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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근해 Jun 24. 2024

[육아툰] ep1. 신생아 이벤트

제발 무사히 넘어가주오..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내 뱃속에서 

약 10달가량을 살다가

내 몸 밖으로 나와서

나와 눈을 맞췄던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안녕.. 반가워..

환영해 아들"


처음 만난 

우리 아들의 모습은

방금 반죽한

밀가루 덩이처럼

뽀얬다.


임신기간 동안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건강하게 태어나서 

우렁차게 울고 있었다.


의료진분들도 

"아이상태 양호해요"

라고 해주셔서 마음을 놓았다.


그런데 안심도 잠시.


퇴원 전날,

아기의 상태를 

말해주시는 간호사 선생님이

메모장을 건네주셨다.

거기엔


"황달, 

다리주름 비대칭,

심장 소리, 혈관종

 

한 달 후,

영유아 건감검진에서

꼭 확인할 것"


이라고 적혀있었다..


후...


그 쪽지를 받아 든 순간부터..

걱정 씨앗이

엄마 몸속에

자리 잡게 된다.


보통 신생아들에게

흔한 증상이라고 하는 황달.

흔한 증상이지만

간혹, 심각한 황달은

뇌까지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병이었다. 


첫째도 황달로

백일가량 속 섞였지만..

결국 괜찮았으니,

둘째도 괜찮을 거야.

라고 마음을 진정시키지만..


밀가루 같던 뽀얀 얼굴은 사라지고

하루가 다르게 피부가 노래지고

눈동자까지 노랗게 변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다리주름 비대칭은 무엇인가..

어디가 비대칭이란 말인가.

라는 의문과 함께.


이와 관련해 

인터넷을 뒤적였다.


별일이 아니여야 할 텐데..

라는 마음과는 다르게

인터넷 속에서는 온갖 경우의 수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혈관종은 또 무엇인가..

아이고야..


점점 더 병에 대해 

많이 알아갈수록, 

내 마음속에 

걱정씨앗은 어느덧 싹을 티워 

걱정 나무로 자라나고 있었다. 


ㅠㅠ


걱정으로 가득 차

시름시름 앓던 나에게

병원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전화 올 이유가 없는

산부인과의 번호가 뜨니..

전화를 받기도 전에,

느낌이 싸했다.


"어머니. 

아기 태어나고, 

선천성 대사와 관련해 여러 검사를 했잖아요.

그런데, 그중에 갑상선 기능 수치가 높게 나와서

재검사하셔야 해요.


재검사하셨을 때, 또 수치가 높으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 

큰 병원 가셔야 합니다."


.....


그날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니.


청천벽력이었다.


이는 또 무슨 병인가.

세상에 왜 이렇게 병이 많은가..


또 인터넷의 굴레 속으로 

들어가 검색하고 또 검색해 보니

더 좌절에 빠졌다..


결국 일단

인터넷 검색을 중단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인해

많은 정보를 얻는 것도 맞지만

위안보단 걱정이 더 커갔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 자라나던 걱정나무가 

한 이백 년은 된 버드나무처럼

가지를 치고 치며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기에..


난 의도적으로 

컴퓨터와 핸드폰 검색을 

중단했다. 


후..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미리 걱정하지 말자."

라는 게 내 삶의 소신이었지만...;;

그 소신은 

아이 문제 앞에서 

힘없이 꺾이고 있었다.


내 마음을

컨트롤해야 했다.


'괜찮다. 괜찮을 거다.

아니 괜찮지 않아도, 어떤 문제가 생겨도

이건 다 해결할 수 있다.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주문처럼 계속 되뇌었다.


또한,

모든 일은 무탈히

다 지나갈 거라고

내 일기장에 

"괜찮다"라는 말을 

깜지처럼 써내려 갔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 우리 아이는

백일이 지났다. 


정말 정말 

감사하게도 

신생아 때, 언급되었었던

그 수많은 병들은

딸기혈관종을 제외하곤

무탈히 지나갔다.

 

언제 눈동자까지 노랬나 

싶을 정도로, 

두 달 정도 지나니 새 하얗고 뽀얀 피부로

돌아왔다. 

다른 아이들보다 황달이 없어지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아무 탈 없었다.


그리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도

다리주름 비대칭도

심장소리 잡음 나는 것도 

아직까지는 특별한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이 옆구리에 난

딸기 혈관종이라는 것은

계속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몸속 장기나 얼굴의 눈부위, 

 머리 부분에

생기는 혈관종도 있던데..

그래도 옆구리 부분에 보이는 

혈관종이라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하다.


아이도 태어나면,

엄마 뱃속과 다른 환경에서

커가기 위해, 몸속에서 다른 세팅을 하며

분주한 듯하다.


그래서,

태어나서 하는 검사에

미숙한 결과들을 보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그런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아가의 탄생의 기쁨을 느끼던 부모가

갑자기 이름도 몰랐던 병명들을 

듣게 되면 

너무 작고 소중한 우리 아기가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선천적으로 얻는 병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부모님들의 걱정은 

하늘을 찌르는 게 당연하다.


그 불안함이 얼마나 큰지,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나도 두 번이나 경험해 봤으니 안다. 


하지만, 

지금 아기가 태어나,

걱정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곧 괜찮아질 수 있으니,

미리 걱정하지 말자고.

걱정하는데 에너지를 쓰기보단

해결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하자고

말하고 싶다.


문제가 생겨도

당신은 부모이기에 분명,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이다.


난.

미리 걱정하느라 

우리 이쁜 아가의 모습을

온전히 내 눈에 담지 못한 

그 시절이 아쉽기 때문에

이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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