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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가 신효인 Sep 01. 2023

파워 F의 일상 속 벅찬 행복

Part 1. 우리 루피는 파워T이지요


바빠서 친구들을 못 만난 지 한 달이 됐다ㅠㅠ

수다 떨고 싶어서 펼쳐보는 일기장. 


어제 을 하나 꿨다.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갔는데, 거기서 갑자기 밥상 차리는 걸 돕게 됐다(꿈이란 원래 개연성 ZERO..ㅎ) 음식이 담긴 그릇 몇 개를 쟁반에 올려서 옮기다, 실수로 그릇을 몽땅 엎을 뻔했다. 사고를 내지 않겠다는 간절함으로 이 악물고, 있는 순발력 없는 순발력 다 끌어 써서  대참사를 면했다. 음식을 쏟진 않았지만, 쟁반 위에 그릇들이 섞여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친구 뒤통수를 보고 친구의 이름을 간절하게 불렀다.


'루피야 루피야 루피야 루피야'


쟁반을 들고 서서는 급한 맘에 친구 이름을 백 번(과장ㅋ)은 부른 것 같다. 분명! 그 헬스장에는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사랑하는 나의 루피는 갑자기 어디서 등장한 건지 모르겠다. 식탁에 앉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던 루피는 내 부름에, 사람들에게 남은 말을 급하게 마저 하면서 날 향해 몸을 일으켰다. 내게 가까이 와서는 익숙하다는 듯=별일 아니라는 듯=괜찮다는 듯 내가 들고 있는 쟁반 위 그릇들을 착착착 정리해 주었다.


'루피야. 나 이거 다 엎을 뻔했는데, 살렸다? 대박이지.' 흥분해서는 루피에게 세상 호들갑을 떨었다. 혼자 난리 부르스를 추니까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낯가리느라 얼굴에서 순간 확 상기를 빼고 점잖게 '아, 별 일 아니에요.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자 또 루피 이름 백 번 부르면서 호들갑 떨다가 꿈에서 깼다.


꿈이었지만, 난처한 상황에 내가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건 내게 감동 그 자체였다. (MBTI: 파워 I&파워 F) 그 감동의 여운으로 조잘조잘 시작되는 오늘의 수다 스타뜨으- 


사람들이 들려주는 내 첫인상은 대체로 비슷하다. 빈틈없어 보이고, 야무져 보이고, 포스 있고, '언니'인 느낌이라고. 동생 바보 K-장녀는 어찌해도 티가 나나 보다. 근데 '언니인 느낌' 빼고는 다 거짓(?)이다.


잘 안 벗겨져서 그렇지 한 꺼풀 벗기면 그냥 헐랭방구 대왕 허당이다. 밥 먹을 때마다 흘리고 묻히고, 뭐 놓고 오고, 다치고, 뭐 깨 먹고. 이런 일이 다반사다. 이런 내가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반전 첫인상 건, 낯가림쟁이라 그저 무척 긴장해서 그렇다. 경계심이 높아서 그런 것도 있고. 완벽주의도 실수하지 않겠다고, 혼나지 않겠다고 허당끼를 컨트롤하다가 갖게 된 거고.


내 사람들 앞에서는 다 무장해제 되고 헐랭방구 대왕 허당 그 자체다. 우리 루피는 나랑 밥 먹을 때 앞치마를 꼭 챙겨주고, 식당에 핸드폰 두고 와서 사색이 되어 식당으로 달려가는 나와 같이 뛰어주는 친구다. 타박하지 않고 뭐든 그러려니 해주는 친구. 그래서 꿈에 등장했나 보다.


루피는 친동생을 제외하고 내 인생에 처음이자 현재까지 마지막 룸메이트다. 계절학기에 미국에서 한 달 동안 호텔방을 루피와 같이 썼다. 루피는 내가 야물딱쟁이처럼 보여서 같이 방 쓰기 쉽지 않겠다고 예상했는데 호텔방 들어오자마자 자기 신경 안 쓰고 옷을 훌렁훌렁 벗어젖히는 날 보고 경계가 풀렸다고 했고, 스킨 토너가 없는 내게 편하게 쓰라고 자기 토너를 통째로 주던 세상 쿨녀 루피는 내게 호감이 아닐 수가 없었다. (루피는 여전히 내게 뭐든 다 퍼준다.) 한 달을 같이 먹고 자고 한 덕에 루피와 나는 빠르게, 진하게 친해졌다. 내게는 서잠버릇도 다 아는 유일무이한 가족 외 사람이다.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 보니.. 내가 어리광을 부리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한 것 같다.


루피도 포함되어 있는 '8자(여덟 자매라서 팔자다ㅋㅎ)'라고 불리는 친구 모임이 있는데, 우리 여덟 명은 1년에 두 번씩 1박 2일로 놀러 다. 다 아끼고 편한 친구들이지만, 잠을 잘 때는 누가 내 옆에 자게 되는지 상황을 살피며 나 혼자 긴장을 하곤 한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피해를 줄까 봐ㅋㅋㅋㅋ 동생이 준 정보에 의하면 내가 피곤하거나 잠자리가 불편하면 코를 골거나 이를 간다고 한다. (TMI 남발 오예- 루피는 이 사실을 미국에서 겪어 알고 있다) 여행 잠자리는 '피곤'과 '불편'이 빠질 수 없기에, 또 그럴 가능성이 컸고 난 '누가 나와 방을 같이 쓸 것인가'하고 지난 여행에서도 혼자 긴장을 했더란다 후후.


밤새서 놀아놓고는 여전히 거실에서 티아라의 '너 때문에 미쳐'를 옹오엉! 옹오엉! 하며 불러재끼고 있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침대에 먼저 몸을 뉘었다. 현실 세계와 숙면 세계 사이를 퐁당대며 넘나들고 있을 때, 내 옆자리에 누운 건 루피였다. 그 순간 나는 후오우오어 하고 안심하며 잠에 픽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루피야, 나 어제 코 골았어?' 아니라는 루피에게 '그럼 이 갈았어?' 물어보니 아니란다. 후훗 얌전하게 잤군.


이런 부끄러운 부분을 '상대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쓰지 않고 맘 편히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건, 나의 예쁘지 않은 부분도 맘 편히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건 무척 행복하다 흐흐흐


나도 너에게 그런 사람이길 바라 루피야

사랑해


꿈 덕분에 일상 속 작지만 벅찬 행복 기록하기 완료오-


룹히야 보고 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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