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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Dec 24. 2022

여름에 만나는 설산, 마운트 쿡

7편) 여기가 몽블랑? 아니다. 마운트 쿡이다.

오후 1시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아침부터 서둘렀다. 테카포 호수에서 마운트 쿡으로 가는 길의 한 시간 반 남짓 드라이브 코스도 환상적이다.


우측으로  호수를 끼고 호수 너머로는 머리 위에 하얀 눈을 이고  병풍처럼 펼쳐진 산을 바라보는 것은 영험한 느낌마저 일게 한다.


산맥 중유난히  높아 단연 돋보이는 마운트 쿡은 목적지에 가까이 갈수록 선명하게 다가온다. 남섬에서 제일 높은 3700미터의 설산인 마운트 쿡을 가는 것은 누군가의 버킷 리스트이다.

마운트 쿡 입구, 소박한 건물

목적지에 도착.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지에 시설은 거의 없다.  화장실 건물 하나, 밤샘으로 트래킹하는 여행객을 위한 간단한 샤워시설, 준비해 온 음식을 먹는 공간 하나. 참 소박하다. 여기가 어디다라며 크게 떠들만도 한데 모든게 최소한으로만 갖춰있다. 그게 뉴질랜드다.  여행객은 지나가는 무리일뿐, 여기서의 주인은 자연 그자체이다. 여행객의 편의와 돈 벌이보다는 자연을 그대로 지키겠다는 기준이 곳곳에 느껴진다.

그렇다고 설마 했는데 스낵코너도 없다. 아니 우리 점심은?

 

마운트 쿡을 향한 4시간의 트래킹을 시작했다. 후커 밸리 트랙이다.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완전한 모습을 연중 100일만 보여준다는 마운트 쿡. 일단 챙겨온 칼로리 바로 허기는 면했다. 

마운트 쿡, 후커밸리 트랙

오늘은 초여름 날씨에 파란 하늘이 배경이 되어 쿡의 삼각형 정상의 설산을 눈이 부시도록 선명하게 보여준다.


트래킹은 완만한 길이다. 이맘때 다녀온 동네 친구의 충고로 가방에 패딩조끼 넣고 소나기를 대비해 우비와 여벌의 양말을 챙겼다. 그리고 스틱까지 준비하고 길을 나서는데 웬걸! 한여름 복장에 등짐도 없이 가벼운 조깅처럼 나선 사람들이 더 많다. 슬리퍼를 신은 사람까지! 두 살도 안된 유아까지 트래킹을 하고 있다.


과도한 차림세로 우리 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무거운 배낭을 지고 땡볕을 걸었다. 걸으면서 허물 벗듯이 하나 하나 옷을 벗는다. 오늘 일기예보가 맞지 않았고 날씨가 좋은 것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다가도 비가 오면 바람 불고 추워지고 흠뻑 젖는다니 날씨는 아무도 모르는 것.


어깨는 무거워도  멋진 트래킹이었다. 트래킹 중간중간에 만난 옥색 개울과 마운트 쿡 바로 아래 석회질을 품고 있는 회색 호수, 그리고 호수 위를 둥둥 떠있는 빙하들.

마운트 쿡, 빈약한 빙하

안타까운 것은 빙하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이 또한 온난화의 영향이겠다. 


환상적인 트래킹을 마치고 인근 리조트 타운의 독점적인 레스토랑에서 3만 원에 가까운 맥도널드보다 못한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관광지니 이해하자. 

뉴질랜드 정부는 이때만큼은 관광지의 바가지를 적극 장려(?)한다는 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하늘이 시꺼멓고 우박 섞인 비가 차를 강력하게 두들겼다. 왔던 길을 돌아보니 마운트 쿡의 정상은 이미 회색구름에 가리어져 있다.  휴! 운이 좋았다.



돌아오는 길엔 테카포 호수 근처에 노천온천에 들러 몸을 담갔다.  시설은 좀 실망스러운 곳이지만 그 또한 어떠랴? 눈앞에 병품처럼 펼쳐진 웅장한 산맥만으로도 호사다. 뉴질랜드에선 과도한 시설은 없다. 꼭 필요한 것만 기능에 충실하게 있을 뿐이다. 실용의 나라 뉴질랜드다. 

마운트 쿡, 후커밸리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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