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도 어김없이 점심을 먹더니 산책 겸 가자고 했다. 체감온도가 0도일 정도로 쌀쌀한데도 나가겠다고 준비를 서둘렀다. 그나마 집에서 10분 정도니 걸어갈 만하다. 함께 하는 시간이니 고맙기도 하다.
평소 돈을 아껴야 한다고 외치는 아이지만, 다이소 쇼핑만은 좋아한다.
"싸니까. 싸니까 가고 싶어요."
올초부터 본격적으로 딸아이의 쇼핑 보디가드 역할을 수행 중이다. 아이돌 포토카드 홀더와 작은 상자, 그리고 다꾸에 쓸 스티커를 산다는 명분으로 간다.매주 신제품이 나왔을까 기대하고 가는 눈치이나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 큰돈은 안 든다. 천 원에서 3천 원 정도 수준이다. 지금까지 사 모은 사각통을 책상에 차곡차곡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면 나름 쓸모가 있긴 한가 보다.
흰색 플라스틱 사각통(사진 찍는다고 하니 펼쳐 보여줬다)
매번 붐비는 시간대에 방문해서 그런지 다이소의 손님을 눈짐작으로 분석해 보면 여성이 90퍼센트, 그중에서도 딸아이 같은 여학생 비중이 60프로 이상으로 보였다. 유치원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무엇을 사러 왔을까?
학창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 자주 들렀다. 지금 아이들과 달리 수업 준비물을 각자 준비해서 등교했기에 일주일에 몇 번씩 갔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이제는 희미한 기억 속 문방구에서 노트와 필기구 같은 필수품을 사는 것 외에 그저 둘러보고 물건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도 컸다. 넓지 않아 주인아저씨 아줌마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좁은 문방구에서 하교 후 아이들은 불량식품도 사고 쭈그려 앉아 오락도 했던 것 같다. 이제는 사라진 동네문방구 자리에 무인 문구점과 다이소가 서 있다. 급할 때는 무인 문구점을 가지만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아이들은 다이소를 찾는다.
만물상 같은 다이소에서 소소한 쇼핑을 즐기는 모습이 꽤나 진지해 보인다. 주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물건을 이리저리 살핀다. 학용품부터 생활용품까지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마침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데코레이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1,000원 가격표와 2,000원 가격표에 만족해하며 집어든다. 딸아이도 지난주에 이어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테이프 하나를 집어 들더니 슬며시 나에게 묻는다.
"엄마. 돈 많으면 화려하게 장식도 하고 집 꾸미기도 하고 싶죠?"
인테리어에 관심을 끄고 사는 나를 알기에 딸이 물었다. 자기 나이에는 작은 소품을 이용해 분위기에 맞게 꾸미고 싶어 사게 된다고 쇼핑의 이유를 조곤조곤 설명했다. 둘러보고 또 둘러보고 집에 갈 생각을 안 하는 딸을 한번 재촉했다.
"모든 게 싸니 사람들이 좋아해요. 과자도 싸요."
"그렇긴 하지. 그래도 가랑비에 옷 젖어."
"그래요?"
"싸다고 사다 보면 쓸데없는 것도 사게 돼."
교과서 같은 말을 하고 다이소를 나섰다. 요새는 초저가 고만족 소비에 맞게 화장품 매출이 늘었다는 말도 들었다. 이것저것 가성비 좋은 제품이 많으니 불황기에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살 수 있게 문턱이 낮으니 학생들에게 손짓하는 동네 가게라는 점도 인정한다.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은 환영한다. 단, 쌈짓돈을 우습게 알까 봐 쓸데없는 걱정이 앞선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소비에 맛 들여 불필요한 물건을 집에 쟁여놓을까 봐 엄마는 살짝 앞서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