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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 Apr 24. 2024

수평적인 문화는 준비가 필요하다

위계조직에서 수평조직으로

위계 조직의 문제점

조직은 여전히 효율적 운영체계인 전통적인 위계 조직을 선호한다. 이 체계는 100년 이상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되었다. 과거 빠른 성장을 요구했던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은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전통적인 위계 조직은 현재 시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조직 간의 벽으로 비효율이 발생한다. 조직형태의 특성상 하위 조직 간 직접 소통이 잘 안 된다. 하위 조직들은 자원과 보상을 두고 상호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협업도 어렵고 소통도 주로 상위 상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비효율은 개인, 팀, 부서별 줄 세우기식 성과관리 시스템에 의해 가중된다. 이런 조직에서 집단적 지성이 필요한 창의적이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힘들다.


둘째, 환경변화에 대한 더딘 대응 때문이다. 전통적 위계조직은 많은 양의 업무를 일정한 품질로 수행하는데 뛰어나지만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전략을 짜고 예산을 수립하고 위임/전결규정을 바꾸는 등 활동은 여러 단계를 통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너무 많은 사안들이 너무 높은 레벨의 임원에게 몰리게 되고 이를 위한 여러 단계의 분석과 검토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에 후속 행동도 더딜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정보가 흐르지 않고 일부 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구성원이 마음만 먹으면 정보가 사실인지, 명령이 합리적인 것인지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수단과 역량을 가졌으며 더 이상 인위적인 권위가 통하지 않는다. 회사의 정보는 더 이상 통제가 힘들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개인화 성향이 강화하여 언제든지 새로운 아이디어만 있으면 회사를 박차고 창업할 수 있으면 더 이상 부당한 지시를 받거나 정보에서 소외되었을 때 회사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한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나 한국 콜마의 영상자료의 폭로전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기업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코넬대의 연구진은 여러 차례의 실험 결과 사람들이 전통적 위계조직을 선호하였다. 이러한 위계조직은 명확하고 이해하고 쉽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평적/평등한 조직구조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통적 위계 조직이 갖는 불평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인지적으로 그런 구조를 더 편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문제가 생기면 누구에게 물어볼 것이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평적 문화로의 전환

충분한 준비 없이 수평적 조직구조로 전환할 경우 직원들은 혼란스럽게 느낄 수 있다. 의사결정의 방법과 기준, 책임의 한도, 성과에 대한 합의 등의 문제를 두고 우왕좌왕하거나 장기적이고 전략적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지연된다. 직책인 승진이 없다 보기 동기부여에도 문제가 생긴다. 특히 전문성, 성실도, 충성도를 바탕으로 조직에 성과를 가져다준 기성세대들에게 상위 직책으로 승진하고 인사권이라는 지위를 부여받는다는 것은 그런 노력에 대한 보상뿐 만 아니라 밑에 직원에서도 자신도 그런 위치에 올라갈 것이라는 암묵적인 희망을 주는 것이다.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의 지위에 대한 욕구는 강력하다. 뇌 과학 연구 결과 사람들은 사회생활에서 존재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느끼는 요인이 5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지위이다. 이것이 위협받았을 때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위에 대한 요구가 합리적이거나 바람직한 것이 아니지만 이 부분을 해결할 만한 대안이 없다면 수평적인 조직은 우수한 리더들과 직원들을 잃을 수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위계 조직에 익숙해 있는 직원들에게 만족할 만한 대안 없이 직급이나 호칭파괴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철저한 준비 없이 수평적 문화로 전환한다면 기존 리더들의 반발, 직원들의 동기부여, 운영상의 혼란 등의 수많은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수평적이고 혁신적 문화를 위해 단순히 호칭 파괴나 직급 간소화 같은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호칭 파괴가 수평적인 문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으나 이를 조직에 거부감 없이 안착시키는 다양한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혁신적 조직에 이르기 위한 과정의 어려움을 조직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 많은 자율성이 부여되는 만큼 책임도 따른다는 것도 젊은 세대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수평적인 조직은 기존 위계조직에서 했던 것보다 전문성에 기반하여 훨씬 다양한 일을 해야 하고 합의된 목표를 최대한 달성해야 할 책임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루려고 하는 문화는 수평적인 문화가 아니다. 수평적인 문화를 통해 우리가 하는 일을 즐겁게 만들고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고성과를 만들어 불확실한 시장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는 고 성과 문화를 조성하는 일이다. 어떤 일을 하는 것이 궁금하면 언제든지 물어보고 자신이 시도한 것이 실패해도 허용해 주고 그런 호기심을 발휘해서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을 때 흥미로움을 느끼고,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힘들고 답답하다가 다른 사람들의 사소한 아이디어나 제안으로 그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의 짜릿함 등 작고 사소한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성취감들이 업무 현장에서 하나둘씩 쌓여 나갈 때 성과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있는 일이 즐겁다고 느낄 때 일이 추구하고자 하는 일이 명확하고 이러한 일을 추구하기 위해 막힘이 없을 때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통한다. 이런 문화에서는 세대 간의 차이는 갈등이 아닌 협력적 관계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동안 조직문화는 기업이 큰 어려움에 처했을 때 종종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문화 탓에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식이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직문화를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권위적 문화, 위계적 문화, 보신주의 문화,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문화 등 각종 바람직하지 못한 단어들이 문화 앞에 달라붙는다. 문화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인데 대부분 증상에 대한 처방에 급급하다. 예를 들어 자주 두통이 날 경우 왜 두통이 나는지를 찾아 그 원인을 제거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때마다 두통약을 제공해 주는 것과 같다. 설사, 진짜 원인을 찾더라도 역시 처방은 여전하다. 조직이 총체적으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하기보다는 전담조직 나 교육/캠페인 등의 단편적인 처방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제이 W 로시 교수(2016)는 조직문화는 개선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작 개선해야 할 것은 낡은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이며 조직문화의 변화는 그에 따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조직문화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회사의 전략 및 비즈니스 자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를 바뀌기 위해서는 문화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문화에 영향을 주는 전략, 조직구조, 운영체계,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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