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살기로 했다
2024년 새해를 맞고 나서 지난해를 마감하느라 바빴다. 운영 중인 두 개의 사업장의 일 년 동안의 결산이 궁금하기도 했다. 우선 평소보다 빨리 월 마감을 했다. 그러고 나서 직원들의 1년간 퇴직금을 산정하고 적립되어 있는 금액과의 차이를 정산했다. 하반기 부가세 신고를 위해 경비사용 내역과 매출내역을 다시 한번 정리해서 세무사에게 통보했다. 그리고 거래처에 송금해야 할 부분과 미 정산된 부분을 찾아서 마무리했다. 그렇게 정리하다 보니 월 단위로 마감할 때는 보이지 않던 잘못된 부분이나 아쉬운 부분도 있고 개선 아이디어도 생겼다. 이렇게 정리를 끝내면서 새해의 사업방향을 가늠해 본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면 경쟁으로 판매와 마진이 줄어들기도 하고 시설물이 고장 나기도 하고 직원이 퇴직하고 병에 걸려 일할 인력이 모자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그때 대책을 만들어서 운영해 왔고 돌아보면 그것조차도 일상적인 일이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해는 없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쳇바퀴 돌 듯이 살다가 인생을 보내면 허무할 것 같다. 성장하면 좋지만 성장하지 못했더라도 대나무의 마디처럼 내적으로는 뭔가 단단한 것이 생기면 좋겠다. 다음에 성장의 기회가 왔을 때 웃자랄 수 있게.
회사를 다닐 때 나는 성과의 측정이 비교적 어려운 기획부서의 일을 주로 했고, 영업조직처럼 마무리가 딱딱 떨어지는 일을 하는 조직이 부러웠다. 그런데 골프를 치다가 일을 골프처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골프는 18홀을 도는 것이 한 번의 게임이지만 매홀마다 마감을 하고 그런 마감을 18번 하면 게임이 끝난다. 일을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리더가 되었을 때 직원들에게 장기적인 일이지만 단기적인 목표와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물론 동기부여가 되는 직원도 있었고, 더 힘들어하는 직원도 있었다. 어쨌든 인생도 골프처럼 통으로 보면 한 번의 게임이지만 중간중간의 목표가 있고 그것을 성공적이든 실패했든 마감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면 좋겠다.
보통 새해가 되면 나름의 계획과 목표를 정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을 한다. 그런데 올해는 목표를 정하기가 힘들다. 주변의 은퇴한 친구들도 특별한 것 없이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물론 ‘카르페디엠’을 외치며 ‘잘 놀다 간다’를 묘비명으로 정하고 신나게 노는 친구도 있다. 그렇지만 노는데 집중하는 것이 나와는 잘 안 맞는 것 같다. 느닷없이 늘어난 수명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놀아야 한다. '지금이 인생의 제일 젊은 날'이라고 외치고 큰 꿈을 꾸는 것도 조금 이상하다. 꿈을 꾸고 목표를 정하는 것은 실행을 담보해야 하는 것이기에, 젊은 날처럼 또다시 분투노력하기도 싫다. 하면 또 뭐 하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새해가 되었는데도 목표를, 희망을, 꿈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최백호의 노래가 자꾸 생각난다. 최백호는 낭만으로 정한 것 같은데, 나도 낭만으로 정해볼까? 로맨스 말고 낭만으로. (1.5일 씀)
낭만은 아닌 것 같고 며칠 더 고민하다가 딸아이가 만들어준 환갑 축하 플래카드에서 목표를 찾았다.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변화가 심한 시절이니 상황이 바뀌면 바꾸면 된다.
목표 : 멋지게 살기
구체계획
1. 깔끔하게 살기 : 옷차림, 건강/몸매, 청결
- 옷차림 : 집사람이 워낙 잘 챙겨주니 나는 단정히 만 입으면 된다.
- 건강/몸매 : 작년부터 PT를 받고 있고 올 겨울 들어서부터 주 2~3회 운동하고 있다. 복부 비만을 줄여서 건강과 맵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나름 어깨가 넓어지고 가슴이 조금 나왔고 배는 조금 들어갔다.
- 청결 : 나름 잘하고 있다. 지금처럼 열심히 닦고 씻는다.
2. 여유롭게 살기 : 경제적, 심적, 대인관계
- 경제적 : 알뜰하면서 쓸 때는 쓴다. 수입원을 잘 관리한다. 새로운 수입원을 만든다.
- 심적 : 스스로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않는다.
- 대인관계 : 말을 조금 더 부드럽게 (뾰쪽하지 않게), 남을 칭찬하는 말을 한다. (시니컬은 젊을 때나 멋있다.) 넉넉하게 마음을 쓴다.
3. 올바른 방향 : 건달도 깡패도 멋있을 수 있다. 나는 좋은 사람으로 멋있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 하고 싶어서 하는 열할) 멋있는 사람이 된다.
- 개인사업자로서, 사장으로서, 합창단 단장으로서, 브런치 작가로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노모의 둘째 아들로서, 봉사자(한국어교사)로서, 기부자로서, 크리스천으로서, 친구로서, 이웃으로서, 자유인으로서...
써 놓고 나니 아직도 분투노력하며 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 그렇게 열심히 살자. 클라이맥스는 아직 안 왔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소설의 구성단계로 비유하면 내 인생의 지금 단계는 위기쯤이다. 클라이맥스 멋있게 만들고 급격하게 결말을 짓기로 하자. 그래야 멋있으니까. 멋진 소설은 보통 클라이맥스가 지나면 급하게 마무리 짓고 끝난다. 지금은 계속 현역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1.7일 추가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