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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Aug 16. 2022

CEO께 메일 송부 (+협상 기술)

바라보는 것

전해주고 싶은 것

첫째 아들과 둘째 딸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들이 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기회도 주고 싶고, 다양한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도 주고 싶고, 그리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까지 금전적으로도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가장 전해주고 싶은 것은 마음의 세계이다. 나는 이것을 잘 몰라서 초등학생 때부터 고립과 괴로움과 친구가 되어 오랜 시간을 지내었다. 아이들도 분명히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만나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기보다는 소망을 품고 밝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음의 세계를 만들어 주고 싶다. 내게 있어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다.


소중한 것

이처럼 귀하고 소중한 것은 주위에 얘기하고 싶게 만든다. 설레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던 2015년 11월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을 보았는데 너무 좋았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고,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관람객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메시지도 너무 좋았고,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내가 들어도 너무나 아름답던 합창단의 목소리가 마음에 많이 남았었다.

칸타타 (cantata)는 17세기에서 18세기까지 바로크 시대에 발전한 성악곡의 한 형식입니다. 독창, 중창, 합창과 기악 반주로 이루어지며, 이야기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공연을 회사에도 알리고 싶었다. 다른 회사에서 송년회를 술자리가 아닌 극장에서 공연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회사도, 적어도 우리 부서라도 술을 잔뜩 마시고 노래방 가는 것 말고 이런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싶었다. 더불어 회사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공연을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 매달 3만 원씩 후원하기로 하였고, 기업 차원에서도 후원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렇게 모금된 후원금으로 공연을 보기 힘든 소외계층들에게 무료로 공연을 보여주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여러 자선활동을 하는데, 이 공연을 소개해 주고 싶었다.


팀장님께 이야기를 드리니 이런 경우는 대외 담당 부서의 메일 주소를 합창단 담당자에게 알려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회사에서 적은 금액이라도 후원을 하고, 이 소식이 직원들에게 전해져서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도 담당 부서에 연락을 해 후원받을 수 있을지를 알아보았다. 담당 부서장은 현재로선 예산이 없어 도와주기 힘들고, 꼭 필요하다면 부서장을 통해 공식적으로 메일로 요청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팀장님께 이야기를 드렸지만 안타깝게 허락을 받지는 못하였다.


CEO께 메일 송부

그러면 CEO께 직접 연락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다. 일반 사원이 CEO께 메일을 쓰는 것이 조금 이상하고 무모하게 보일 수 있지만, CEO분이 프랑스에서 오셨기 때문에 (유럽은 클래식 음악에 대해 친숙하며, 합창단 및 공연에 대한 기업 후원도 보편화되어 있기에) 연락을 해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영어로 적으면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할까 싶어서 지인에게 부탁해서 프랑스어로 적어 메일을 보내었다. 그리고 그날 퇴근을 하고 가는데 인사과에서 연락이 왔었다.

"안녕하세요, 인사과입니다. ooo 직원 맞으시나요? CEO께 메일을 보내셨던데, 확인하기 위해 전화드렸습니다. CEO께서 해당 내용을 알아보고 일을 진행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전화로 궁금한 점을 설명드렸다. 다음날 어떤 소식이 있을까 생각하며 출근을 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팀장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잠시 후 나를 불러서 인사과로 갔다. 회의실에 들어가니 인사 부서의 이사님과 팀장님이 앉아 있었다. 그분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부르셨을 수도 있지만, 내가 받은 느낌은 취조 (取調)였다. 여러 가지를 물어보셨는데, 요지는 CEO께 직접 메일을 쓴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었다. 위계질서를 무너뜨렸기 때문에 그에 대하여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 하였다. 그렇게 충격을 받고 회의실을 나온 후 팀장님이 다시 나를 다른 회의실로 부르셨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예전에 너처럼 CEO께 메일을 보낸 직원이 한 명 있었다. 그 사람은 퇴사했다. 니는 최초로 대리로 진급 못하는 케이스가 될 거다."


나는 이 일이 이렇게 크게 될지 생각을 못했었다. 입사한 지 1년이 겨우 지난 사원인데 다른 사람들은 옆에서도 들어보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엔 너무 걱정되고 당황스러웠다. 나는 칸타타를 소개하고 후원을 부탁드리는 글, 그리고 시간이 되시면 보러 오셔도 좋겠다는 초청의 글로 생각했지만, 팀장님은 위계질서를 무너뜨린 것으로 생각을 하셨다.


힘든 시간 속에 감사한 일들

회사 생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한다. (내가 알기로는 90% 이상이다.) 이 날 이후로 팀장님은 나를 많이 힘들게 하셨다. 회사 생활은 혼자 할 수 없으며, 보고를 통해 일들이 진행된다. 그런데 보고를 하면 사소한 것들까지 확인하는 바람에 같은 일도 다른 사람에 비해 시간이 배나 걸렸다. 물론 나를 대하는 목소리나 태도에서도 반감이 느껴졌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힘든 시간 속에서도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 다음 해 10월에 한국에서 감명 깊게 보았던 칸타타 공연을 미국에서 볼 수 있었다. 7일간의 일정으로 시카고에서부터 시작하여 디트로이트, 보스턴, 워싱턴, 뉴저지를 거쳐 뉴욕에 이르는 여행이었다. 매 도시마다 오후 시간까지는 지역의 유명한 장소를 찾아다니고, 저녁에는 칸타타 관람을 하였다.

