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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Aug 09. 2022

아프리카 해외봉사 1년 (+개발비 상각)

가장 힘들지만 가장 감사했던 시간

사직 (辭職)

앞서 말한 사건들을 겪은 후 입사한 지 1년이 되었을 때였다. 하루는 퇴근하고 기숙사로 가는 중 하늘을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부족했던 감수성이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리고 절망 속으로 더욱 깊게 들어갔다. 무협 만화에 보면 심연 (深淵)의 세계에 들어간 후 주인공이 각성을 하는데 내 마음도 각성을 하였다. 다만 방향이 조금 안 좋았다.


기숙사에 들어온 후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당장 퇴사를 하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집으로 간들 앞으로의 삶이 잘 풀릴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회사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사직 (辭職)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과정이 무서워 시도를 할 수 없었다. 그 이후의 세상도 두려웠다. (당시에 사후세계를 믿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만약에 있다면 그 뒤의 일이 너무 두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행히 피할 길이 잠깐 생겼다. 그 무렵에 2주간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매거진에 쓴 일본 여행도 이때 갔었다.)


그렇게 정말 힘들었을 때 우연히 해외봉사를 함께 갔던 선배와 연락이 닿게 되었다. 전혀 생각지 않았는데 동문회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1년 아프리카 해외봉사

나는 22살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0개월, 케냐에서 1개월을 해외봉사자로 살았었다. 사실 나에게 아프리카는 굉장히 낯설고 두려운 땅이었다. 괴한들에게 납치당하고 큰 일을 겪을 것만 같은 곳이었다. 매우 못살고 가난한 곳으로도 생각하였다. 그런 내가 아프리카에서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지내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이때 아니면 평생 이런 시간을 가지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돈이 생기고 시간이 있더라도 아프리카로 여행을 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물론 1년 동안 지낼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었다. 평생에 한번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해외봉사를 갔었다.


당시 지내던 센터의 모습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도착했을 때 센터 지부장님이 마중을 나오셨다. 밤이었는데 공항을 벗어나자 저 멀리 지평선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것이 보였다. (마치 게임 장면 속 하나 같았다. 사진을 못 남겨 아쉽다.) 지부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별것 아닌 일인데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첫인상이 강했던 것 같다.


마을 학생들과 축구도 즐겨 했습니다.

지부는 요하네스버그라는 도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줄여서 남아공은 세 개의 수도가 있다. 케이프타운, 프리토리아, 그리고 경제수도인 요하네스버그이다.)에 위치해 있었다. 넓은 들판 끝 쪽에 8천 평의 부지로 위치해 있었다. 전통 가옥들이 여러 채 있었고, 레몬나무와 오디나무 그리고 복숭아나무가 많았다. 한쪽에는 *축구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의 해외봉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요하네스버그는 고도가 높다. 축구를 하고 나서 숨이 차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부에서 40분 걸어가면 흑인들만 사는 딥슬룻 (Diepsloot)이라는 마을에 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교육 봉사활동을 하였다. 태권도와 음악을 가르치고, 때로는 작은 캠프를 만들어 아이들을 초대하기도 하였다. 장소를 대관한 후 주민들을 위하여 무료 교육 세미나도 진행하였다.

템비사 (Tembisa) 도시에서 지낼 때, 그곳 아이들과 찍은 사진입니다.

그리고 남아공에는 유명한 대학교가 많은데, 그중에 *비쯔대학 (Wits University) 및 요하네스버그대학 (University of Johannesburg)을 찾아가 학생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그들에게 *월드캠프를 소개하고, 캠프 준비를 함께 할 학생들을 모집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모인 학생들이 그 해 8월에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캠프에 함께 참석하였다.

비쯔대학은 노벨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세계적인 명문 대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대보다 대학 순위에서 높으며 한국에서도 유학생들이 많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하네스버그 대학 또한 남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종합 대학 중 하나로써 많은 유학생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남아공은 영국식 억양의 영어 발음이 많이 남아 있어 영어를 배우기도 좋습니다.
IYF 월드캠프는 세계 수십 개의 나라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대학생 교류의 장이다. 변화, 도전 그리고 교류라는 모토 아래 서로를 이해하고 나아가 세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범세계적 NGO 단체의 대학생들을 위한 캠프이다.
비쯔대학의 전경입니다.

해외봉사는 여러 형태의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나는 교육 쪽 관련된 활동을 하였다. 식수 지원, 건축 봉사도 필요하지만 사실 아프리카에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의 변화이다. 매년 천문학적인 기부 지원금이 아프리카로 쏟아져 들어 오지만 이들의 삶을 개선시켜 주지 못한다. 몇 나라에서 부정부패가 심하기도 하지만 그것 보다도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부재가 그들을 계속해서 가난 속에 살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대학생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진행한 후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한국은 롤모델이 된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우간다 보다도 가난한 나라였는데, 지금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한국의 경제 발전 역사, 그리고 그 기반이 된 정신을 배워서 그들에게 전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활동이 정부에도 전해져 지금은 수많은 나라의 대통령 및 장관들과 면담하고 MOU를 체결해 일을 하고 있다.)

왼쪽 : 템비사 (Tembisa) 마을에서 / 오른쪽 : 케냐 나이로비 (Nairobi)에서

그리고 종종 학생들과 농구와 축구를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 :)


마음의 변화

이때 나는 참 많은 것들이 부족하였다. 내 개인의 능력과 인성뿐만 아니라 (당시에 나는 참 볼품없는 사람이었다. 사실 지금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프리카에서 지냈기에 삶도 부족한 것 투성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금만 갖춰져 있지 않아도 불안해하던 나에게 그 시간들은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해 주었다. 내가 문제라고 여기던 많은 것들이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 잊고 지내었는데, 다시 그때의 시간들을 생각하게 되며 마음에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매사 부정적이었던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 상황은 그대로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내 눈이 달라졌다. 딱 이것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모든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내 마음에 남아 힘을 주는 말이 있다.

'형편이 힘들다고 마음까지 힘들 필요는 없다. 마음은 얼마든지 절망에서 벗어나 소망 속에서 지낼 수 있다.'


개발비 (R&D Cost) 상각

업무에서도 이 말을 적용시킬 수 있다. 하나 예를 들어 보면, 품질 문제나 수익성 강화를 위해 리소싱 (협력사 재 선정)을 검토할 때가 있다. 이때 수익성 유무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투자비, 그중에서도 *개발비이다. 현금으로 이 비용을 지불한다면 다시 회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수익성 검토를 할 때 EOP (End of Production) 파트 수량을 고려한 효과 금액과 더불어 투자비를 얼마나 빨리 회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지표로 고려된다. 1억의 투자비를 1년, 2년 안에 회수할 수 있어야 승인이 이루어진다든지 하는 식이다.

협력사의 파트 개발비와 더불어 OEM 연구원들의 테스트 인력비도 포함된다.


그런데 현금으로 개발비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회수 기간을 무시할 수 있다. 상각 (Amortization)을 통해서 지불하는 방법인데, 양사 간에 협의된 파트 수량에 이자율을 고려하여 상각을 시키면 완성차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 즉, 너무 큰 개발비가 요구된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많다.



나를 믿는 마음이 큰 사람은 내가 보기에 절망이면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믿지 않는 사람은 내가 보기에 아무리 좌절스러워도 내가 아닌 다른 주변에서 희망을 받아서 많은 문제들을 넘어갈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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