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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바다 Dec 01. 2023

학원선생님도 동네에선 공인

인기 많은 일타 강사는 아니지만, 동네 학원을 운영하면  학원 앞 마트며 상가에 아시는 분이 많다.

대부분이 학부모이시거나 이었거나..

주차하고 학원문을 들어서면  카페 아르바이트 하시는 학생엄마께서 곧바로 커피 두 잔을 케리어에 담아

" 뭘 좋아하시는지 몰라 아이스랑 라테 가져왔어요 원장님"

맛있게 커피 한잔 후 건물바로 아래층에 있는 무엇이든 다 있는 다이*에 문구를 사러 가면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웬만한 직원분들은 다 목례를 한다.

또 바로그 옆 올리브*에는 군대 가기 전 일하고 있는 제자가 하나만 사도 이것저것 샘플을 많이도 챙겨준다.

사람 사는 게 이런 거지.. 복닥복닥 어딜 가나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수고하세요."




오랜만에 친구가 서울에서 강릉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누가 뭐래도 강릉은 낭만의 도시.. 환태평양 중심지의 젊음의 태양이 뜨고 지며  겨울밤에도 모래사장에 앉아 맥주 한 캔에 새우깡이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저 멀리 일렁이는 파도처럼 우리의 마음도 추억으로 일렁거렸다.  

우리 둘은 칡흙 같은 밤바다를 보며  가슴속 응어리, 살아온 이야기 이런저런 얘기로 홀짝거리면서  마신 맥주가 다 떨어지자,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을 더 하고 싶었다.


이미 늦은 시간 바닷가 근처 술집들은 거의 문을 닫기직전이었다ㆍ

바닷가랑 가까운 우리 동네를 가자던 친구에게

" 난 동네에선 술 안 마셔... 우리 동네 말고 다른 곳가자.."

그렇게 찾아간 곳은 대학가 근처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포장마차였다.

얼마만의 밤마실인지 설레었고 요즘 대학가의 술집풍경은 어떨지 궁금했다ㆍ

우리 어릴 땐 그때가 가장 힘들고 거칠고 아팠는데 , 지나 보니 그때가 가장 순수하고 예쁜걸 그리도 모르고 지나왔을까,, 더 긴 터널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때 어느 술집에 앉아 울고 있던 내 옆자리에 슬그머니 다가가 지금이 가장 아름다워! 힘들어하지 마!

라고 얘기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포장마차 입구부터 신나는 음악은 내 심장도 뛰게 만들었다.

이 나이에 심장 뛰면 협심증이라던데.. 친구랑 너스레를 떨며 어수룩하게 자리를 찾아 앉았다.

내 눈에 내 친구는 아직도 젊고 예뻐서 어두운 조명아래서라면 늙다리 대학원생정도로 봐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요 몇 년 사이 많이 늙어 거울 보기 싫다며  메뉴판을 보고 주절거리고 있는데, 내 친구가 속삭인다.


" 어머,,, 저쪽에서 어린 친구가 우리 테이블을 보고 계속 얘기하더니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어!!"

고개를 여전히 메뉴판에 처박고 친구에게 말했다.

" 아직 우린 죽지 않았어!! 꼬맹이도 보는 눈은 있구나. "  라며 웃으며 물 한잔을 마셨다.


조명이 어두운 포장마차 저편에서 큰 키의 젊은이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그 자리에서 90도로 폴더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럴 줄 알았다ㆍ

 졸업한 제자가 친구들과 한잔하러 온모양이다.

들어오는 입구부터 나를 보고 인사까지 하러 온 기특한 젊은이다.

골프연습장에 동네프로가 있듯이 나는 동네 공인이다.

심지어 우리 동네를 벗어나도 강릉이란 곳이 참 좁다.

동네공인은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딱 중간이다.

덕분에 코 삐뚤어지게 술을 마시지 않아 내 건강에도 좋고, 맨 정신으로 집에 귀가해서도 좋다.


당신은 동네에서 어떤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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