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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 Apr 22. 2024

CEO가 조직문화 변화의 핵심이다

최근 국내 기업의 경영진이 가장 많이 언급한 화두는 혁신이나 성장이 아닌 조직문화 개선이다. 과거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CEO들은 조직문화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당수 CEO들은 조직문화 개선이 기업의 이익과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수직적인 문화를 토대로 속도감 있는 명령과 지시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조직이 움직여야 혁신할 수 있다는 과거의 성공방식에 취해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경영진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국내 대기업을 시작으로 조직문화 탈바꿈을 위한 노력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조직문화 개선은 조직몰입을 통해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실천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사장님 전용 엘리베이터에 임직원들은 절대 탈 수 없고 임원 전용 식당에는 식사할 수 없다.  그러면서 실리콘 밸리형 조직문화 조성, 스타트업 문화 혁신을 외쳤지만 항상 메아리만으로 그친 이유는 CEO가 솔선수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CEO들은 기업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종종 조직문화에 대한 오해로 잘못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있다. 


먼저 좋은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다양한 복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모이면 종종 서로 비교하는 것이 복리후생이다.  파격적인 복지를 제공하여 많은 직장인이 부러움을 사는 유명한 곳이 구글이다. 최첨단 사옥, 사내스포츠시설, 무료 간식과 식사 등이 그것이다. 자포스도 몇 년 전 본사를 옮기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직원들이 거주할 수 있는 마을 하나를 조성했다. 그러나 돈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사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복지는 위생요인이지 동기 요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는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긴 더욱 어렵다. 여유 있을 때 늘린 복리후생은 힘든 시기에는 걸림돌로, 없었을 때보다 줄일 경우 돌아오는 부정적 효과가 훨씬 크다. 복지를 무조건 줄이거나 적게 제공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직원들의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여 최적의 비용으로 최대로 만족할 만한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 세대에게는 돈보다는 경험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오해는 조직문화는 무조건 교육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는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세뇌를 하면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교육만으로 사람의 가치나 신념 등의 생각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조직문화의 경우 어떤 실용적이고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보다는 다소 추상적인 뜬구름 잡는 내용으로 전달되기 쉽다. 인간의 뇌는 교육을 한다고 해도 회복탄력성 때문에 평소의 습관과 관습으로 돌아오는 관성이 있다. 따라서 제도와 시스템이 뒷받침되면서 교육은 단순한 설명이나 강의보다는 체험과 문제해결 중심의 방식을 적용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경험과 체험을 많이 제공해 주어야 한다.


세 번째 기업문화에 관심이 있는 CEO는 문화를 바뀌기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든다. 그리고 여기서 조직문화를 바꿔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은 전사적/전략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하지 전담 조직이 만들어졌다고 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조직문화는 경영자의 그림자가 같다라고 주장한 존 칠드러스는 전략의 70%는 실패하는데 그 이유는 실행력 문제이며 실행력을 저해하는 요인 중 많은 것이 조직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가 단순이 조직문화에 관심을 갖는 정도가 아니라 경영자의 모든 활동은 조직문화에 영향을 주고 또 조직문화에 제약이 되기 때문에 CEO가 조직문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대부분 CEO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은 시대에는 수직적 조직 구조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상사가 결정하고 부하는 이를 실행한다 라는 수직적 문화에 익숙해진 기성세대들은 이런 감정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권력에 대한 짜릿한 경험은 뇌에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수직적 문화에 맞게 리더들의 감정 체계는 이미 고착화되어 누군가 수직적 문화에 적합하지 않은 행태를 보이면 분노하고 불안에 떤다. 그 분노와 불안은 자동으로 찾아오기에 어쩔 수가 없다. 우리 이성은 그 감정을 뒤쫓아가면서 이를 합리화하는 데 급급하다. 


그러나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CEO이기 때문에 CEO언어와 행동 하나하나가 조직의 신념체계 즉 집단가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보이는 행동이다. 수평적 문화를 주장하면서 실질적으로 CEO가 보여주는 행동은 조직에게 수직적 문화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CEO언어와 행동이 불일치되는 상황에서 조직문화 담당자가 캐주얼 입기와 같은 표면적인 활동을 한다고 해도 문화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최고 경영자(CEO)가 직접 나서서 수평적인 문화에서 직원들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조직 구석구석에 심어야 한다.

