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전쟁의 서막

육아전쟁이 시작되었다.

by 둥근해

7. 전쟁의 서막


전쟁의 서막이란,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장엄하게

일컫는 말이다.


두둥.

육아전쟁이 시작되었음을

내게 알린다.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난 얘기했었다

“하나 키운 김에, 둘째 낳아서 같이 키우자~”

“안 낳았으면 모르는데, 둘은 있어야지.”

자만에 가득 찬 나의 언행을

지금에서야 반성한다.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챙겨주고

힘든 엄마를 위해 번개처럼

기저귀도, 손수건도 착착 자져다 주고...

그런 첫째 아이를 나는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며 꼭 껴안아 주는...

그러한 아름답고 평화로운 장면을

상상했던 내게..

정신 차리라고 소리쳐 본다.


그래, 상상일 뿐이었다.

현실은, 전쟁이다.


전쟁은 시작되었고,

전쟁이 없던 시기로 돌아갈 수도 없다.


난 지금, 전장에 나가는 장수처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매일이 지치지만,

끝이 있다는 걸 알기에 (20년 후엔 끝나겠지....??)

아니 끝이 있다는 걸 믿기에..

오늘하루도 으라차차 힘내보자고

속으로 외치며,

육아전쟁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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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앙~”

고요한 적막을 깨고,

들려오는 둘째 아이의 울음소리.


새벽 3시.

순간접착제로 붙여 놓은 것 같이

좀처럼 떠지지 않는 내 눈덩이로

아이를 요리조리 살핀다.

'우쭈쭈

우리 아기 배고프구나’


기저귀를 갈고

꾸벅꾸벅 졸면서 수유를 한다.


'아가야.

너의 트림을 제대로 시켜주기엔

엄마의 체력이.. 넘 바닥이다..

새벽이니 봐줘, 미안해...........'


나름의 안전장치라고

아이의 고개를 옆으로 돌려

눕힌 채, 나도 스르르 곧바로 잠이 든다.

아직 40일도 안된 아기이기에.

이러한 새벽 수유가 몇 차례 더 이어진다.


그리고 곧..

“엄마~일어나~잘 시간 아니야!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귓가에 울리는 쩌렁쩌렁한 우리 첫째 아이의 소리.

아침 7시가 되었다.


'이 녀석은

저녁잠도 아침잠도 없다.. 휴..'

“엄마 책 읽어줘”

"응?? 엄마는 이불에서 딩굴딩굴하고 싶어 딸.."

“책 읽어줘~~”


책에는 내가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걸 알아서인지..

계속 책을 읽어달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한다.

새벽 내내 계속된 얕은 잠으로

에너지가 없는 나는

힘없이 몸을 일으켜

힘없이 책을 읽어준다.


"이제 딸 밥 먹자.

어린이집 가야지."

아침 먹는 걸로 실랑이

옷 입는 걸로 실랑이를 한껏 한 후

아이는 겨우겨우

시간에 맞추어 등원한다.


'이제 집안일을 좀 해볼까?'

어제 첫째 아이가 쑥대밭같이 어지러 놓은 거실을,

키즈카페 아르바이트생처럼 쭈그리고 앉아

스피드가 생명인 듯이 삭삭삭삭삭삭삭삭

손을 바삐 움직이며 정리한다.

그리고

밀린 설거지와 젖병소독을 해둔다.

'좋아. 이제 앉아서 좀 차라도 마셔볼까??'

“으아아아아 앙앙~”


'그래. 우리 둘째.

일어났구나. 엄마가 갈게..'

둘째 아이 수유하고,

트림시키고, 놀아주고,

응아 치우고,

아이가 잠든 틈을 타서

세수도 하고, 점심을 먹고

다시 수유하고..

아이가 잠든 틈에 나도 좀 자고..


이 사이클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0_0

오후 5시.


첫째 아이가 하원할 시간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이는 날 찾는다.

“엄마~~~~ 우리 뭐 하고 놀까?”

놀이욕구가 남다르고 에너지가 어마무시한 아이다.


정말 1분도 쉬지 않고

떠드는 딸...


레고를 시작으로...

병원놀이, 어린이집 놀이, 비행기 놀이, 물감놀이.

정말 쉼 없이 돌아간다.


"혼자 놀아봐 딸. 혼자 노는 시간도 중요해."

라고 얘기하면.. 조금 놀다가

“누가 나랑 안 놀아주나. 너무 심심하네.."

중얼중얼 중얼중얼;;;;;;;

“아무도 나랑 안 놀아주고.. 속상하다..”

중얼중얼 중얼중얼;;;;;;;


첫째가 동생이 태어난 이후로는

말로만 듣던 퇴행행동을 많이 보인다.


혼자서도 잘했던 손 씻기부터,

용변처리, 밥 먹기 등을 전혀 하지 않는다.

“다 엄마가 해줘. 엄마랑 같이 하고 싶어”

라고 얘기하며

내게 껌딱지처럼 딱.. 붙어 있다..


어찌어찌

엄마와 함께하는 놀이와

식사, 양치, 잠자기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과 관련된

끝없는 실랑이는 밤 10시 넘어서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이어진다.


엄마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가고

시작할 때 호기롭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육아전쟁에 지친 패잔병이 되어 있다.

이것이 요즘 나의

평일의 하루 일과다.

주말은.? 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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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선배님들은

이렇게 계속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셨던 걸까.

의구심도 생기고

존경심이 생긴다..

속도 타고, 화도 나고

덩달아 내가 엉엉엉

울고 싶을 때도 많지만,

훗날 이 또한 추억이 될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일단은

호기롭게 전쟁터에 나가본다.

그리고

모든 부모님들을, 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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