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믿음 생활
제자대학을 졸업한 후엔, 비록 몸은 많이 아프고 힘들었어도 비로소 내가 제대로 된 신앙인으로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제 몫을 해낸다고 생각할 만큼 여러 가지 일들을 맡아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내가 제자 대학을 마치길 기다렸다는 듯 성가대에선 '총무'를 여성 중창단과 새벽 찬양단에선 '단장'의 임무를 맡겨 왔다.
스스로 약간은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차가운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았던 나였지만, 막상 여러 가지 일을 맡아보니 그건 착각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나 싶을 만큼 날고 기며 리더로서 모든 일들을 즐겼다.
성가대에서 총무를 맡으면서 숨기고 있던 달란트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었다.
우선 은행을 다녔던 경험을 십분 발휘해 장부정리에 혁신을 선보였다.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관리하던 장부였던 탓에 끝전까지 맞춰져 있지 않던 것을 습관대로 깔끔하게 정리했고, 나중엔 교회 전체의 회계를 맡아보는 곳에서 러브콜을 주시기도 했다.
우리 성가대는 매주 본예배 시작 전과 끝난 후에 연습은 물론 이었고 주중에 수요 예배 후에도 연습이 있던 때가 있었다. 주일 예배 때에도 간식과 음료가 준비가 되긴 했지만, 수요 예배 후에 연습엔 퇴근 후 식사를 챙기지 못하고 오는 성가대원들이 많아 부족한 솜씨지만 직접 음식을 만들어 연습실에 가져갔다.
비가 오는 날엔 김치전과 함께 애호박과 양파, 부추를 넣어 부친 부추전을 가져가고, 카레덮밥을 듬뿍 만들어 가거나 떡볶이와 뜨거운 어묵탕, 그리고 집에서 만든 미니 핫도그를 가져가 환호를 받은 날도 있었다.
그밖에 샌드위치나 제육덮밥, 여러 가지 반찬으로 만든 집밥 등 내가 만들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음식들을 만들어 1년 반 총무를 맡은 동안 성가대원들과 함께 나누었다.
내가 만든 음식들로 성가대원들을 섬기고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을 함께 드리는 시간들은 힘들고 고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나만이 할 수 있었던 즐거운 섬김이었다.
여성 중창단의 단장을 맡은 후엔 교회의 여러 행사뿐만 아니라, 노회에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중창대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여러 음악 공연회를 관람하며 듣는 귀를 열었고 실력이 올라가기를 소망하기도 했다.
비슷한 연령대의 집사님들과 함께하는 중창단에서 비교적 나이가 어렸던 나는 막내라는 자리로 사랑받으며 함께 찬양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었다. 평생 이렇게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하나님을 믿으며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될 그런 날들이었다.
교회를 다니게 되면서 가장 먼저 시작했던 새벽 예배의 기도 시간을 통해 얻었던 위로와 은혜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 시간을 열기 위해 이른 새벽어둠을 뚫고 추위와 더위를 마다하지 않고 애를 써주는 새벽 찬양단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그들과 함께 봉사하게 되었을 때는 삶에서 오는 모든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쉽게 지치고 아픈 몸으로 매일 새벽 시간을 지키는 것은 무리였지만, 함께 했던 새벽 찬양대원들과의 유대와 격려, 기도로 마음을 다독이며 믿음을 다질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간식을 나누고 연습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조찬을 나누는 시간은 소소하면서도 진한 기쁨을 내게 선사해 주었다.
이런 시간들을 지나며 남편과의 불편하고 힘들었던 갈등도 잠시나마 잊었다고 생각했고, 사춘기를 지나는 딸을 위해 최선을 다해 기도해 줄 수 있었다.
또 한 번 힘든 인생의 고비를 넘기는 순간 하나님께서 나를 지키고 보호하신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다.
만약 내게 하나님과 교회가 함께 하지 않았다면,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교회를 다니며 얻은 것 중에 중요한 것을 한 가지 더 말하라 하면 그건 '사람'이었다.
세월이 지나 나이를 먹으면서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일 일거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은혜덕에 내겐 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여럿 있었다.
어릴 적부터 내 주변엔 항상 사람이 모였고, 이렇게 저렇게 생김이 다른 친구들이 서로를 아끼고 아껴주며 내게 인복(人福)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주었다. 나 역시 인생을 살아가며 사람들을 만날 때 나 스스로가 그 사람에게 복(福)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득실(得失)을 따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가진 좋은 것을 모두 나누며 살았다.
의리를 지키려 마음먹었고 내가 가진 사랑을 나누기 위해 어느 노랫말 가사처럼 난 참 바보처럼 살았다.
가족들에게는 그보다 더한 사랑과 헌신을 베풀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가족들이 있었기에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그들을 위해서라면 아까울 것이 없다 여기며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고 맞춰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나님께서 내 곁에서 나를 지켜보셨다면 나를 사랑하지 않으실 수 없도록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고 살았다.
하지만 찬란하고 빛나는 영광 뒤에 오는 어둠은 더 검고 끈적 거리기 마련이다.
그건 내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말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