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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근해 Apr 11. 2024

6. 꿀 같은 조리원 생활

나를 위한 시간, 이것이야 말로 조캉스!


 꿀 같은 조리원 생활


둘째를 임신하고 

조리원에 갈지 말지 고민했다.     


첫째 때 접했던 2주간의 조리원생활이

 여러 가지 이유로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구두쇠이며 합리적으로 돈 쓰는 걸 원칙으로 하는 내게.. 

2주간 250만 원(21년 가격) 가량의 가격은 

매우 비쌌다고 여겨졌다.

또 그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프로그램이 취소되어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이 없어.. 즐길 수 있는 활동거리나 

조리원동기들과 같이 식사하거나 수다를 떨며 친분을 쌓을 기회조차 없었다.

 

2시간에 한 번씩 울려 되는 수유콜과..

새벽에 꼭 진행해야 하는 유축과정으로.. 

푹 잘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게 정녕 쉬는 건가..?

이게 내 몸조리를 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도 했었다.

 

또 우리나라만 있다는 조리원 문화이기에..

굳이 필요한가..??

주변에서 다들 가니까. 가야 하는 것처럼

군중심리에 밀려서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둘째를 임신하고,

조리원에 등록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했었다.

 일단 어떻게 될지 모르니 등록은 해두었는데

둘째 아이를 낳고, 병원에 있는 동안 

첫째가 보고 싶어서.

 첫째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조리원 가지 말고, 바로 집으로 갈까.. 

라고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하지만

주변 간호사 선생님의 만류와

먼저 육아를 하고 있던 여러 선배들의 만류에 

생각이 많아진 나는,

2가지 이유로 조리원에 가기로 했다. 

첫 번째로는 내가 쉬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로는 탓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바로 집으로 간다면??

그때의 나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첫째와 쉴 틈 없이 놀이 놀이 놀이를 하고, 

 씻기기도 하는 틈에,

집안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

결국 잠에 쫓기고 피곤에 쩌든 내 모습. 

힘듦에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우울해지는 내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훗날 나의 팔목이나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프게 되었을 때.. 

'아고... 조리원 가서 좀 쉬다 올 걸.. 

좀 더 쉬었더라면.. 

내 몸을 좀 더 돌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내 선택을 후회하고, 탓하며 보낼 것 같았다.     


그래서 조리원에 입소하기로 결정하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조리원 퇴소를 내일로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2주간 떨어져 있었던 첫째 아이를

 드디어 볼 수 있다는 설렘과

세상에 태어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목도 가누지 못하는 둘째를 어떻게 케어할까..

라는 답답함이 함께 몰려오는 이 시점에서..     

조리원 생활을 돌아보며 이에 대한 글을 담고 싶었다.  


혹시 조리원 입소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내가 둘째를 낳고 조리원생활을 하며 만족스러웠던 경험을. 

첫째와는 관점이 달라진 점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조캉스라는 말을 들어봤던가..

난 정말 천국을 맛봤다. 

병원에서 넘어온 조리원 생활은 천국이 따로 없었다.


코끝으로 전해오는 향기가 달랐고,

몸에 닿는 매트리스의 촉감이 달랐다. 

둘째를 임신하고 첫째 육아를 하면서 

수만 번 생각했던 것..

'아.. 나 혼자서 며칠만이라도 

호텔에서 쉬다 오고 싶다'


그 느낌을 조리원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은 한번 나가면 들어올 수 없다는 조리원 규칙에 따라..

나와 아이를 옮겨준 동시에 나갔으며.. 

아이가 황달기가 있고, 나는 장염기가 있어서

아이와 하루동안 철저히 분리가 되었다.     


오로지 나 혼자. 그 하루를 보냈다.

그 하루동안 정말 천국이었다. 

 

그냥 누군가가 차려준 밥상만으로도 감사한데.

맛과 양까지 더한 밥상이 내 앞에 차려졌고,

침대에서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정주행 할 수 있었다. 

오로지 내 한 몸만 생각하면 되는 날이었다.


사실 이 하루만으로도 난 조리원 생활을 만족할 수 있었다.

첫째 아이와 함께 조리원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사한 마음이 스멀스멀 참 많이도 올라왔다.


오로지 아이의 수유만 책임지고 집중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요청에 따라, 내 컨디션에 따라 

수유콜을 받는 시간을 정하는 것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집에 가면 온전히 내가 다 해야 할 일을.. 

여기서는 전문적인 손길을 가진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를 돌봐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또 코로나가 해제되었기에

조리원에도 요가 프로그램, 모빌 만들기 프로그램.

산후 관리 프로그램 등. 전보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참여하게 되면서 만족도는 더 높아졌던 것 같다. 


----- 여기까지가 조리원 퇴소 전에 쓴 글이다.---


----- 이후는 조리원 퇴소 후, 2주간 현실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내일 연재를 앞두고 쓰는 글이다.. ---     


집에 돌아와 보니,

조리원에서 잠시나마 

쉬고 오자고 결정했던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을 만큼 

옳은 선택이었음을 느꼈고,

조리원에서 쉬다 온 것을

회상하며 버티고 있다. 


집에 오니, 상상했던 것 그대로다.

첫째 아이는 내게 껌딱지처럼 붙어 있고, 

둘째 아이는 계속 우는데, 

왜 우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집안일은 계속 눈에 보이고, 

움직이지 않으면 금세 쌓이고.. 

나는 4시간 이상을 자지 못한 채, 

쪽잠을 자면서 둘째 아이의 수유를 책임져야 하고,

몽롱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다 보니..     

피로가 누적되고, 기분도 울적하고,

점점 말수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주에는

매일같이 한의원에 다녀야 했다. 

수유 시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볼 수 없을 정도로

목 근육에 문제가 생겼고  

걷는 게 불편할 정도의 허리 통증과

손목 마디마디가 시린 느낌을 받았다..  


조리원에서 퇴소 후 2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몸도 마음도 모두 지친 상태다.     


그렇기에,

내가 조리원을 거치지 않고.

병원에서 바로 집으로 왔더라면..

나는 견디기 힘들었을 거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출산 후, 나를 돌볼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건 사실이다.


그러니 

조리원에 가든,

친정부모님에게 가든,

   산후도우미를 부르든,

     

어쨌든.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을 그 어떤 곳이든

적극적으로 찾아서

자신의 몸을 돌볼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진심이다.


엄마의 몸이 건강해야. 

아이도 돌볼 수 있는 것이니까

엄마가 무너지지 않아야

마라톤 같은 육아에서 지치지 않을 테니까. 

꼭, 단 며칠만이라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쉬길 바란다.


다시 한번, 

처음으로 임신하시고 조리원을 고민하고 있는 분이나,

둘째, 셋째를 낳고 조리원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나는 정말 진심을 다해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계신

남편분들이 있다면..

출산 후, 아내의 몸이 성치 않을 때 

육아 많이 도와주시길..

아내가 몸을 회복할 수 있도록 

꼭 좀 도와주시길..

아내는 지금 울적할 수 있으니

한번 살펴봐 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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