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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Dec 23. 2022

한겨울, 꽃이 그립다면 뉴질랜드로

6편) 지금 여기는 각종 야생화들의 계절

한국은 일주일 넘게 강추위란다. 여기 뉴질랜드 남섬은 지금 유난히 날이 맑고 기온도 살짝 더울 정도다. 여기는 전날 기상예보도 맞지 않는다. 분명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고 해서 우산이며 우비도 가지고 다녔는데 어깨만 아팠다. 그만큼 떼지어 다니는 구름이 많고 이것이  이곳의 날씨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가 보다. 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래도 우산이 쓸모없게 된 것이 좋은 거다.


퀸즈타운을 출발해 와나카호수에 잠시 들러 사진으로 유명한 호수 한가운데서 자라는 나무 한그루를 감상하고 알렉산드라라는 시골도시로 향했다. 사진으로 보았던 와나카 호수 한가운데의 나무는 의외로 외소했다. 참! 평범한 것에 카메라를 대고 신비와 위대함을 만들어 내는 사진의 힘이란 놀랍다. 여행하는 동안 다양한 숙박시설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이번엔 한적한 시골마을의 농장이다.

와나카 호수의 나무와 내려앉은 새 한마리

자녀가 없는 노부부의 허름한 시골집에 짐을 풀었다. 부인은 하루종일 말 4마리를 자식 같이 돌보고 남편도 가끔 말 관련 기구를 제작하는 사람이다. 부인은 주로 바깥일, 남편은 주방일을 주로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이라고 차려낸 것이 참 보잘것 없다. 종류별 시리얼에 종류별 쨈. 그리고 우유가 전부다. 흔한 달걀도 없다니. 따끈한 달걀 후라이가 생각난다.  집안일을 남편이 하다보니 집안도 깔끔치 못하다. 말과 함께 뒹군 등산화를 그냥 침실까지 신고 들어온다. 카펫트가 먼지 투성이다. 으~, 서양식 신발신고 들어오기 문화는 적응이 힘들다. 


친화력이 좋아 어딜 가나 사람과 금새 사귀는 한 친구는 이번에도 부인을 쫓아 말을 돌보며 금세 이 집 부부와 허물을 터 놓는다. 정말 미친 친화력이다. 덕분에 우리는 많은 정보를 거저 얻는다.

부인은 전직 말 허들넘기 선수였다고 한다. 국제대회도 출전했다 한다. 지금은 늙고 아픈말을 돌보며 산다. 사람도 먹기 힘든 비싼 영양제를 말에게 사 먹인다. 그녀의 말 사랑이 짠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검색하다 우연히 찾은 동네 레스토랑. 백여 가구 남짓의 미니 마을에 깜짝 놀랄만한 레스토랑이 허허 벌판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동네사람 다 모여였다 의심할 정도로 야외 정원은 한껏 차려입고 오찬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도 자두나무 아래  마련된 야외테이블에 앉아 정원에 형형색색 피어있는 꽃으로 장식된 양고기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기대하지 않은 시골마을에서 뉴질랜드 최고의 식사를 하다니! 뜻하지 않은 행운이었다. 또 하나의 행운은 이곳 시골집에서 본 밤하늘이다. 별자리 앱을 깔아 온 친구의 설명으로 도시의 불빛의 방해를 받지 않은 까만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은하수까지 보았다. 이 나이되도록 별을 보는 것은 참으로 신비롭고 설렌다. 


다음날 밀포드 사운드에 이은 남섬의 두 번째 하이라이트를 가기 위해 테카포호수로 향했다. 호수가 목적이 아니라 호수에서 1시간 20분 떨어진 마운트 쿡을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이다.


테카포호수를 향해 가며 들판에 양 떼이상으로 군집을 이룬 야생화들이 점점 눈에 많이 띈다.

처음엔 환호를 지르다가 하도 많이 보니 이젠 덤덤하다. 그러다가 테카포호수  근처에 벌판 한가득 분홍, 보라, 드문드문 노란색으로 펼쳐진 루피너스밭에서는 차를 멈추고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시절 뉴질랜드 도로 여기저기 가득한 루피너스. 한국의 화원에서  귀하게 대접받는 꽃이 여기서는 지천이라 신기하기만 하다. 

루핀, 한국 화훼단지에선 루피너스라고 한다.

이 놈들 번식력도 대단한 것 같다. 아주 들판을 싹쓸이 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여름에 오길 잘했다. 비싸지만 뉴질랜드 여행은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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