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근해 Jan 08. 2024

[육아 일기] Ep43. 공포의 숨바꼭질

이제 아이와 밖에서 숨바꼭질은 없다.



1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게 그 시간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늘 그렇듯,

하원길에 놀이터에 들렀다.

때는 6시 정도,

요즘 해가 빨리지기에

놀이터엔 아무도 없었고

어둠이 깔려 있었다.


늘 그랬듯

미끄럼틀 타고, 시소도 타고

술래잡기도 하고

이어서 숨바꼭질을 했다


고작 33개월 아이이기에

숨바꼭질? 훗.

숨는 곳은 뻔했고

늘 한눈에

어디 숨었는지 보였다.


안일했다.

곁눈을 뜨고 계속 보고 있었어야 했는데...


안일했다.

술래에 심취해 진심으로 술래놀이에 임하는 순간

아이를 놓쳤다.


"이제 찾는다!"

라는 소리와 함께 뒤돌았을 때.


당연히 보여야 하는 아이의 실루엣은 보이지 않았고,

"딸!, 어딨어!!

딸!! 딸!! 딸!!"

점점 다급해지는 목소리에도 딸은 대답이 없었다.


미친 사람처럼 놀이터 두 바퀴를 뛰어 살펴보았는데도..

아이가 없었다.


덜. 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더니

심박수가 미친 듯이 뛰었다.


어두컴컴한 곳에

아까 놀이터 옆에 비상등 키고 있던 자동차는 사라져 있었고

오만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뭐야. 납치? 유괴?? 아까 그 차 아니야??

CCTV어딧어? 어? 차종이 뭐였더라???"

왜 아무 소리도 안 들렸지?? 남편한테 빨리 전화해야겠다..


오만가지의 생각이 빠르게 스쳐가는 그때..

놀이터 외곽에 있는

 아주 큰 소나무(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음) 옆으로


"엄마 나 여깄 지~"

하면서 아이가 나왔다.


쿵.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이는 달려왔고

"엄마 왜 그래???"

하면서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엉엉 엉엉..

그 자리에 앉아 아이를 안고 진짜 펑펑 울었다.


안도와 기쁨의 눈물이었다.

난 한참을 울고서야

진정이 되었다.


정말 놀랐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는데..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결론이 천국이어서 천만다행이었고.

너무나 감사했다.

부모에게 아이란 어떤 존재인지

다시금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문득. 그냥 스쳐 지나갔던 과자봉지 한편에 실린

"실종된 아이를 찾습니다" 그 문구가 떠올랐다.

무심하게 지나갔던 그 문구가

슬프게, 아련하게 다가온다..


그 부모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먹먹해진다..

감히 어림잡아 예측할 수도 없을 만큼 무거운 감정이 든다.


부디 모두 무사히 부모님 품에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에필로그) 우리 아이는 그날 이후

나만 보면

"엄마, 나 없어진 줄 알았어?? ㅋㄷㅋㄷ"

입을 가리며 깔깔 웃고

"나 여깄잖아~" 한다.


네가 없으면

난 이제 살아갈 수가 없을듯하다. 



이전 12화 [육아일기] ep42. ctrl+c, ctrl+v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