한 구에 가깝기 위해서는 어떤 입체도형이어야 할까요?

정다면체들 중에서 구에 가장 가까운 정다면체는 정이십면체인데요,

정이십면체 보다도 구에 좀 더 가깝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천재적인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BC.287~BC.212)의 질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찾은 방법이 정다면체를 '깎은' 것이었지요.

정다면체의 꼭짓점 부분을 일정한 규칙으로 깎아 내어 새로운 입체도형을 고안해 내었습니다.

다만 정다면체를 만든 원리, '한 꼭짓점에 모이는 면의 개수는 동일하다'를 유지하면서요.


그리하여 '준정다면체'라고 불리는 입체도형 13가지를 찾아냈고,

준정다면체는 오로지 13개뿐이라는 것도 아르키메데스가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르키메데스의 이 논문은 전해지지 않고,

후대 수학자들이 언급하는 것으로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13개의 준정다면체를 ‘아르키메데스 다면체’라고 부릅니다.


'수학사랑 쇼핑몰'에서 구입한, '4D 프레임 준정다면체 세트'를 준비합니다.

'4D 프레임'은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신박한 도구인데,

모서리를 만들 빨대 모양의 짧은 막대기삼발이 같은 연결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학생들을 13개의 모둠으로 나누어서, 각 모둠에서 4D 프레임으로 준정다면체를 한 개씩 만듭니다.

그러면 금새 13개의 준정다면체가 모두 만들어집니다.

13개의 준정다면체를 보면서,

학생들은 입체도형이 참 다양하구나를,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서울에 단 하루라도 다녀온 사람과 아예 한번도 안 가본 사람의 생각이 전혀 다르듯이,

준정다면체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의 사고는 전혀 다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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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제, 축구공은,

13개의 준정다면체 중에서 '깎은 정이십면체' 입니다.

정이십면체의 꼭짓점에서 1/3을 깎아 내어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이십면체는 한 꼭짓점에 삼각형이 다섯 개 모이니,

꼭짓점에서 깎아내면, 정오각형이 만들어지게 되지요.

스크린샷 2026-01-28 130931.png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070521.010320800460001


이렇게 준정다면체 13개를 살펴보다 보면,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는, 미지의 입체도형들이 또 있으리라 짐작하게 됩니다.


미술교과서에 실려있는, 야코포 데 바르바리가 그린 '루카 파치올리의 초상'이라는 그림도 다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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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인공인 루카 파치올리(1447~1517)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수학자로,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는데요,

파치올리는 다 빈치에게 유클리드 기하학을 가르쳤다고 하고,

다빈치는 파치올리의 저서인 <신성한 비레>에 정다면체 삽화를 그려주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은 수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답게 수학과 관련된 다양한 소재들이 그림 속에 있는데요,

특히 그림 왼쪽 윗부분에는 매달려 있는 입체도형이, 바로 준정다면체 중 하나인 '부풀린 육팔면체' 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제는 준정다면체가 보이네요.


중학교 시절 배운 정다면체와 준정다면체의 입체도형을,

나중에 학생들은 대학교에서 여러 다른 전공 공부를 하면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생명과학을 전공할 경우, 학생들은 여러 바이러스의 모양에서 다면체를 다시 확인하겠지요.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와 장염을 유발하는 노로바이러스정이십면체 형태이고요,

헤르페스바이러스도 복잡한 구조이기는 하지만 내부 캡시드(Capsid)는 정이십면체 형태입니다.

식물 세포나 곤충의 외골격 세포에서 종종 준정다면체의 형태가 발견된다고 합니다.

정다면체보다 면의 개수가 많은 준덩다면체는 구에 더 가깝기에 공간 채우기에 효율적이기에

세포 분열 과정에서도 최소 에너지의 원리에 따라 표면적을 최소화하는 형태로서

준정다면체 중에서도 특히 깍은 정팔면체의 형태가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화학을 전공할 경우에도 다면체는 불쑥 불쑥 나타납니다.

탄소 원자 60개로 이루어진 '버키볼'은, 축구공과 같은 깎은 정이십면체로 이루어져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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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다니엘 셰흐트만이 '준결정(Quasicrystal)'을 발견하였는데,

준결정의 원자 배열이 준정다면체, 특히 깍은 정이십면체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미래에 또 어디에서 정다면체와 준정다면체를 만날지 모릅니다.

미래에 새롭게 등장하는 바이러스나 물질은 또 어떤 형태일지 모릅니다만,

중학교 시절 입체도형을 풍부하게 접해 놓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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