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화강고래 Oct 25. 2024

일상 속 혼자 여행을 떠나는 법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33

혼자서 커피를 마신다.

익숙한 곳에서도 처음 가보는 곳에서도. 아주 오래전, 자 떠난 여행길에서 커피 한잔을 두고 쉬어가던 옛 기억이 찾아오면 그때처럼 설렌다. 언제라도 여행을 떠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열손가락으로 꼽아도 넘치기에 틈만 나면 일상 속 여행을 떠난다. 짐을 꾸릴 필요 없이 빈 몸으로 가볍게 훌쩍, 커피와 함께.


송도에서 모닝커피를 마셨다. 남편이 출장 가는 길에 재미 삼아 따라나섰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집밖으로 나온다. 처음 세상 구경 나온 아이처럼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밥벌이하러 가느라 고속도로에 빼곡하게 들어선 차들을 보며 살림살이가 나아지길 바랐고, 슬슬 색이 변해가는 나뭇잎들을 보며 늦게 찾아온 가을을 실감했다. 그리고 도착한 경제자유구역 송도에서 유를 마셨다.




어느 작은 카페에 여자 넷이 각자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있다. 재즈선율은 조용하지만 약간 발랄하게 흐르고 어여쁜 주인은 매장 관리에 여념이 없으나 여자 셋은 밖을 향해 앉았다. 대충 입고 나온 차림이 아닌 누군가를 만나러 나온 양 차려입고 곱게 화장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 낯설기보다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조용한 거리를 걷다 누구 나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들어왔는데, 뒤이은 여성도 나처럼 들어온 눈치였다. 당연히 서로 간 대화는 없다. 단지 누군가 있음을 확인하고 하나둘씩 발을 들인다. 말하지 않아도,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모두가 가을 아침을 조용히 맞이했다.



                                                                         






혼자 카페에 간다고? 집에서 마시지? 이상하지 않아?


여전히 혼자 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 시간을 쓰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나, 막상 카페에 와보면 다르다. 남의 이야기를 듣느라 에너지를 쓰기보다 스스로 다지기를 하는 여성들이 부쩍 늘어난 듯하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내가 그리하니 남도 그럴 거라 내 맘대로 해석한다 탓해도 상관없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일 줄 아는 사람이 타인도 다독거릴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현재와 미래의 나를 연결시키는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것을, 일상에서 느끼는 삶의 지혜를 알려주고 싶다. 젊을 때는 두리뭉실 어울린 듯 잘 보이지 않던 고유의 색감이 중년이 되니 도드라진다. 한결같이 푸르게 보였던 거리의 나뭇잎들이 천천히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듯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자 비슷해 보였던 사람들의 색마저도 그러데이션 효과가 반영된 듯 차이가 난다.


"혼자는 초라하지 않다 오히려 외로움은 사람을 입체적으로 다듬어준다. 우리의 혼자 있는 시간은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특별한 의미로 사람을 빛나게 하고 또 사람관을 선명하게 한다."
                                                                       이병률 <혼자가 혼자에게> 123쪽


멀리 떠날 수 없지만 의도적으로 삶의 여유를 만들고 싶을 때 숨 고르기를 한다. 삶의 속도와 강약을 조절하고 싶을 때 다른 거리를 걷다 카페에 앉는다. 비슷하지만 디테일에서 도시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자연스레 카페와 커피마저 익숙하면서도 미묘한 차이로 나에게 손짓한다.


여행지의 풍경과 커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살며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마나 여유로워 보였으면 잠자리가 잠시 내 발등에 올라탔다. 잘했다고 쓰다듬는 건지, 또 오라고 손짓하는 건지, 그저 잠시 숨을 멈추고 그대로 있었다. 따사롭다. 가을이 익어가기 적당한 햇살에 눈부셨다.















작가의 이전글 가끔 해야 감동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