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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Dec 12. 2024

내 밥상이"아보하"의 중심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60

평일 낮, 혼자 집밥을 먹는다. 엄마 밥이 생각날 때면 주방에 오래 서 있는 습관이 생겼다. 나만을 위한 밥상을 차린다. 나라는 손님을 대접해야 할 때라는 것을 몸이 말해준다. 입맛 없을 때, 위로와 격려가 필요할 때, 특히 겨울이면 엄마가 해 주시던 고등어조림을 만든다. 유감스럽게도 엄마 요리를 배운 적은 없지만 그저 기본만 넣은 고등어조림이 내 입에는 먹을 만하다. 엄마 손맛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지만 썩 괜찮게 맛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생고등어가 마법을 부리는 듯 마늘, 양파, 대파,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그리고 듬뿍 썰어 넣은 무와 어우러져 매콤 짭짤한 고등어무조림이 완성된다. 





잡곡밥, 조물조물 막 무친 시금치나물, 시어머니가 주신 총각김치와 함께 소박한 나를 위한 밥상이 완성된다. 고등어조림은 나만 좋아해서 가족들과 함께 할 때는 고등어구이나 갈치조림을 대신 상에 올린다. 


급변하는 세상, 불안정한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무탈하고 안온한 일상을 일컫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인 "아보하"가 트렌드 코리아 2025의 10대 키워드 트렌드로 선정되었다.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아무 일도 없이 보내는 하루는 어떤 면에서 대단하다. (160)


나에게 집중하는 일상, 남에게 보이기 위한 소비에 치우친 날이 아닌 평범한 하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이 시대의 키워드가 되었다. 


무탈한 일상을 지탱하는 노력 중 하나가 밥심이라고 생각한다. 집안팎에서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끼니를 해결한다는 것, 특히 손으로 나와 가족을 위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정말 "일상의 기적" 같은 일이다. 내가 있기에 그게 가능한 일이다. 병원에 계시는 엄마가 지겹게 밥 하던 시절을 그리워하시는 것을 봐도 그렇다. 남이 해 주는 밥이 아무리 맛있다 해도, 잠시뿐이더라. 얻어먹는 밥은 불편하고 질린다. "아보하"라는 키워드가 나오기 전부터 아픈 덕분에 깨달았지만, 평범한 보통의 하루는 세심하게 나와 세상이 합심하여 노력한 결과물이다. 해이해지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경고의 메시지를 받고 일상은 속이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요 며칠 몸이 좋았기에 일상의 루틴이 망가졌다. 컨디션이 나아지면서 손으로 맛있는 밥을 해 먹고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를 격려했다. "밥!" 내겐 너무 벗어나고 싶다가도 벗어날 수 없는 보통의 하루를 만드는 중심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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