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당신의 목소리 (1)

나는 아기입니다.

by 지예



나는 이제 곧 죽을 거예요. 세상의 빛을 본 지 10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쉽게 어둠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라니. 그것보다 더 억울한 것은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나의 ‘당신’도 나와 이 길을 함께 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이 이야기를 풀어놓기로 합니다. 한 무명작가가 나의 이야기를 대신 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당신은 미안하다, 고 말하고 있지요. 나를 이 세상에 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당신이 나의 어미라 미안하다고. 그래서 내가 안간힘을 내어 이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입니다.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나를 이 세상에 오게 해 줘서 고맙다고. 당신, 그걸 알고 있나요?


사람들은 나를 ‘아기’라고 부릅니다. 세상에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은 아기가 말을 하고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 – 살면서 수백만 가지의 일을 경험했으나 이제는 영원으로 돌아가실 즈음이 되어 나 같은 아기의 영혼을 가지게 되는 - 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들어 보셨나요? 눈이 빤한 아기야말로 앉은 자리에서 천릿길을 내다본다는. 당신의 품에 안겨 세상 구경을 하던 어느 날 오후. 등이 굽은 노인이 내 발을 잡고 흔들며 한 그 이야기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에취, 재채기를 했습니다. 당신은 낯선 사람의 친절이 어색해 그저 나의 엉덩이를 감싸고 토닥대며 힘없이 웃기만 했지만요. 이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구나? 그러나 세상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들은 그저 늙은이의 허망한 말일뿐, 그것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어요.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것을 보면, 네, 그래요. 우리 앞에서 차마 하지 못할 말을 하기도 하고 우리에게 몹쓸 고통을 주기도 하지요. 사실은 우리는 다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ㅡ 연재를 시작합니다. 매주 (월), (목)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