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아이가 희귀 난치 병에 걸렸음에도,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명의자 이기만 했던 저를 개인 회생으로 내몰고 모른 척했을 때만 해도 남편과 이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입으로는 못 살겠다는 말을 노래처럼 되뇌고 있었는데도 말이에요. 제가 조금만 더, 매일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하면 남편이 언젠가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것이 덧없는 헛된 희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대차게 끊어내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어요.
함께한 세월이 길기도 했고 아이의 아빠라는 것이 무엇보다 제 마음을 모질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이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제가 선택한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제 끝이 보이고 있다는 걸 압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갈등이 저희 부부에게 찾아왔고 그로 인해 진지하게 이혼을 생각해야 할 순간이 닥쳤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철저하게 저의 입장에서 쓰인 일방적인 주장이 되겠지만 지난 10년간의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도 견디며 살아낸 제가 보여드리는 저의 삶에 함께 동참해 주시고 힘이 돼 주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