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화법
인사 시즌이 끝나고 자리가 잡힐 무렵에는 후배들이 종종 찾아온다.
어리기만 했던 그녀들도 어느덧 중간 관리자가 되었다.
관리자가 된 그녀들은 너나없이 팀을 이끄는 고충들을 쏟아 놓는다.
가만히 들어보니 결국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슈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대화에서도 벽을 느끼고 있었고
직장에서는 리더가 된 후 아랫 직원과 소통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살면서 우리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work) 일까? 관계 (relationship)일까?
물론 둘 다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일' 자체보다 '관계'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거다.
아니, 관계 형성 자체가 일이 된다.
‘관계’는 내가 사람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가의 문제이고, 상호작용은 소통을 수반하고,
소통은 대화로 드러난다.
대화의 주된 도구는 ‘말’이다.
말’은 감정선을 직접 건드리며 우리는 ‘말’로 마음을 나누고 ‘말’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나는 평소 어떤 말 습관을 가졌는가?
습관은 이미 내 안에 패턴으로 고착화되어 있어 의식 없이 부지불식간 튀어나온다.
이런 말 습관은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나를 둘러싼 '관계의 질'을 좌우한다.
나는 꽤 인정 있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지만 좀 직선적이고 딱딱한 말 습관을 가졌다.
그래서 까칠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 버렸다. 진짜 나의 모습이 이런
말 습관으로 가려진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가?
자. 그럼 ‘말 습관’을 의식적으로 들여다보자.
흔히 일어나는 맞벌이 부부의 주말 풍경이다.
부인 : 여봇! 너무한 거 아니야? 온종일 소파와 한 몸이네. 당신만 피곤해?
누구는 일 안 하니? 나도 힘들고 피곤하다고. 얼른 일어나 청소기 좀 돌려!
대표적인 주어가 '너"인 You message이다.
상대의 행동이 주제가 되고 나는 그의 행동에 판단, 비난을 쏟아붓는다.
이걸 I message로 바꿔보자.
부인 : 당신 아침밥 먹고는 계속 소파에 누워서 TV만 보고 있네.
나는 당신이 그렇게 좋지 않은 자세로 하루 종일 보내는 게 걱정이 돼.
당신 허리가 좀 안 좋잖아. 허리는 자세가 중요하대.
주제가 상대의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나의 느낌, 염려를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I message로 이야기하려면 부단한 마음 수양이 필요하다.
당신이 남편이라면 위 두 개의 대화에서 각각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첫 번째 대화에서는 마지못해 일어나 청소기를 잡을 것이고 다음 주에도 여전히 소파와 껌딱지 일거다.
두 번째 대화에서는 “그래? 맞아, 허리에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지? 내 허리는 소중해” 하며 가볍게
몸을 일으켜 청소기를 잡지 않겠는가?
이것도 안 되는 남편들이 있다고? 있을 수 있다.
이런 분에 대한 대응은 좀 더 생각해 봐야 된다.
두 번째 상황을 보자
엄마 : 야! 너 정신이 있니? 내일모레가 중간고사인데 지금 게임을 하고 있어?
도대체 대학을 가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미친다. 미쳐!
역시 자녀(상대)의 행동이 주제이고 나는 비난을 퍼붓는 You message다.
어렵더라도 I message로 말 습관을 바꿔보자.
단, 이런 경우는 특히 즉각적인 반응은 피하자.
방문을 슬며시 닫은 후 대 여섯 번의 긴 호흡을 하고 천정을 한번 올려다본 다음 아들방에 들어가자.
엄마: 게임하고 있네. 요즘 무슨 게임이 젤 핫하니? 시험 준비하느라 힘들지? 좀 쉬기도 해야지.
근데 엄마는 좀 걱정되네. 네가 요즘 다른 때보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노력한 만큼 성적이
안 나와 속상해할까 봐.
자녀의 행동이 주제가 아니라 그에 대한 나의 걱정이 주제인 I message다.
이경우의 리스크는 평소와 확 달라진 엄마의 말에 자녀가 오히려 가식으로 느끼는 것이다.
어! 저 여자 뭘 잘못 먹었나?
그래도 자식 놈은 잔뜩 불만스러운 얼굴로 요란하게 PC를 끄기보다는
갸우뚱하며 슬그머니 시험교재를 당길 것이다. 이게 어딘가?
지나온 세월에 내가 자식과 소통했던 방식이 굳어진 만큼
새로운 말 습관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사무실 상황으로 가져와 보자.
상사 : 김 과장, 자네는 입사한 지 10년이나 되었는데 여태 보고서를 이렇게 밖에 못쓰나?
도대체 보고서의 맥락도 없고, 말만 무성하고 액션이 없잖아? 답답하네.
번번이 기대에 못 미치는 부하직원에 대한 비난이 주제이다.
이제 I message로 바꿔보자.
상사 : 김 과장, 이번 프로젝트건 보고서 잘 봤어요. 애썼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나는 김 과장이 이번 일로 한 단계 성장하고 회사에서 인정받았으면 하는데 그러기엔
내용이 좀 약하고 doing이 좀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네. 어떻게 생각해요?
내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
부하직원의 미래에 대한 나의 애정과 기대가 대화의 주제이다.
어떤가?
상대는 보고서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피드백을 받아들이면서도 어쩐지 상사의 나에 대한
깊은 관심이 느껴질 것이다.
굳어진 말 습관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래도 시도하자. 습관도 부단한 의식적 노력으로 서서히 바뀔 수 있다.
말 습관 하나만 바꿔도 내 삶이 편안해질 수 있다는데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나의 감정과 생각이 말로 표현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거꾸로 나의 표현이 감정과 생각을 이끌 수도 있다.
이 말은 말 습관이 나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내면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대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You message vs 그에 대한 나의 걱정, 염려를 표현하는 I message.
두 표현의 차이는 크다. 그리고 이것이 좋은 소통, 좋은 리더십의 출발이다.
나는 앞서 말한 후배들에게 그들의 평소 말 습관을 들어 본 후 간단한 I message 연습을 하였다.
그리고 2주에 한번 정도 그들과 통화를 하고 말 습관의 변화를 코칭할 것이다.
후배들이여! 마음이 바쁘더라도 말 습관은 한 걸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건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