시카고 공연장의 모습입니다.

공연을 보면서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를 느꼈다. 한국에서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공연을 보는 반면에 그곳에서는 열렬한 환호와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그리고 복장에서도 차이가 났는데, 한국에서는 평상시 입는 편안한 옷차림이 많았던 반면에 미국에서는 격식 있게 차려입고 온 분들이 많았다. 이는 모든 도시마다 비슷했다. 

디트로이트 공연장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공연장의 크기도 차이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세종문화회관이나 성남아트센터와 같이 국내 최고의 공연장에서 칸타타가 열렸었는데, 이곳들의 객석수는 3천 석을 잘 넘지 못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아레나 (Arena, 농구 경기가 진행되는 큰 실내 경기장) 또는 대형 공연장에서 칸타타가 열렸다. 이곳들의 객석수는 5천 석이 넘었다. (휴스턴의 도요타 센터에서는 만 석의 객석을 두고 열렸었다.) 매 밤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참 좋았다. 도시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공연의 차이점을 보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각 도시의 유명한 장소를 여행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도 감사히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이전에 갈등이 많았던 팀장님과 지금은 참 잘 지내고 있다. 생각해보면 팀장님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 보통의 조직에서는 질서를 벗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하기 싫고 마음에 안 들어도 그 규칙에 맞추는 것을 예의로 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모습에서 벗어난 나의 모습이 충분히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 감사한 것은 갈등이 계속 깊어질 수도 있었는데, 내 마음이 어두움에서 밝은 곳으로 옮겨지면서 오해가 풀리고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한 아버지와 아들이 사막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여행이 길어지면서 가지고 갔던 물이 동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해와 별을 보며 길을 걸어갔지만, 그걸 알지 못하는 아들은 점점 절망이 쌓여갔습니다. 그러다 누군가의 무덤을 마주합니다. 아들은 우리도 저렇게 될 거라며 울지만, 아버지는 이제 살았다며 기뻐합니다. 아들은 무덤을 보며 죽음을 떠올렸지만, 아버지는 이 무덤을 만들어준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이 근처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도 전혀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형편을 바꾸려 하기보다 내 마음을 먼저 바꿔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걱정과 근심에 잠겨있던 마음이 감사와 희망으로 옮겨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추가로 지난 시간에 이어 협상 기술 (Negotiation skill)에 대해 더 살펴보겠습니다. 참조로 협상 기술은 도구 (Tool)와 같습니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사용법을 모르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 실제 상황에 적절히 사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협상 기술 (Negotiation skill)

1. 시장분석 (Market analysis)

여러 회사에서 동일한 파트를 개발하고 생산합니다. 어떤 파트는 국내에서도 여러 업체가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보면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업체, 그리고 근처 중국, 일본 또는 유럽의 일부 나라에 거점을 두고 있는 몇몇 업체만 알고 있다면 전체 그림을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속한 회사에서도 매 년 몇 차례씩 글로벌 회의를 진행합니다. 각자가 위치한 사이트 (Site) 중심으로 어떤 협력사가 있으며, 각각의 품질과 단가 수준이 어떠한지 비교하고 기회를 찾는 시간을 가집니다. 벤치마킹 (Bench marking)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 사급 (Imposed)

구매 파워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단가 협의에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재정, 인력, 정보 및 계약 규모에 있어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구매하는 물량이 많을수록 단가는 낮아질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계약 규모 (구매 물량)에 있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도 대기업에 비해 불리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파트에 대해서 완성차 회사에서 대신 부품 협력사와 협의하여 단가를 결정한 후, (이 경우 부품 협력사는 Tier 2가 됩니다.) Tier 1에 판매를 합니다. 완성차 회사 입장에서는 해당 부품을 여러 파트에 적용시키기에 구매 파워가 있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직접 계약을 맺는 것보다 낮은 단가에 협의 하기에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완성차 회사에서 Tier 2에 물품 대금을 지급하고 Tier 1에서 생산하는 파트에는 해당 부품가를 포함시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Tier 1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이지요. 이 경우 무상사급에 해당됩니다. (부품가는 포함되지 않고 임가공비는 포함됩니다.)


그리고 완성차 회사에서 Tier 1에 부품 대금을 받고 유상으로 공급하고, Tier 1에서는 부품가와 임가공비를 더해 판매하는 경우 유상사급이라 부릅니다. 사급을 잘 활용하면 완성차 회사에서는 경쟁력 있는 단가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고, Tier 1에서는 손실을 보지 않는 선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3. 인코텀스 (Incoterms) 변경

'10. 나의 위치'에서 인코텀스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인코텀스를 조정하면 경쟁력 있는 TDC (Total Delivery Cost) 단가를 갖출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DDP로 운송을 할 경우 협력사에서 운송 업체를 지정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파트 단가에 포함시키는데, 완성차 업체에서 다른 물류 회사와 계약을 맺어 운송할 경우 더 낮은 운송비로 진행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룹 내 물류 회사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DDP를 FOB로 조정하면서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4. 프로세스 (Process) 개선

완성차 회사에서는 여러 협력사들과 거래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협력사들의 프로세스를 비교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A라는 협력사의 프로세스를 개선함으로써 원가절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론적 지식보다는 실제 현장을 많이 방문하며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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