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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Nov 03. 2021

나의 장례식

나를 버린 세상

딸은 엄마를 잃었고 콩이는 온 세상을 잃었 세상은 나를 버렸다.




남편과의 트러블이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격해지고 난 후에야 그렇게 아픈 중에도 다시 생각을 해보기 위해 노력을 했다.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순간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가 남편과 결혼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어느 한순간도 진심으로 사랑받아 본 적이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그때 그 순간에 내가 아 다른 어떤 여자가 있었더라도 결혼만 할 수 있었더라면 상관없었을 거란 얘기였다. 그렇지 않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최소한 사랑했던 사람이) 이토록 무참하게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남편을 미치도록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그래서 남편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도 바로 내치지 못하고 품어주고 덮어주려 노력했는데... 여태껏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었던 거였다. 내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어린 나이에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던 사람은 그저 허상이었던 것이다.




어느 밤 너무 심한 통증에 교회 담임 목사님께 전화로 안수기도를 받고 문득, 정말로 '문득' 평생 처음으로 친정엄마에게 전화해 마약 진통제와 고통에 잔뜩 취한 채 울면서 아프다는 얘기를 했다. 평생 처음로.

 항상 괜찮다고만 말하고 살았었다. 

그런데 다음날 가족 중 한 사람이 전화해

"아프면 방문 쳐 닫고 들어가 혼자 참"

라고 다. 통증이 생겼을 때 엄마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엄마도 많이 힘들다.

"참기 힘들면 차라리 죽어버려"라고 했다.


그 말 한마디로  거미줄 같은 신경 끊어져 버고 말았.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칠 전 가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던 권사님 한 분이 2년여의 암투병을 끝으로 나와 마지막 연락을 한 사흘 후에 중환자실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며칠 후 소천하셨다. 

삶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 견디고 참아낼 수 있는 방법도, 마음도 겐 없었다. 모든 것들이 게 너는 죽어야 돼. 알고 있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운명은 끊임없이 게 속삭다.

너는 이제 그만 죽어야 한다고....


"네가 이래도 견디겠다고? 다들 네가 필요 없다고 하잖아? 남편도 널 사랑하지 고 부모도 널 버렸어. 딸은 너 때문에 아프고 그 아픈 몸으로 어쩌면 평생 동안 네 팔, 다리 노릇을 해야 할지도 몰라.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다 널 떠나는데 네가 뭐라고 견디고 버텨? 너만 없으면 돼. 너만 없으면 다들 행복할 거야."


게 있었던 그날의 일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의 선택이 아니었다. 내 몸과 마음은 죽음으로 내몰려졌을 뿐이다. 넌 죽어야 한다는 운명에 내몰려 무섭고 두렵지만 어쩔 수 없이 그 길로 갈 수밖에 없었것뿐이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방법을 알지 못했다.


2019년 2월 13일 이 새벽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간에 딸과 콩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가지고 있던 다량의 수면제와 신경 안정제, 마약 진통제 수백 알을 삼키고 깊고 오랜 잠에 빠져 들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후회가 되지도 않았다.


그저 미련과 슬픔, 고통과 안도가 뒤섞인 알 수 없는 마음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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