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묻는 딸아이. 이제 알 때도 된 것 같은데, 매번 꿈속의 요리사를 만난 듯 바라는 말투로 입을 연다.
'왜 눈만 뜨면 물을까? 똑같은데.'
우리 가족은 아침밥을 달리 맞이한다. 먹는 시간도 다르거니와 메뉴도 다르다. 아들은 브리또나 시리얼을 먹는다. 남편과 나는 삶은 계란, 견과류, 과일에 선호도에 따라 빵이나 감자, 고구마를 추가한다. 이미 고정되어 그냥 생각 없이 먹는다. 오직 딸만 묻는다. 물으니 답해주려고, 초등학생 아침밥 메뉴를 검색해 준비하곤 했다. 마음에 들어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노력했다. 햄과 밥, 미역국, 주먹밥, 팬케익, 햄치즈샌드위치, 토스트. 이것저것 해본 결과, 반응은 그때그때 달랐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어도 평가가 별로면, 나도 모르게 종종거렸던 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이제는 시리얼, 빵, 간장계란밥, 주먹밥으로 등교 전 아주 간단히 아침을 차린다. 영양 가득한 아침밥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메뉴를 신속히 차린다.
딸만 간장계란밥을 먹는다. 그나마 단백질 공급원인 계란이 들어가면서 가장 손쉽게 아침에 후딱 먹고 갈 수 있는 요긴한 음식이다. 나도 그렇게 자랐다. 언제부터 얼마나 자주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학창 시절부터 결혼 전까지 아침이면 먹었다. 식탁이 있어도 항상 거실바닥에 작은 상을 펴고 앉아 아침을 먹었다. 엄마는 김이 나는 밥에 계란프라이를 넣고 간장 한 숟가락 넣고 쓱쓱 비볐다. 손 빠른 엄마의 특별 노하우가 있기라도 한 듯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까지 뿌리면 완성되었다. 전날 늦게 자서 잠이 덜 깰 때도, 초저녁에 자서 말짱했을 때도 고소한 참기름향이 퍼지는 부드러운 계란밥은 빈 속을 푸근히 채워줬다. 어느 패스트푸드보다 빨리 입에 넣고 오물오물하다 보면 어느새 반그릇은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엄마가 차려주신 아침밥의 힘으로 하루를 살았고 지금도 아침밥 없는 아침은 없다. 밥심으로 살고 있다.
나도 엄마처럼 따라 해 본다. 잘하지는 못해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어도 쉬운 밥 정도는 한다.
엄마의 밥을 먹고 자란 내가 딸아이에게 전수하듯 밥을 만들어 잠에서 덜 깬 그녀 앞에 놓아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먹는 모습이 다르다. 느릿느릿, 시간이 멈춘 듯 천천히 씹어먹는다. 그냥 먹어야 해서 먹는 게 느껴진다. 그래도 준 만큼은 다 먹어주니 고맙다는 말은 꼭 한다. 입이 짧은 아이라 몇 숟가락이라도 먹고 가면 그날은 급식시간 때까지는 간신히 버틴다고 한다. 어찌하다 보니 다른 것도 아닌, 손쉬운 간장계란밥을 딸아이에게 주게 되었다. 여자들만 먹는 음식처럼, 아들은 안 먹고 딸은 먹는다. 간단하지만 속이 든든해지는 마법 같은 밥심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언젠가는 알겠지? 몰라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간장계란밥을 내민다. 간장계란밥은 엄마가 내게 주신사랑과 관심의 표시였기에 나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