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41
요즘 너를 보며 생각해.
한 겹 한 겹 흐트러짐 없이 가장자리에서부터 서서히 갈색빛으로 변해가고 있는 너를 봐.
언제까지 주방 창가에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몰라. 마음이 그래. 쉽게 내버리지 못하고 너를 보고만 있어.
그냥 이별을 하기엔 어쩐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거 같아서 말이야. 시나브로 시들겠지. 내 눈에는 고고한 자태를 유지하며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장미 한 송이를 남겼다. 열흘 전쯤 산 핑크와 노랑 장미 대여섯 송이가 일주일도 안돼 볼품없이 축 늘어졌다. 화병에서 꺼내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 유독 장미 한 송이만은 달랐다. 향기 없는 향기를 퍼트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평소와 달리 장미를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시들고 싶다는 욕망을 재확인했다.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며 과거만 바라보기에 요새 노년은 길어도 너무 길다. 100세 인생을 쉽게 말하고 꿈꾸며 헬스케어분야에서는 신약기술 개발에 열을 올린다. 실버케어산업은 유망한 분야 중 하나로 언급된 지 오래다. 무병장수라는 장밋빛 같은 미래가 가끔 신기루처럼 그려지기도 하나 과연 그렇게까지 오래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덜 늙어서 그런지 아직 내 앞에 노년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아서 그런지 난 장수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덤으로 사는 인생처럼 하루하루 즐겁게 살다가 내 쓸모가 다하면 아니 그전에 세상을 떠나고 싶다. 주변에서 행복한 노인을 자주 접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돈과 건강은 없고 시간만 넘치는 그런 쓸쓸한 노인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에 안타깝고 슬프다. 김형석 교수나 윤여정 배우 같은 일부 연예인이나 지도층 인사들의 경우에만 다른 노인 전용 행성에 사는 듯하게 느껴진다. 그분들을 통해 젊어서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일을 즐기며 산다는 것이 노년 건강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새삼스레 배운다.
특히 올해 105세가 된 김형석 교수를 보며 일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다.
"건강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며, 일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일도 못하고, 아무 도움이 못 된다면 사실은 그때는 인생이 끝나도 괜찮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 데일리굿뉴스(https://www.goodnews1.com)
점차 아이들이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렇게 갈망하던 육아로부터의 자유가 현실로 다가오는 중이다. 아직은 그래도 젊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거나 길게 느껴지지 않지만 노쇠할수록 자연스럽게 외로움과 우울감이라는 불청객 감정이 나를 찾게 될 것이다. 길고 긴 시간,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 비결을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운동을 하고, 한국어교사가 되기 위해 수업을 듣는다. 아직은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