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차 일기 : 08/05/24 ~ 14/05/24
캐나다 와서 처음으로 emergency message가 왔다. 뭔가 했더니 그냥 test라고 했다. 얘들 설마 재난문자를 처음 보내보는 건가? 시스템을 바꿨나? 아님 세계적으로 무슨 재난이 예정되어있는 건가? 캐나다 거주 한인들 사이에서도 테스트 한 번 살벌하게 한다고 놀랐다는 걸 보니까 자주 있는 일은 아닌가보다.
한인마트에 갔다. 동거인이 지난번에 집에서 밥 해먹다가도 그런 적이 있는데, 여기서 유부초밥을 먹다가 또 하얀색 플라스틱 같이 생긴 돌을 씹었다. 추측하건대 한국에서 캐나다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공장을 좀 덜 돌리는 거 같다. 밥 먹다가 돌 씹으면 기분 안 좋은데 캐나다에 있는 한인들도 잘 먹으라고 쌀 좀 챙겨주면 좋겠다.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서 쉬었다. 한국에 있는 자매와 캐나다 와서 처음으로 영상통화를 했다. 한국이랑 태국에서는 아이폰 간의 페이스타임이 작동하는데 한국이랑 캐나다는 너무 멀어서 그런가 안 됐다. 하지만 세상이 참 좋아져서 얼굴 볼 수 있는 다른 방법들도 많으니 다행이다. 직접 만나는 것보다 좋지는 않겠지만 그리움은 덜 수 있겠다.
VPL 말고 버나비 공공 도서관에 방문해서 기존에 발급받았던 VPL카드에 버나비도서관까지 통합해달라고 요청했다. 어린이용 책을 한 권 후루룩 읽고, 지난번 노스밴쿠버에서 맛있게 먹었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JOEY'에 갔다. 코퀴틀람 지점인데 두 매장이 분위기가 확 달라서 각각 매력 있었다. 노스밴쿠버가 모던하고 여유롭다면 코퀴틀람은 고풍스럽고 사장님이 내 동년배인 건지 중학생 때 자주 듣던 팝송들이 나왔다. 이후에는 치폴레를 처음 사먹어봤다. 입맛에 딱 맞았다. 양도 많고 캐나다 치고는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
그러다가 오늘 북미 전지역에 오로라가 뜬다는 캐나다 인터넷 뉴스를 보고 허겁지겁 버나비마운틴으로 달려갔다. 치안이 안 좋을까봐 걱정했는데 학교를 바로 옆에 둔 주변 유학생 둘이 '평소에는 스산한데 오로라 뜬다고 하면 사람이 많을 거니까 괜찮을 거다.'라고 해줘서 다른 친구 둘과 뭉쳐서 갔다. 실제로 23시 30분, 우리는 버스 타고 집 가러 가는 길에도 사람들이 계속 산으로 들어갔다. 피크닉 매트 펼치고 누워있는 사람도, 삼각대 들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오로라가 처음 터졌을 때 주차장에 있던 모든 차가 헤드라이트를 꺼서 인류애적으로 감동 받았다. 사람들과 함께 탄성을 지르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밤이 너무나도 멋졌다.
반팔을 입은 밤에도 적당히 선선한 날이었다. 여기는 캐나다 밴쿠버다. 나는 추운 날씨에 북유럽이나 옐로나이프에 가야만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다. 과거에 고등학교 친구가 오로라 보러 가자고 말해준 적이 있다. 막연하게 언젠가는 보겠지 생각하며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로 남겨두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집 근처에서, 몇 시간만에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루게 된 셈이다! 정말이지 짜릿했다.
아래는 제 유튜브 주소입니다. 오로라 한 번씩 보고 가세요!
https://youtu.be/rkISQu4xeH4?feature=shared
오늘은 집안일을 많이 했다. 장 보고, 청소하고, 기분 좋게 살았다. VPL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이벤트에 참여해서 영어듣기연습 했다. 장애인의 권리를 옹호하는 세 연사의 발표였다. 줌 로그인을 하지 않아서인지 나를 포함해 다른 참여자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채팅창에서 메세지를 볼 수 있었다. 캐나다는 역시나 다민족국가라 발음이 정말 다양하다. 언어는 기세다! 그냥 막 하자!
첫 밋업에 나갔다. 스탠리파크를 반 바퀴 돌았다. 3시간 씩이나 걸었다. 캐내디언 원어민들이랑 하루 만나니까 기가 좀 빨리는 대신 리스닝 실력이 확 늘었다. 이후엔 사천음식 레스토랑에 가서 캔맥주를 하나씩 먹었는데, 캐나다 와서 처음으로 마신 맥주 맛이 끝내줬다. 코코버블티를 테이크아웃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했지만 할 일들을 어떻게든 해냈다. 보람찬 날이다.
레쥬메들 쓰기 정말 하기 싫지만 일단 영어로라도 대충 써 놓으면 첨삭 받으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개발자 건은 거의 다 했고 서비스직 건은 미뤄온 시간에 비해서 하루면 될 거 같으니까 잘해보자.
독서, 운동, 글 쓰기, 유튜브 동영상 편집, 집안일 등 데일리 루틴을 끝냈다. 면접 스크립트와 그에 따른 예상 꼬리질문 초안을 작성해두었다. 챗지피티를 통해서 이력서 첨삭 후 화상영어 튜터한테 피드백 받았다.
서버 잡 레쥬메를 99.9% 완벽하게 마쳤다. 캐나다는 한국과 달리 술 파는 식당에서 서버 하려면 Serving It Right 이라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 3시간 동안 집중해서 따냈다. 오픈북이지만 답만 베끼기보다 이론공부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좀 걸렸다. 이제 이걸로 여기저기 지원하면 될 것 같다. 한국으로 치면 고용센터인 WorkBC 코퀴틀람 지점에 가서 이력서를 무료로 프린트했다. 인당 최대 20장까지 가능했으며, 호주 악센트가 강하시던 직원분이 혼자 사람들을 봐주시는 것 같았는데, 일이 바빠서 이력서 첨삭까지는 못 해주시는 것 같았다. 집에 와서는 개발잡 레쥬메를 열심히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