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의 관리포인트는 후방이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아침에 일어나서 얼굴을 씻으면 매끈하고 핸섬한 얼굴을 거울로 마주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리 씻어도 얼굴이 매끈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주름이 보이고 왠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 가끔씩 나타났다. 그러고 나서 서서히 몸매가 바뀌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옷으로 감추어지던 몸매가 잘 감추어지지 않았다. 정면에서 보면 괜찮은데 옆으로 보면 확실하게 올챙이배가 보였다. 중년이 되었음을 쓸쓸히 인정했다.
이제 남은 건 뒤태다. 물론 내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한 집사람의 과한 응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청년의 뒤태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엉덩이가 점점 처져서 올초부터 피트니스센터에서 주 2회씩 PT를 받고 있다. 올겨울 운동 목표는 셔츠를 조끼 없이 입어도 처진 배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과 엉덩이가 빵빵하게 되는 것. 앞으로 나온 배를 집어넣고 엉덩이로 돌리는 것이다. 올챙이배의 원인인 내장지방을 태우기 위해서 그동안 안 하던 러닝머신에도 올라가서 뛴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고 있다.
60년을 그렇게 무심하게 사용했는데 그래도 아직까지 괜찮은 몸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늘 놀라움과 감사함을 느낀다....
이건 운동을 하면서 당장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떠올리는 생각이다. 거기다 세월이 지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운동으로 잘 만들어 놓은 몸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바로 망가진다. 젊을 때는 자기 관리를 10분만 해도 되지만 나이가 들면 그걸 유지하는 데 2~3시간은 걸린다. 효율이 낮아지기는 했다.
누군가의 뒷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적은 별로 없다. 앞만 보고 열심히 뛴 것 같다. 같이 일할 때는 매일 만나고 같이 식사하고 저녁도 같이 하고 마누라보다도 가깝게 지내던 동료도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 그냥 멀어지고 그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현직에 있을 때 나는 그 자리에 필요한 사람들로 관계를 유지했다. 아쉬웠지만 복잡한 조직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덜 복잡하게 살고 싶었던 것 같다. 욕심껏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어도 좋았을 걸 하는 후회는 있지만, 그래도 그때는 최선을 다 했다.
이제 퇴직해서 나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나니 다른 사람들의 뒷모습을 인식하게 된다. 선배들 중에는 아직도 멋있는 뒷모습을 유지하는 분들이 있다. 멋있는 뒷모습은 삶이 연결되어 있다. 앞모습은 속일 수 있어도 뒷모습은 진실만을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뒷모습을 멋있게 보이는 것은 어렵다. 5년 전 퇴직 때 멋지게 인사말 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퇴임의 변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를 환송해 주려고 모인 회사동료들의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 깜짝 놀랐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내 탓이었다. 울컥하지 않고 밝고 유쾌했어야 했다. 마음으로는 회사와 동료들에게 감사했는데, 그것 때문에 울컥했는데도 동료 후배들은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시추에이션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 의도와 다른 리액션이 나온다면 아직 서투른 것이고 자기 생각만 하는 거다.
나중에 누군가와 이별하거나 어디로 떠나거나 인생을 마무리할 때 즉, 나의 뒷모습을 보일 때, 또 울컥할까 봐 걱정이다. 그때는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 멋있는 뒤태를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멋있는 뒷모습을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다. 웃으며 이젠 안녕하고 유쾌하게 돌아설 수 있게. 그래서 새로운 만남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