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후배의 과장 승진

후배의 승진이 싱숭생숭한 이유

by 이프로

신입사원 때부터 봐왔던 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이 3년 차 대리가 되었을 때, 한 팀으로 근무를 했다. 처음 그 직원을 봤을 때, 내가 받은 문화충격이란 잊히지가 않는다. 공기업에서 보기 힘든 헤어스타일 그리고 시크함. 낯설었던 그 대리와 한 팀으로 1년을 함께하면서 얼마나 멋진 친구인지 알게 되었고, 많은 업무에도 우린 신나게 일을 했더랬다.


며칠 전 하대리가 하 과장이 되었다. 그 친구가 과장으로 승진했는데, 왜 내 마음이 싱숭생숭 한지, 만감이 교차하는지 잘 모르겠다. 벌써 과장이라니. 세월의 속도가 느껴진다. 다음날 저녁, 하 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하 과장님~.”

“아~ 차장님. 잘 지내셨어요?” 근데 혀가 꼬인다.

“어, 우리 하 과장님 술 한잔하셨나 봐요~ 승진 축하주?”

“네, 차장님. 하하 근데 어색해요. 제가 과장이라니. 아직 준비가 안됐어요. 대리일 때가 더 좋았어요. '과장' 너무 부담스러워요~.”

“아마, 6개월만 지나면 과장이 아닌 게 어색할걸? 하하.”

이런저런 소식을 전하다, 전화를 마쳤다. 그리고 하 과장에게 스타벅스 쿠폰 하나를 보냈다. 승진 축하 커피 한 잔. 가까이 있으면 맥주라도 한잔했을 텐데, 아쉽다.


이 친구들을 통해 나를 마주한다. 가장 최근 차장 승진을 했을 때, 감히 중간관리자인 차장이 되어 팀도, 프로젝트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 낯섬과 두려움, 불안감. 하 과장이 느낀 ‘실수해도 괜찮은 대리’ 직함에서 벗어나 과장이 된 무게감은 아마 내가 느낀 차장의 무게와 비슷하겠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승진이란 직장 생활의 꽃이자 궁극적 목적이 아닐까? 싶다. 승진이 직원들에게 주는 의미는 너무 크고 많아서 이루다 말할 수 없다. 그냥 직장 생활의 전부다. 지금 다변화된 사회에 승진이 무슨 의미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낀 세대 70년대생인 나의 직장생활엔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아직도 승진을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술을 마시며, 발바닥을 비비는 많은 직장인들이 있다.


그간 비슷한 연배의 선후배, 동료의 승진에는 별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신입사원 때부터 봐왔던 이 친구들의 승진 하나하나엔 마음이 쓰인다. ‘나도 저렇게 두려웠을까?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그래, 나도 그때 과장이 어색했었지....’ 첫 현장을 함께 했던 하얀 도화지 같던 친구도 어느새 대리가 되었다. 대리였던 친구들이 과장이 되었고, 곧 차장들이 되겠지?


아마도 이 친구가 차장이 될 즈음엔, 난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니, 세대교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 가고, 조직은 변해가고. 후배들의 승진이라는 단어는 나이 듦의 다른 의미이고, 세대교체를 의미하며, 곧 조직이라는 무대의 장막 뒤로 내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마음이 그렇게도 싱숭생숭했나 보다.


이 차장이 되어보니 알겠다. 승진이라는 것은 더 높은 장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몸 담았던 울타리를 벗어날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임을 말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그 친구들에게 멋있게 자리를 내어주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금을 열심히 살면서 쿨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게 멋진 선배의 모습이다. 왠지 마음 한편이 서늘한 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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