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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Dec 18. 2022

남섬의 하이라이트- 밀포드 트랙

4편) 죽기 전에 가봐야 할 밀포드 사운드

테 아나우에서 아침 6시에 출발  밀포드로 향했다. 양 떼의 목축장풍경이 갑자기  설산으로 바뀐다. 꼭대기의 하얀 눈과 여기저기 흘러내리는 가느다란 실 폭포. 목표에 다가 갈수록 한가로운 양떼 목축장은 드문 드문해 지고 버려진 땅처럼 누런 초화류가 나타난다.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처음 보는 긴 터널.  산을 관통하는 터널이다.  써든 알프스가 남섬의 서쪽의 끝과 끝을 길게 자리하고 누워있으니 산을 넘으려면 터널로 뚫고 갈수 밖에 없다. 


1시간 반을 달려 드디어 밀포드 선착장에 도착. 유명세 치고 참 소박한 시설이다. 여기서 미리 예약한 트래킹 안내자와 10분간 보트로 이동.


동반자들의 도가니 사정으로 3일 풀 코스 트래킹은 진작 포기하고 하루 트래킹 코스를 시작했다. 우리가 올라가는 동안 3일 트래킹한 남녀들이 코스를 마치고 내려온다. 안내자의 사전 팁이 아니었으면 깜짝 놀랐을 거다. 3일동안 땀흘리고 씻지 않은 몸에서 나는 냄새 작렬.  그러나 왠지 외면하기 보다는 친근하고 부럽기까지 하다. 나는 언제 저걸 해보나.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데. 


중생대 밀림을 연상케 한다. 대지를 점령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공중에 주렁주렁 늘어진 이끼들. 중간중간 계곡과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


비교적 평탄한 원데이 트래킹 코스다. 그러나 쇠파리 비슷한 샌드 플라이의 공격.

밀포드 트랙의 석양

벌레퇴치제를 손과 옷에 붙였지만 한 친구에게 유난히 달라붙는다. 심지어 따끔하게 물기까지 한다. 까만 머리와 까만 옷을 입은 친구를 좋아하나 보다. 희끗 희끗한 머리를 가진 우리는 참을만 했다. 그러게 좀 같이 늙어 가야지.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 투어(3시간 소요)

왕복 5시간의 트래킹을 마치고 선착장으로 귀환. 이어 크루즈를 타고 3시간 남짓 피요르드 해안을 왕복했다. 크루즈와 함께 따라오는 돌고래 가족에 환호하고 절벽 밑의 바위에서 졸고 있는 바다사자를 지척에서 구경하고 쏟아지는 폭포 바로 아래까지 배를 댄 선장의 서비스로 옷을 흠뻑 적시기도 했다.


우리 여행팀 멤버에 홀로 온 독일인 여성이 있었다. '자기를 찾는 여행'을 한다는 40대로 보이는 기골이 장대한 여성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자 셋, 남자 하나의 우리팀 조합을 만나는 사람마다 설명하고 다니고 있던 차였는데 그녀도 우리관계를 묻는다. 여고 동창생 3명이라고 말했는데도  "three wives?"라며 눈을 똥그랗게 뜬다.  아니, 이 여자가? 우리가 뭐 사우디에서 왔는 줄 아나? 


밀포드 사운드는 뉴질랜드 남섬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행복해하는 친구들과 운 좋게 화창한 날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요즘따라 날씨가 굿!이지만 이 계절에도 비바람이 치는 날이 많다고 한다. 


미리 다녀온 친구와 블로그의 조언에 따라 추위에 대비해 겹겹이 껴입은 옷들로 땀을 흘린 것만 빼고는 최고의 경험이었다.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베이스캠프인 테 아나우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수천 평 들판을 가득 메운  루피너스 꽃밭. 간간히 보던 루피너스가 야생화가 되어 떼지어 피어 있는 것이었다. 와우! 그러나 이건 시작이었다. 남섬은 곳곳이 루피너스의 섬이었다. 


누군가 일부러 조성한 것 같지는 않은데 흰색, 분홍색, 보라색의 수만 개의 루피너스가 끝없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   으! 동네 농원에서 개당 만 오천원이 넘게 파는데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수 억원이다.


관광명소도 아닌데 어느덧 지나가는 차들이 멈추고 모여든다. 뜻하지 않게 횡재한 기분이다.

위치는 기억하건대 레이크 군(GUNN)과 EARL MT. 트랙 사이에 있다. 혹시 이 계절에 여행하시는 분들은 지나치지 마시길. 


꽉 찬 밀포드 사운드 트랙을 마치고 돌아온 하루. 뉴질랜드 도착 6일 중에 제일로 보람차다.

역시 여기는 남섬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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