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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Dec 20. 2022

퀸즈타운에선 와이너리 투어를

5) 젊은 영혼들을 위한 퀸즈 타운

밀포드 사운드 트랙을 마치고 다시 테 아나우로 귀환. 다음날 그곳을 떠나 퀸즈타운으로 출발하기 전에 다시 한번 케플러 트랙을 들렀다. 연 3번을 온 것이다. 우리의 관절녀는 똑 같은 풍경이 반복되는데 뭐러 다시 보냐며 차 안에서 완강히 버틴다. 그래. 그럼 우리끼리 다녀오자.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똑 같은 풍경이란 없다. 


케플러 트랙은 내가 경험한 최고의 트래킹 코스로 남을 것이다. 옆의 친구도 격하게 공감한다. 하루 더 체류하며 전체 17시간가량의 트래킹 코스를 완주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2,30키로가 족히 되어 보이는 배낭을 메고 속속 산으로 들어가는 저 청춘들이 부럽다. 그리고 그녀들의 우람한 장딴지가 부럽다. 원래 허술하지만 최근들어 더 빈약해진 나의 허벅지를 내려다 본다. 역시 건강은 허벅지의 두께와 비례한다. 내말이 아니라 당뇨전문 의사샘의 말이다.

케플러 트래킹

한 시간 둘러보며 이끼와 관중과 상황버섯으로 가득한 영험한 숲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길을 떠났다. 남은 내  인생에 여기 또 올 수 있을까? 아차, 첫날 감격해 몰래 따온 상황버섯은 어디다 놓았더라? 

친구의 말처럼 이곳을 서울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상황버섯 포함해서 말이다. 


테 아나우에서 퀸즈타운으로 가는 길은 봐도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양 떼와 소, 염소 떼가 고개 박고 풀 뜯는 목초지가 계속되던 풍경이 바뀌면서 압도적인 산세가 눈앞에 불쑥 나타날 무렵 멀리 호수 주변에  주택들이 들어선 퀸즈 타운이 보인다. 호수를 끼고 완만히 경사진 곳에 병풍처럼 둘러선 주택들. 엽서에서 본 사진이다.


영국 사람들이 휴양도시로 건설한  여왕의 마을, 퀸즈 타운.

호숫가 가까운 가파른 산기슭에는 관광객을 위한 콘도미니엄의 숙소가 빼곡하게 어서 있다. 도시가 확장 중이라 여기저기 새 건물을 짓는 공사로 소란스럽다. 전체 1키로도 안되는 도시에  관광객이 북적북적. 호수의 액티비티를 즐기는 젊은이들과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파도가 일렁이는 거대한 호수는 바다처럼 느껴진다. 호수 위 육지는 바로 가파른 경사가 시작된다. 그 경사에 겨우 도로를 내고 이어지는 높은 경사에 집들이 시작된다. 가장 높은 집들에는 어떻게 차가 올라가는지 아찔하다. 반면  반대편 호숫가에는  비현실적인 거대한 산맥과 고도를 넘지 못해 산  중턱에 걸려있는 운무가 신비롭다. 흡사 이승과 저승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 상상이 인다.


전체적으로 퀸즈타운은 거대한 자연 가운데 인간이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와 자리 잡은 형상이다. 얼마나 좋았으면! 그러나 역시 주인은 자연이고 사람은 객이다. 언젠가 나가야 되는 세입자다. 후에 원상복구를 염두에 두고  사용해야 한다. 뉴질랜드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듯이.  


그런데 여기 이상한 물건이 눈에 띠었다.  퀸즈타운과 호수를 한눈에  조망하기 위해 200여미터의 산위에 설치한 케이블카가 있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 선이 지나가는 곳에 나무를 모두 베어 버렸다. 마치 더벅머리의 한가운데를 바리깡으로 길게 밀어버린 형상이다. 어찌 이런 짓을! 내 것도 아니지만 불쑥 화가 치민다. 뉴질랜드 답지않다. 퀸즈타운의 속물근성을 엿본 기분이다. 여기도 할수 없군. 케이블카를 타려는 맘이 싹 사라졌다. 그렇지 않아도 왕복비용이 엄청 비싸서 놀라고 있는 와중이라 핑계김에 생략했다. (기억에 왕복 80불)


여기는 호수를 낀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으나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모든 액티비티는 제외했다. 번지 점프하고 스카이 다이빙하고 보트에 매달려 달리는 것은 젊은이들 몫이고 우리는 자연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사실 겁도 나고.  그래서 다음날은  5시간짜리 와이너리 투어를 예약했다.  여기저기 고만 고만한  와이너리가 많은 뉴질랜드다.


유명 브랜드는 아닐지라도 자부심을 가진 작은 규모의 싱글 빈야드(하나의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곳)가  사방에 깔려 있다.

3군데의 와이너리를 돌며 대략 20종류의 프리미엄 와인을 시음하며 식사도 제공된다.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친구들뿐 아니라 일본, 멕시코, 독일, 미국에서 온 동반자들과 금세 술로 하나가 된다.


멕시코에서 온 교수는 진지하게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궁금해 한다. 멤버중 하나를 밖으로 불러 집요하게 남북문제를 질문한다. 나도 온 나라가 마약의 지배를 받고 폭력과 살인이 남무 하는 멕시코에서의 삶이 평범성을 가질수 있는지 의아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화염과 불안을 품고 사는 곳이 비단 우리와 멕시코뿐이랴!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지 않은가?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도 이미 세계의 눈에서 잊혀지고 비참함이 일상이 된 나라들. 갑자기 마음이 울적해 지지만 곧 사방을 둘러본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퀸즈 타운의 와이너리 

유난히 맑고 청량한 날씨와 와인에 취한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 네이버 뉴스를 보니 한국은 영하 18도이고 폭설도 내렸다는 소식이다.


갑자기 동토의 땅이 되어 고생하고 있는 가족들이 걱정되고 빈집의 보일러가 멈출까 봐 신경 쓰이지만 어쩌랴! 기왕 온 뉴질랜드를 맘껏 즐겨야지. 한겨울엔 뉴질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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