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병으로 통증과 고통에 시달리면서 글을 쓰는 것을 통해 육체적인 고통과 마음의 상처에 대한 위안을 많이 받지만, 사실 병에 대한 글을 쓰는 순간에는 감정적인 것을 다 드러내지 않고 가능한 담담한 상태에서 글을 쓰려고 노력하게 된다.
내가 어떤 병에 걸려있고 그 병의 고통이 어떤지를 설명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을 다 내려놓고 빗장을 풀어버리면, 마음 저 깊숙이 감춰 두었던 힘들고 지친 지나간 감정들이 물 밀듯이 차오르고 파도처럼 밀려와 글이 엉망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내 우울증 마저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내 병과 내 고통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제삼자가 나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한 걸음 떨어져서 글을 쓰려고 노력하려 한다.
내가 견디고 견디다, 버티고 버티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마지막까지 죽을힘을 다해 붙들려했던 삶의 끈을 놓았을 때가 불과 1년 6개월 전이었다.
그 후에 병원에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은 글로 쓸 수 있는 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온 삶의 흔적 중 가장 가슴 아픈 상흔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나를 간병하는 딸과 함께 가능한 한 많이 웃고 많이 얘기하고 많이 먹으려 노력하고, 나 스스로도 달라지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는다.
지금과 그때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지만, 또 어떤 증세는 덜하고 더해진 것도 있지만 아직도 가끔은 두려운 마음이 앞설 때가 많다.
내 병중에는 아직까지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 (그것도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CRPS, 베체트, 혈관성 두통, 섬유 근육통 등) 많고 한시도 벗어날 수 없는 통증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 수시로 마음이 바닥을 치는 건 막을 방법이 없다.
이런 와중에 항상 밝은 마음을 유지하는 건 너무 고단하고 힘든 일이다. 통증을 참는 것만큼이나 밝은 마음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도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난 가면을 쓰고 사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때가 많다.
항상 가면을 쓰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내 속마음을 내 보인적이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언제쯤이나 돼야 완전히 이 가면을 완전히 벗어도 될 때가 있을까?
언제쯤 내 얼굴로 진심으로 편안하게 웃을 수 있을까?
언제나 돼야 울지 않고 내 얘기를 할 수 있을 때가 올까?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내가 나를 놓는 일이 다시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날이 있을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때가 오기는 할까?
인생은 잔인하다.
정말 미치게! 죽도록! 아프다.
모든 게 꿈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