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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유형별 글쓰기와 말하기 전략

사람을 읽고, 그 사람에게 맞게 표현한다는 방법에 대해

by Jake Shin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말을 건네고, 듣고, 반응하며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흘러가는 말의 대부분은 금세 잊히지만, 말이 오가는 순간의 공기, 표정의 작은 흔들림, 목소리가 머금고 있는 온도 같은 것들은 유난히 오래 머릿속에 남곤 합니다.


특히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이런 감각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같은 보고라도 어떤 날은 유난히 가볍게 전달되고, 어떤 날은 같은 내용이지만 분위기가 조금 어긋나며 마음에 작은 주름을 남기기도 합니다. 사람의 말투와 표정, 그리고 그 순간의 침묵과 호흡은 소통의 결과를 예상보다 훨씬 크게 가르는 요소가 되곤 합니다.


돌이켜보면, 말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말을 많이 한다는 것도 아니고, 말을 논리적으로 한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듣고 싶어 하는지 먼저 알아차리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어느 날 문득, 아주 작은 상황에서 온몸으로 느껴지곤 합니다.


이번글은 상대하는 사람유형에 따른 말하기 / 글쓰기에 대해 생각을 공유드려봅니다.




회사에서 흔히 마주하는 작은 장면 하나


한 팀원이 상무님께 보고를 드리려 설명을 시작하는데, 상무님의 시선이 보고서가 아니라 시계로 향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말의 내용이 잘못된 것이 아님에도,

상대가 듣고 싶은 방식과 지금 말하고 있는 방식이 다르다는 신호가 그 짧은 눈빛 사이에 스며 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결론만 간단히 던졌음에도, 상대가 고개를 기울이며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라고 묻습니다. 그 질문 속에는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라,. “나는 이유를 알고 싶다”라는 성향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듯 소통은 정답이 따로 있는 영역이 아니라, 상대의 성향과 순간의 흐름을 읽어내는 아주 섬세한 감각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사람에 대한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김 부장과 도 부장이 보여준 ‘표현의 차이’


또 하나의 좋은 사례를 제시해 볼까요? 요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드라마가 많이 회자되더군요. 이야기 속 김 부장은 자신의 방식이 언제나 정답이라고 믿습니다. 오랫동안 회사에서 쌓아온 경험, 그 경험에서 비롯된 확신, 나름의 자부심이 그의 소통 방식을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조직은 그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기대는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김 부장은 그 변화의 속도를 충분히 느끼지 못한 채. 예전처럼 설명하고, 예전처럼 말하고, 예전처럼 판단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팀과 조직의 흐름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됩니다.


반면 도 부장은 상대가 오늘 어떤 마음인지, 어떤 방식으로 듣고 싶어 하는지를 먼저 살핍니다. 백상무가 듣고 싶은 핵심이 무엇인지 감지하고, 표정이 어두웠던 이유를 설명 방식에서 찾으려 하고, 그날의 분위기와 목소리의 결에서 어떤 대화가 적절할지 자연스럽게 판단합니다. 도 부장은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가 듣고 싶은 방식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 차이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평가와 더 단단한 신뢰로 이어집니다.


사람공부의 필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단순하면서 깊은 기준, 세 가지 유형"


사람의 성향은 무궁무진하게 다양하지만 업무 소통 관점에서 보면 사람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오해는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 결론을 먼저 듣고 싶어 하는 사람,

- 이유와 과정을 먼저 듣고 싶어 하는 사람,

- 상황에 따라 듣고 싶은 방식이 달라지는 사람.


이 세 가지 유형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하나를 바꾸는 일입니다.




"결론지향형 – 핵심이 먼저 보여야 안심하는 사람들"


결론지향형 사람들은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도착점’을 떠올립니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답답함이 쌓이고 핵심이 보이지 않으면 대화의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말의 내용보다 말의 구조를 먼저 보고, 그 구조 속에서 핵심이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하며 안심하거나 불안해합니다.


[보고의 So What? 중요성]


"기획팀의 J대리는 임원에게 새로운 제안을 설명하던 중 임원이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결론부터 알려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J대리는 순간 당황했지만, 그날 이후 어떤 사람에게는 20페이지의 정성보다 한 문장의 방향성이 더 큰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론형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확한 위치에 놓인 핵심입니다. 그 핵심이 앞에 놓이는 순간 그들은 설명의 흐름을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따라옵니다.




"과정지향형 – 이유의 흐름 속에서 설득되는 사람들"


과정지향형 사람들은 결론만 던져지면 마음속에 작은 불안이 생깁니다. 겉으로는 이해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이유와 배경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 설명을 스스로 다시 정리하려고 합니다. 이유가 생략되면 공감이 흔들리고 맥락이 정리되면 비로소 마음이 열립니다. 이들에게 설명의 디테일은 귀찮음이 아니라 존중입니다. 상대가 어떤 흐름으로 판단했는지 들려주는 순간 그들은 안심하고 대화를 이어갑니다.


[보고의 배경/취지 설명부터]


전략팀의 M대리는 회의에서 단정적으로 “A 안이 최선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팀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조금 더 들려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단순한 보충 요청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판단을 함께 이해하고 싶다는 의미였습니다. M대리는 이 일을 통해 결론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유의 흐름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이브리드형 – 상황의 온도에 따라 듣고 싶은 방식이 달라지는 사람들"


하이브리드형은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인간적이며 가장 자주 마주치는 유형입니다.


이들은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듣지 않습니다. 업무의 상황과 감정의 흐름 속에서 듣고 싶은 방식이 자연스럽게 달라집니다. 어떤 날은 결론만 듣고 싶어 하고, 어떤 날은 과정까지 함께 듣고 싶어 하며, 어떤 날은 말의 길이보다 상대의 태도나 말의 여유를 더 중요하게 바라봅니다.


[상황판단의 유연성]


한 팀장은 어떤 날에는 “핵심만 간단히 말해줘요”라고 이야기했지만, 며칠 뒤에는 “오늘은 조금 자세히 듣고 싶네요”라고 말했습니다. 팀원들은 혼란스러웠지만,

그 팀장은 사실 결론형도 아니고 과정형도 아닌 전형적인 하이브리드형 사람이었습니다. 이 유형과 편안하게 소통하는 가장 안정적인 방식은 짧은 요약을 먼저 보여주고 상황을 보아가며 설명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요약은 방향을 알려주고, 상세는 신뢰를 쌓아줍니다. 그 균형을 부드럽게 조율하는 순간 대화는 훨씬 자연스럽고 사람은 훨씬 편안해집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결국 표현력을 완성한다."


사람유형별 글쓰기와 말하기 전략은 기교를 배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아주 작은 움직임에서 출발합니다. 상대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듣고 싶은지, 지금의 표정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오늘의 목소리 속에는 어떤 감정이 숨어 있는지 조용히 살펴보는 순간 우리가 건네는 말의 결은 훨씬 더 안정적이고 따뜻해집니다.


- 결론형에게는 핵심을 먼저 전하고,

- 과정형에게는 이유의 흐름을 정성스럽게 설명해 주며,

- 하이브리드형에게는 그날의 온도에 맞는 균형을 찾아 건네는 것입니다.


이 작은 조율이 쌓이고 깊어지면 소통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상대에게 닿는 ‘관계의 연결’이 됩니다. 그 연결 속에서 우리는 일을 더 부드럽게 만들고 관계를 더 단단하게 키우며 일상의 많은 순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을 읽고 그 사람에게 맞게 표현하는 일은 소통의 본질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매일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는 이유가 아닐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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