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사례 2. 토질 및 기초기술사

# 그리고 10년

by 이프로

2008년 6월 토목시공기술사를 합격한 다음 주에, 토질 및 기초기술사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도 다니지 못하고, 가족의 민원에 학원 등록을 취소했습니다. 다시 그 해 말 학원에 등록했지만,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그만 다녀야 했습니다. 2005년, 2006년생 두 아이가 2살, 3살이었고, 살림과 육아가 온전히 제 몫이었고, 왕복 2시간 거리 현장에 근무 중이었으며, 이어지는 공부를 이해할 가족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구라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혼자서 수험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양*기술사학원의 이춘*님의 수험서는 토질 및 기초기술사 공부의 바이블이었습니다. 2/3 정도 학원수강을 했으므로, 혼자서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이미 토목시공기술사의 단맛에 취해있던 터라 오직 수험서로 단기간에 끝내겠다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가득했습니다.


고교시절 수학의 정석 1장 집합만 보던 때와 같이, 수험서 1장 흙의 성질만 보다 덮기를 반복하다가 2011년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전남지역에 근무하면서, 주말부부를 했습니다. 두 아이를 온전히 혼자서 책임져야 했던 터라 공부할 형편도 되지 않았지만,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무작정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힘을 얻고 싶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 말입니다. 시험당일 2교시에 바로 나왔습니다. 당연한 결과였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아이들이 좀 클 때까지만,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 후 2014년 세종에서 온 가족이 완전체가 되었을 때, 다시 책을 폈습니다.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수험서를 요약하며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시험을 보았습니다. 어느 정도 되는지 객관적 수준평가가 필요했거든요. 당연히 40점대 언저리였습니다. 다시 접었습니다. 공부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니까요. 언젠가는 해야 되는데,라는 아쉬움과 미련은 남겨두었습니다. 이제 두 아이가 2, 3살에서 초등학교 2, 3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 회사 후배의 토질 및 기초기술사 합격 소식을 듣고,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여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끈을 놓지 않았던 시간이 8년째였습니다. 하다 말다를 반복했지만, 그만큼 완성에 대한 갈증도 같이 커가고 있었습니다. 그 간 이춘*님의 수험서만 펼쳤다 덮기를 반복했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가 없었습니다. 즉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서*기술사학원으로 향했습니다. 처음으로 한 사이클 수업을 제대로 들었습니다. 주말은 학원에, 주중에는 야근이 잦았습니다. 두 아이가 4, 5학년이 되었고, 다행히 남편이 저의 빈자리를 채워주었습니다.


참 많이 깨우쳤습니다. 혼자 하다 보니, 제대로 된 개념 없이 산재해 있던 것들을 굴비 엮듯 꿰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 한 사이클 내내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갔습니다. 매주 강의를 들을 때마다 한 계단씩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수험서로 혼자 공부하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의문들이 해소되면서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시험을 치렀고, 55점을 받았습니다. 2016년 마지막 시험이었습니다. 왠지 다음 해, 첫 시험에 합격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학원수업은 한 사이클로 충분했습니다. 그다음 기본서를 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토질역학, 기초공학, 암반역학, 터널역학, 연약지반……. 거의 10권에 달하는 기본서가 소설처럼 읽혔습니다.


첫 시작부터 잘못되었던 겁니다. 늘 원인과 이유를 알지 못하거나, 논리적 체계가 없으면 이해를 못 하는데, 토목시공기술사 때처럼 공부를 했었거든요. 시험 전략만으로, 키워드만 암기해서, 합격해 보겠다고 말입니다.


전문기술사는 결코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기본이 탄탄해야 하기에, 기본서는 반드시 함께 공부해야 합니다. 관련연구나 설계업무를 하셔서, 기본개념이 탄탄하시다면 수험서만 보셔도 충분하실 겁니다. 하지만 저처럼 졸업한 지 오래되어, 기본개념이 아리송하다면, 기본이 되는 역학책을 반드시 함께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니, 저절로 보시게 될 겁니다.


어쨌든, 2017년 첫 시험에 합격할 것 같았지만, 59.5점으로 떨어졌습니다. 총점 714점. 그리고 그다음 시험에 61점인 총점 732점으로 합격했습니다. 4교시에 51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요.


수험시간 9년, 비록 본격적으로 공부에 몰입한 시간은 1년 남짓이지만, 그간 하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까지 포함하면 총 9년이 걸렸습니다. 직장 맘으로서 가사와 육아, 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핵심 실패요인은 공부법이 틀렸던 겁니다. 한 방에 끝내려고 수험서만 보다가 더 긴 시간을 돌아왔습니다. 기본서를 먼저 봐야 했습니다. 역학을 다루는 전문기술사는 필히 기본을 탄탄히 다지면서 수험서를 봐야 합니다. 저의 경우도 기본서를 탐독한 후, 기출문제를 바로 풀어낼 수 있었으니까요.


그 후 면접을 4번 만에 합격했습니다. 면접은 면접관과 궁합도 잘 맞아야 하고, 나름 시험운도 따라주어야 합니다. 물론 실력이 먼저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험이니만큼 운도 조금은 필요합니다.


첫 번째 면접의 실패원인은 면접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실력 없었고, 면접태도도 좋지 못했습니다.


면접시험은 기출문제 분석이 먼접니다. 그리고 태도지요. 면접시험 본 지 10년이 지나고, 운 좋게 합격한 것이 독이 되어, 겸손하지 못했습니다. 기출문제를 보지도 않았고, 태도에 대한 전략도 준비 없이 첫 번째 면접에 들어갔습니다. 떨어진 것이 당연했고, 오히려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실패를 교훈 삼아 면접시험 방법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두 번째 면접의 실패원인은 면접 방향이 틀렸습니다. 준비가 또 부족한 것이지요. 첫 번째 면접에서 실무적인 질문을 하셔서 그 부분에 올인했더니, 두 번째 면접에는 이론을 물어보셔서 아차 했었습니다.


세 번째 면접의 실패원인은 첫 번째 만난 면접관을 또 만난 것입니다. 그분은 이미 저에 대한 편견을 가득 담아 면접에 임하셨고, 불합격했습니다.


네 번째 면접은 다행히 무난하게 합격했습니다.


면접회차마다 실패원인을 분석했고, 준비하면서 세 번째 면접 때는 합격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떨어뜨린 면접관을 두 번 만나는 행운이 없었다면요. 돌이켜보면 그 또한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쓸 수 있는 담금질을 해 주셨기에,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기에 말이죠.


그렇게 국내 여섯 번째 여성 토질 및 기초기술사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기술사로 채울 수 없는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더 메꾸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했었습니다. 박사과정까지 마쳤지만 지금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글로 배운 기술사이다 보니 현장경험을 더 쌓아야 할 것 같습니다. 헤헤.


글을 쓰면서, 기억을 떠올리니 뭉클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벌써 두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거든요.

혹시, 바빠서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말씀하실 분 계실까요?


이제, 시험준비를 하러 가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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