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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Dec 18. 2022

뉴질랜드는 트래킹 천국

3편) 밀포드 사운드를 위해 테 아나우에 진입

오전에 더니든의 라나크 성을 구경한 후 밀포드사운드를 트래킹 하기 위한 베이스캠프인 테 아나우로 출발.


라나크성은 19세기 뉴질랜드에 정착한 한 영국인이 지은 성인데 유럽의 고성에 비하자면 참으로 소박하기 짝이 없는 건물이다. 건물이 초라한데 비싼 입장료를 받으려다 보니 그나마 정원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다들 알겠지만 뉴질랜드는 역사가 깊은 건물이 없다. 그리고 국립이든 사립이든 입장료가 비싸다. 보통 30달러가 넘는다. 우리돈 24,000에 볼것은 매우 빈약하다. 유럽의 고성을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고성에 딸린 사랑방 정도?


이동중 끝없이 펼쳐지는 목초밭에 고개 박고 풀 뜯는 소와 양들의 모습이 데자뷔처럼 펼쳐진다. 양이 26백만마리, 소가 5백만 마리란다. 인구 5백만에 말이다. 산업의 약 반이 목축업이다. 여기 양들은 작고 아담하다. 유럽 어딘가의 양처럼 뿔이 고사리순처럼 둥글게 말린 거구들이 없다. 소들도 흑소가 많고 체구도 아담하다. 우리나라의 황소보다 몸집이 작은것 같다. 왠지 정겹다.


그렇게 서너시간 달리다  평활한 대지의 풍경이 사뭇 달라지는 순간 멀리 설산이 보이며 테 아나우에 진입했다. 와!, 멀리 보이는 희끗 희끗한 설산. 탄성이 터진다. 

케플러 트래킹코스에서 만난 야자수처럼 자란 양치류

숙소에 짐을 풀고 뛰쳐나간  피오르드 국립공원 안의 케플러 트래킹 코스는 아름답다 못해 영험했다. 하늘을 향해 뻗은 세콰이어 밑에는 우리의 관중(고사리류) 같은 양치류 식물이 숲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땅이 안 보일 정도 융단을 이룬 이끼들. 


영화 어딘가에 있을 법한 숲이다. 혹시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의 배경이 되지 않았나 조회해 보니 아니다. 반지의 제왕 촬영지는 남섬의 캐슬힐이라고 따로 있다. 아바타는 중국의 원가계, 장가계이고.  거기도 죽기전에 꼭 가봐야 되나?          

케플러 트래킹의 이끼들

한국에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동반자의 한탄이 들린다. 잠시 상상력이 발동한다. 노우! 만약 이런 곳이 서울 근처에 있다면 벌써 쑥밭이 될 것이다. 나만해도 짐싸들고 아주 이사도 할 판이다. 


한없이 걷고 싶으나 오후 9시가 넘으니 살짝 어둑한 기운이 몰려와서 발걸음을 돌린다.


3일을 이곳에 묶으려고 슈퍼에서 장을 보아왔다. 외식비는 우리의 1.5배 정도이고 슈퍼의 물가 역시 그 정도이다. 비싸다.


4명 한 끼 간단한 외식비가 150달러다. 문제는 뉴질랜드 외식음식이 참 별거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음식이 피시 앤 칩스이고 양고기나 소고기 구이에 특별한 음식이 없다. 아!. 버거 앤 칩스도 있네.  참 이사람들 감자튀김 참 좋아한다. 모든 음식에 감자투김이 있고, 음식이 나오면 처음 먹는 것처럼 감자부터 집어든다. 


특별할 것 없는 햄버거가 25달러 이상이다. 우리돈 2만원 정도이다. 

식료품 가격도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만큼 비싸다. 오이 한 개에 2천원, 적양파 1개에 3천원, 수퍼의 빈약한 샌드위치 1개에 15달러. 기겁을 했다. 우리돈 만원이면 장바구니에 오이 한개, 양파 한개, 그리고 감자 서너알이다. 


모든 게 비싼 뉴질랜드. 이해하자. 청정국을 지향하면서 목축업 이외에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 수입관세가 붙겠지. 그런데 낙농국가의 유제품은 왜 안 싼 거지? 우유, 요거트, 치즈도 우리보다 약간 비싸다. 그냥 물가가 비싼가? 2021년도 일인당 국민소득은 46,000천달러 정도이던데.  역시 물가는 국민소득에 비례하나 보다. 

케플러 트랙

아무튼 숙박비와 카 렌트비를 포함해 싼 것이 없지만 그도 이해하자. 여름 성수기의 관광지를 다니는 댓가라고. 기가 막히게 싼 것은 골프 라운딩 피이다.  10달러, 우리돈 8천원인 곳도 있다. 하긴 광활한 목초지를 조금만 손 보고 깃발 몇개 꽃으면 골프장 한개 뚝딱 만들겠다. 땅 값이 얼마나 하랴? 


테 아나우에서 3일을 묵었다. 밀포드 사운드로 가기 위한 베이스 캠프지만 거쳐 가는 곳만은 아니었다.  피 오르드 국립공원 내 케플러 트래킹 코스는 다음날 또 찾아갈 정도로 멋있었다. 그 깊고 영험한 숲의 기운이란!


하루 종일 걷고 싶을 정도로 깊은 숲속의 상쾌한 내음. 대지와 바위 전체가 이끼로 옷을 입었다.

평소 천식기와 축농증,  무릎관절로 걷는 거라면 질색 팔색인 친구도 3시간이 넘게 기침없이 잘도 걸었다. 케플러 트래킹이 남섬 최고의 트레일 코스가 아닐까? 


호수와 멋진 트래킹 코스와 저렴한 골프 코스. 다 때려 치우고 여기서 그냥 푹 머물고 싶다. 이게 진정 휴식 아닐까? 슬쩍 머무는 숙소 근처의 집값을 알아 보았다. 대지 100여평에 40여평 정도 건축비 포함 10억이다. 이게 싼건가 비싼건가? 남쪽 끝의 외진 마을치고 싸지 않다. 역시 집값도 국민소득에 비례하나 보다. 27년전 생각했던 뉴질랜드로의 이민을 다시 생각하려다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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