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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Dec 27. 2022

로토루아 가는길, 사방이 유혹

8) 남섬과 다른 북섬의 매력

남섬이 동쪽은 광활한 초원, 서쪽은 영험한 산맥이 끝없이 펼쳐진 모습이라면  북섬은 둥글 둥글 낮은 언덕으로 이루어지는 편안하고 정겨운 풍경이다. 마치 우리의 경주 왕릉이 생각난다. 


마운트 쿡에서 크라이스처치로 다시 돌아와 텅 빈듯한 도시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냈다. 여기 사람들은 다 어디 갔기에 도시가 이렇게 텅비고 조용할까? 이브날 연인끼리, 친구끼리 명동과 강남을 한가득 메우는 인파와 화려한 불빛의 서울과 대조된다. 내일부터 1월 초까지 웬만한 상점이 긴 휴가에 들어간다고 하니 혹시 밥 못먹을까봐 걱정된다. 그러나 그럴일은 없었다. 관광지의 대형 슈퍼는 영업을 했다. 다행이다.


다음날 오클랜드행 비행기를 탔다. 공항에서 렌터카로 곧바로 로토루아행. 이번에도 로칼 회사인 APEX를 이용했다. AVIS보다 훨씬 싸다. 차량은 동일하다. 


가는 길에 반딧불 동굴로 알려진 와이토모에 들렀다. 그로우 웜이라는 곤충이 칠흑 같은 동굴천장에 붙어 있어  은하수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배를 타고 지나가며 본다. 우리의 반딧불과는 좀 다르다. 여기 저기 쏘다니지 않고 동굴 천장에 길게 6개월씩 꼭 붙어 있다고 한다. 먹이 활동은 어떻게 하냐고? 입에서 타액을 길게 내려뜨려 여기 걸린 날벌레가 식사란다.  천장에서 길게 내려뜨린 수많은 타액이 마치 영롱한 크리스탈 같다.

와이토모 동굴- 동굴안은 사진촬영 금지

아이들 포함 빽빽하게 배에 탄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꺾고 천장을 바라보며 숨죽이며 그 신비로운 광경을 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히 아이들은 훗날 잊지 못할 기억이 되리라.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오클랜드에서 로토루아 가는 길은 멀었다. 차로는 3시간인데 가는 길에 발길을 붙드는 경탄스런 자연의 모습에 5시간이나 걸려 로토루아에 도착했다. 와이토모 동굴뿐 아니라 한적하고 외진 곳에 숨어 있으나 파란색을 내는 신비한 동네 개울 블루 스프링. 길가 한복판에서 퐁퐁 솟는 온천에 몸을 닫그는 마을 주민들. 

블루 스프링

남섬이 하얀 구름의 섬이고 북섬은 흰 연기의 섬이란다. 역시 북섬은 온통 화산지대의 연기나는 섬이다.


크리스마스라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한 끼 굶을 것을 각오하고 시내로 들어서는데 사람들로 북적이는 인도음식점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곳은 중국음식보다 인도 음식이 꽉 잡았다. 도시 곳곳에 퍼져 있는 인도인들. 그들은 무슨 연유로 고국을 떠나 뉴질랜드, 호주로 정착해 도시를, 나라를 움직이는 모세혈관이 되었을까? 많은 인구? 잠재력은 있으나 아직 발휘되지 못한 경제,사회적 환경? 아무튼 인구 많은 중국의 화교가 선택한 곳들이 아시아라면 인도인들은 이곳과 유럽, 미국을 선택했나보다. 모두 영어권이다.


긴 기다림 끝에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농장형 숙소로 향했다.  시내에서 떨어져 있고 초원에 둘러싸인 능선 꼭대기에 집이 있을까 싶었지만 도착한 집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완벽한 집이었다. 역시 에어 비엔비의 평점은 이유 있다. 빵 굽는 남편과 정원일을 하는 아내가 사는 집이다. 주방을 사이에 두고 완벽하게 나뉘어 있는 주인댁과 여행객의 공간. 그리고 정성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집안 구석 구석.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정원. 그것은 주인댁 부부의 10년에 걸친 작품이었다. 

주인댁 정원

더욱 감격한 것은 아침식사였다. 정원이 보이는 전망 좋은 식탁위엔 각종 먹거리가 정성스레 준비되어 있었다. 각종 과일, 요거트, 토스트, 왠지 더 신선해 보이는 우유, 각종 잼, 각종 무슬리, 그렇게 먹고 싶었던 계란요리, 여러가지의 차. 그리고 멋진 식기류와 냅프킨. 호텔보다 좋았다. 모두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주인댁 냉장고에서 발견한 김치. 아니 우릴 위해 준비했나? 먹고 싶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자신들도 김치를 좋아한단다. 말로라도 권하지 않는 걸보니 줄 생각은 없는 듯 하다. 서운했지만 그래도 이곳까지 김치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하니 반가왔다. 


삼일 내내 같은 메뉴였지만 질리지 않았다. 주인댁의 정성에 괜히 안해도 되는 식탁정리를 깔끔히 하고 식기세척기에 그릇도 각을 잡아 넣었다. 안방 크기 만한 반짝 반짝한 화장실도 왠지 깨끗하게 써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사용한 타월도 얌전히 바구니에 넣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도 휴지로 싹싹 흩었다. 

우리가 떠난 후 올린 주인댁의 후기는 우리들에 대한 칭찬과 찬사로 가득했다. 동서양 불문, 역시 받은 만큼 주는 것이 인간사다.


다음날 친구 둘은 너무나 아름다운 숙소를 즐기고 싶어 오전 일정을 포기했다. 둘은 남고 둘은 예정대로 화산지대를 방문. 유황냄새와 뜨거운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품고 있는 광물의 종류별로 형형색색 다른 빛깔을 띠는 화산의 트래킹코스를 돌았다. 


와이 오 타푸! 산책로도 잘 되어 있다. 오전 10시 15분에 땅속에서 물기둥을 쏘아 올리는 Lady Knox Geyser. 열라 뛰었는데도 4분 늦어 20미터 물줄기를 놓쳤다. 뒤 늦게 허연 연기 기둥만 보고 만족해야 했다. 

Lady Knox Geyser


여기서는 오스트리아 여성과 동선이 계속 겹쳐 서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짤스부르크에서 살며 이제 대학 1학년이라는 여학생. 여행중에 만난 외국여성 중 혼자인 경우가 많다. 그녀도 자기를 찾는 여행중일까? 밀포드 사운드에서 만난 독일 여성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도 혼자 해외 여행하는 경우가 많을까? 내 딸은 항상 친구들과 몰려 다닌다.  이렇게 홀로 하는 여행도 괜찮겠다. 지난 여름에 홀로 갔던  제주 한달 살이가 떠오른다. 은퇴를 하고 환갑을 앞둔 시기에 지난 삶을 다시 돌아보고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생각하고 정리한 좋은 홀로여행이었다. 젊은 여성들에 권하고 싶다. 위험하다고 부모님이 말리는가? 어차피 인생 자체가 위험투성이다. 


남섬의 하이라이트가 밀포트 사운드와 마운트 쿡이라면 북섬의 볼거리는 로토루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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