그러나 CEO의 딜레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도전정신을 살려야 하지만 실패에 책임을 묻지 않으면 조직 분위기는 해이해질 것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지만, 권한위임을 남용하면 무임승차하는 직원들이 생긴다”.
 “협력적 문화를 기대하지만 동기부여를 위한 강제할당식 상대평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관대화 경향이 발생하여 조직의 하향평준화 된다”. 최고 경영자가 구성원들을 신뢰하지 않고 의심하는 생각을 떨쳐 낼 수 없다면 아무리 전담 조직을 만들어서 조직문화를 바꾸려 노력해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네 번째 오해는 강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는 현재 요구하고 있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에서의 리더상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평문화에서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다는 오해로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문화 형성을 위해 강하지 않은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CEO들이 많다. 그러나 수평문화일수록 강력한 리더십이 더 필요하다. 수평적 조직에서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는데 주저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공유된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의 명확한 방향과 원칙, 전략적 의사결정이 없을 경우 조직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일상을 통제하고 간섭하며 일방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과 맥락을 제시해 직원들이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전략적 의사결정과 명확한 피드백을 통해 구성원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평문화일수록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줄 강력하면서도 탁월한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더 필요하다.

CEO는 이러한 오해를 조직문화개선을 위한 좋은 출발점으로 삼아도 된다. 조직문화에 대한 착각을 정확하게 직면하고 이를 중심으로 가장 균형 잡인 선택을 해 나가는 것이다. CEO가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의 마음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 사람과의 신뢰구축이 바로 수평적 문화 구축의 기본이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부분의 기업에서 조직문화를 다루는 방식은 사람보다는 형식에 초점을 둔다. 조직문화를 혁신한다고 호칭을 프로, 님 등으로 부르지만 누군가는 이것을 불편해한다. 소통한다고 최고급 음식을 제공하지만 상사와 함께 먹다 보면 맛도 느끼지 못한다. 쾌적한 휴게공간을 제공하지만 아무도 그곳에서 맘 놓고 쉬지 못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나 사무실로 찾아오라고 문을 열어 놓아도 열어 놓는 문이 오히려 불편하다. 직급을 파괴하고 호칭을 편하게 통일하지만, 어제의 부장님에게 책임 매니저님이라고 부르기에 불편해 아예 호칭을 부르지 않는다. 자율 출퇴근과 연차/휴직 보장 제도를 만들어도 상사 눈치 보느라 맘대로 쓰지 못한다. 그러면서 외부에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혁신을 만들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조직문화의 본질인 사람 마음이 아니라 형식에만 치중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조직문화의 본질은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돌보는 역할은 CEO가 가장 먼저 나서야 한다. 즉 사람들을 돌보고 신뢰를 주기 위한 절대적인 책임이 CEO에게 있다.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CEO가 해야 할 일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에게 해당 조직에서 ‘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진성성을 가지고 소통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직원들이 공감하는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누구에게 대신시킬 수도 없는 일이고 창업자나 CEO가 직접 해야 가장 효과적이다. 가급적 구성원들의 참여 속에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좋다. 특히 밀레니엄 세대는 회사가 금전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적인 소명을 다할 수 있는 조직을 선호한다. 


많은 조직이 회사의 비전이나 미션, 핵심가치를 보면 상당한 노력 끝에 만들었음에도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의 미션, 비전이나 핵심가치는 직원들이 받아들이기에는 구체성이나 진정성이 부족한 경우일 것이다.  좋은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들의 비전은 독특한 경영철학, 진정성, 기존질서를 뛰어넘는 용기가 있어서 한번 들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몇몇 CEO들은 많은 노력을 해서 근사한 비전도 만들고 핵심가치도 정의했으나 직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소연한다. 그러나 핵심가치 내용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가치들이 전체 조직에서 살아 숨 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치 그 자체보다는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공감하느냐, 얼마나 조직에 잘 스며들게 하느냐, 특히 CEO가 얼마나 솔선수범 하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 


참고문헌

1. 김성남(2014). 최고 직장 구글이 부럽다고? CEO의 의사결정이 곧 조직문화다. 동아비즈니스리뷰, 164호

2. 김도영(2019), 수평 문화와 자율 문화가 탁월한 힘을 발휘하는 방법. HR Insight, 20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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