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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돌 기자 Oct 29. 2021

알콜쓰레기의 술 권하는 사회 생존기

술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주량 약한 사람이 살아가는 법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 내 주력(酒歷)을 소개한다.


평균 주량 : 소주 세잔

최대 주량 : 소맥 네잔

술을 처음 마신 경험 : 중학교 2학년 때

주사 : 주변 정리, 졸기, 많이 마시면 토하기

좋아하는 주종 : 딱히 없음

직업 : 모 일간지에서 술 코너를 연재하는 기자


내 주량은 소주 세 잔이다.

회식 자리에서, 혹은 지인과 만나는 자리에서 주량을 고백하고 나면 꼭 돌아오는 말이 있다.

"그럼 한 병 정도 마신다는 소리네?"

내 주량이 어떤 과정에서 세 잔에서 한 병까지 늘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백하건데 난 단 한 번도 술 자리에서 주량을 인정 받아본 적은 없다. 술 자리에선 '그 사람이 말한 주량 X 2'가 실제 주량이라는 이상한 계산법이 통하기 때문이다.

'알콜쓰레기' 나같은 사람을 일컫어 사람들은 '알쓰'라고 부른다. 세상에 수많은 쓰레기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술을 못 마신다는 이유로 '쓰레기' 소리를 들어야 할만큼 우리나라에서 주량은 주력(力)이다. 아마 나만큼 혹은 나보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은 살면서 이 문제로 고민을 하거나, 혹은 이 문제가 사회생활에 걸림돌이 된 경험이 많았을테다. 포털사이트에 '술 잘 마시는 법'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가 주르륵 뜨는 것을 봐도 그렇다. 술을 못 마시는 일, 주량이 소주 세 잔인 일은 우리나라에서 살기에 너무나 큰 단점인 것이다.


나는 술이 싫었다.

나 또한 평범한 한국 사람처럼 '안 되면 되게 하라'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술을 잘 마시는 일은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술을 마시고 토하는 일도 잦았고, 주량을 넘길 정도로 마시면 기분이 안 좋았다. "마시면 늘어"라고 하지만, 마신다고 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직업상 술을 안 마실 수도 없었다. 사람을 만나는 자리엔 늘 술잔이 함께 했다. 자리를 최대한 오래, 맨 정신으로 버텨야 업무라고 인정 받기도 했다. 나에게 술 마시는 일은 그저 정신력으로 견디는 일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기분 좋은 술 자리는 드물어져 일이 아닌 이상 술을 되도록 멀리했다. 술에 대해서 알아보려고도, 술을 내 스스로 마셔보려는 일도 줄었다. 술은 그저 내게 스트레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술 코너를 맡았다.

술을 피하고, 도망가기만 할쯤 내게 술 코너가 맡겨졌다. 우리 회사 제일 가는 알쓰에게 술 코너라니. 하지만 상사는 오히려 술독에 빠져 있기 보다는 술을 미식으로 제대로 취재해 올 것 같다며 일을 맡겼다. 그렇게 나는 술 코너를 연재하는 '술 전문 기자'가 돼버렸다.

놀랍게도. 지난 1년간 술 코너를 맡으면서 술에 대한 내 관점은 서서히 달라졌다. 내가 아는 소주, 맥주, 그리고 소맥은 술의 한 부분에 불과했다. 세상 한 쪽에는 술에 열정을 불태우고 진심으로 이를 아끼는 사람이 가득했다. 억지로 끌려 가면서 마시는 술이 아니라 내가 마시는 술, 알고 싶은 술, 주량껏 마시는 술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게 됐다. 새로운 술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여유와 즐거움도 보고 배우게 됐다. 내가 술을 보는 관점이 얼마나 편협하고 비좁은 것인지도 깨닫게 됐다. 


이 글은 알쓰의 술 권하는 사회 생존기다.

술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알쓰가 살아남기란 얼마나 힘든가. 과연 알쓰는 술을 즐길 수 없는 걸까. 우리 사회에서 과연 술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술을 사랑할까. 술의 맛과 멋은 무엇일까. 알쓰이기 때문에 고민했고, 알쓰이기 때문에 알 수밖에 없는 술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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