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 손님과 대화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 중의 하나가 재산을 자녀에게 승계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때 손님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세금보다는 재산이 자녀에게 이전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다.
‘건물을 아직 어린 자녀에게 주면 혹시 큰 재산이 생긴 자녀가 더 이상 삶을 열심히 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방탕하게 살면서 증여받은 재산을 팔아 버리거나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아 흥청망청 살면 어떻게 하나?’
‘내가 죽어도 내 재산이 내가 원하는 대로 쓰였으면 하는데 방법이 없을까?’
‘자녀가 아직은 어리니 내가 죽더라도 자녀 나이 30세가 될 때까지는 은행에서 내 재산을 관리하면서 생활비 정도만 주고 원금은 그 이후에 줄 수는 없나요?’ 등의 상속과 증여로는 그동안 해결할 수 없는 위와 같은 문제들을 최근 금융 기관의 신탁을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어 간단히 소개한다.
신탁을 활용한 상속 재산 관리가 가능하게 된 것은 2012년 개정된 신탁법 제59조 유언 대용 신탁과 제60조 수익자 연속 신탁이 도입되면서부터이다. 하나은행이 이 분야에서는 금융 기관 중 선도적으로 이 업무를 취급해서 하나은행 신탁 상품 및 안내자료를 위주로 하여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동안 상속 후 재산 분할을 미리 상속인이 정할 수 있는 방법은 유언 공정 증서가 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유언장의 공증을 위해서는 상속인이 아닌 두 명의 증인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증인에게 개인의 재산 내역이 밝혀져야 하고 또 유언장 내용을 내역을 변경하고 싶으면 다시 한번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야 해서 상속을 목전에 두기 전에는 다소 불편한 점이 많이 있었다.
반면 신탁은 공증 절차가 필요 없고 당사자가 수탁자인 금융 기관과 신탁 계약을 하기 때문에 바로 유언장의 효력이 발생한다. 만약 평소 운용하는 금융 기관 예금을 신탁을 통해 자녀를 사후 수익자로 지정하면 그 자체가 바로 유언장이 되는 것이다. 또 신탁은 살아생전에는 내 돈이 나의 노후를 위해 쓰이다가 남는 돈은 자녀에게 상속하도록 할 수 있는 재산 관리 기능도 있다. 다시 말해서 노후 보장은 물론 미성년 자녀 또는 일부 방탄한 자녀가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는 금융 기관이 안전한 재산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재무적 후견 역할도 가능하다.
유증을 통해서는 본인 사후에 아들에게 재산을 상속하고 아들이 사망하면 손주에게 상속하도록 할 수는 없다. 상담 손님 중에서는 지금 건강이 좋지 않은 아들에게 재산을 주고 싶은데 혹시 상속 이후 아들이 먼저 사망하면 재산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신 분이 있었다. 혹시 아들이 먼저 사망하면 그 재산을 미성년자인 손자에게 상속되기를 원해서 한 질문이었다. 사실 이런 경우 며느리와 손자가 상속을 받게 되는데 손자가 아직 미성년자이면 며느리가 친권자로서 일정 기간 역할을 한다. 만약 젊은 며느리가 재혼이라도 하게 되면 재산은 다른 방향으로 이전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걱정은 큰 재산이 있으신 손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바로 이런 경우 신탁을 활용하면 수익자 연속 신탁이 가능하다. 아들을 제1수익권자로 지정하고 손자를 제2수익권자로 지정하여 제1수익권자가 사망한 경우 자동으로 제2수익권자인 손자에게 재산이 이전하게 하면 된다.
신탁의 가장 큰 장점을 계약의 유연성이라고 한다면 신탁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집행이다. 직접 신탁 계약에서 정해 놓은 대로 금융 기관이 상속 집행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속인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상의 유언 대용 신탁을 활용하면 그동안 상속과 증여를 통해 해결할 수 없었던 걱정거리들을 상당수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매나 노인성 질환으로 케어가 필요하면 병원비, 요양비, 간병비 등을 신탁 회사가 지급하게 설계하여 본인 부양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비할 수도 있다. 또한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두고 부모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 신탁을 통해 부모 사후 독립적으로 생계가 어려워질 자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자녀에게 하루라도 빨리 증여해야 절세에 유리하다는 것은 알지만 자녀가 혹시 증여받은 재산을 유용하거나 안전하게 지키지 못할 것 같아 고민하시는 경우에도 신탁을 활용한다. 증여받아 신탁 계약을 체결한 재산에 대해 신탁 해지 및 재산권 행사 시 증여자인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게 하여 안정적인 재산 이전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자산관리인은 앞으로 상속·증여세 상담 시 꼭 신탁을 같이 활용하여 플랜을 제시한다면 훨씬 완벽한 상속 증여 플랜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