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법
회사에서 경험한 일화를 먼저 소개해 봅니다.
유독 생각나는 임원 한 분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네요:)
"그날의 메일 한 통이 남긴 여운"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날은 유난히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회의였습니다. 여러 안건이 빠르게 오갔고, 회의 막바지에 임원 한 분이 짧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건은 정리해서 공유해 주세요.”
말씀은 짧았지만, 회의실을 나서는 순간부터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정리’라는 말은 늘 그렇듯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됩니다. 한 장 요약을 원하시는 걸까, 아니면 배경과 검토 과정까지 포함한 문서를 기대하시는 걸까. 일정은 오늘일까, 아니면 이번 주 안 일까. 혹시 이미 머릿속에 방향은 정해져 있고, 확인만 원하시는 것은 아닐까.
실무자는 이런 생각들을 하며 자리에 돌아옵니다. 괜히 부족해 보일까 봐 이것저것 덧붙이고, 혹시 오해가 생길까 봐 설명을 더합니다. 문서는 점점 길어지고, 시간은 예상보다 훌쩍 지나갑니다. 결국 밤이 되어 메일을 보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다음 날 아침, 메일함을 열었을 때 짧은 답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핵심이 잘 안 보입니다. 다시 정리해 주세요.”
그 순간 마음 한편이 무거워집니다.. 열심히 썼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이어서 억울함 같은 감정도 따라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나는 과연 상대방을 생각하며 이 글을 썼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반성이 아니라, 회사에서의 글쓰기를 다시 보게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고 봅니다.
왜 회사에서는 ‘상대방을 고려한 글쓰기’가 중요할까요?
회사에서의 글쓰기는 우리가 익숙하게 배워온 글쓰기와는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학교에서의 글은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가 중요했다면, 회사에서의 글은 그 표현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쓰는 글은 나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대방이 빠르게 이해하고 판단하며 다음 행동으로 옮기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아무리 논리가 정교하고 문장이 유려해도, 읽는 사람이 중간에서 멈추거나 다시 질문을 던진다면 그 글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셈입니다.
특히 조직 안에서는 글이 곧 일의 속도를 결정합니다. 이해가 빠르면 결정도 빨라지고, 결정이 빨라지면 일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반대로 글이 어렵고 핵심이 흐려지면, 일은 멈추거나 되돌아옵니다. 다시 설명하고, 다시 쓰고, 다시 회의하게 됩니다. 이 차이는 결국 글의 중심에 누가 있느냐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중심에 두느냐, 아니면 상대방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중심에 두느냐의 차이입니다.
그거 아시나요?(특히 사회초년 분들에게 팁 공유해 봅니다.)
임원과 실무자는 같은 문장을 다르게 읽습니다
회사에서 글쓰기의 어려움은 특히 임원과 실무자 사이에서 두드러집니다. 실무자는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과정에 익숙합니다. 어떤 검토를 했고, 어떤 제약이 있었으며,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싶어 합니다.
반면 임원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과정을 다 들여다볼 시간도,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결과가 무엇인지, 리스크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하십니다.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실무자는 충분히 설명했다고 느끼지만 임원은 여전히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바로 상대방을 고려한 글쓰기의 핵심입니다.
글은 기록이 아니라 관계의 흔적입니다 회사에서 주고받는 글은 그 순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메일 한 통, 보고서 한 장이 쌓이면서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만들어집니다. 이 사람의 글은 읽기 편한지, 핵심이 명확한지, 함께 일하면 수월한지 같은 평가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단순한 업무 스킬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방식이 됩니다. 상대방을 고려한 글은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람 글은 믿고 본다”는 인식을 남깁니다.
상대방을 고려한 전략적인 글쓰기 방법 세 가지
"1. 쓰기 전에, 읽는 사람의 하루를 먼저 떠올려 보기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 잠시 멈춰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지금 어떤 상황에 있을까?’
임원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문서를 접합니다. 회의와 회의 사이, 이동 중인 차 안, 짧은 공백 시간에 글을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길게 이어지는 배경 설명은 쉽게 집중력을 흐트러뜨립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고려한 글은 자연스럽게 결론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이는 성급함이 아니라 배려에 가깝습니다. 상대방의 시간을 아끼고, 판단을 돕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2. 설명하고 싶을수록, 순서를 바꾸는 용기 가지기"
실무자는 왜 이 일이 필요한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를 설명하고 싶어 합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그 설명이 나중이어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결론을 제시하고, 그다음에 이유를 덧붙이는 방식은 글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쉽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상대방은 이미 큰 그림을 알고 읽기 때문에, 세부 설명도 훨씬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3. 상대방의 결정을 돕는 문장을 마지막에 남겨보기"
상대방을 고려한 글은 읽고 끝나지 않습니다. 읽은 다음 무엇을 하면 되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판단이 필요한 지점이 어디인지,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결정되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가 정리되어 있으면 상대방의 부담은 크게 줄어듭니다. 이런 글을 받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느끼게 됩니다.
‘이 사람은 나를 편하게 해 준다.’
이런 상황이 되면 항상 연초에, "올해도 어디 옮기지 말고 나하고 같이 일하자!" 말을 같이 일하는 상사/임원을 통해) 듣게 됩니다.
상대방을 고려한 글쓰기가 가져오는 변화
상대방을 고려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재작업의 빈도입니다. 다시 써달라는 요청이 줄어들고, 질문도 점점 구체적으로 변합니다. 이는 글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말보다 글이 먼저 신뢰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회의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글 하나로 존재감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차이는 표현력이 아니라 상대방을 향한 시선에서 비롯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관계입니다. 글이
부드러워지면, 관계도 함께 부드러워집니다. 일은 여전히 어렵고 바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호흡은 훨씬 편안해집니다.
"글은 결국 사람을 향해 갑니다 "
상대방을 고려한 글쓰기는 기술이라기보다 태도에 가깝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는 대신,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말을 먼저 떠올리는 일입니다.
오늘 보내는 메일 한 통, 오늘 작성하는 보고서 한 장은 단순한 업무 결과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인지를 조용히 보여주는 흔적입니다.
글을 조금만 바꾸어 보셔도 좋겠습니다.(상사를 고려해 보는 글쓰기) 그러면 일의 흐름이 바뀌고, 관계가 바뀌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 사람과 일하면 편하다”는 말을 듣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을 고려한 글쓰기는 드러나지 않지만, 회사 생활에서 가장 오래 남는 힘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