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했을 뿐인데, 왜 자꾸 어긋나는 걸까요?"
"회사에 들어와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건 ‘일’보다 ‘말’이었습니다."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면 통할 거라고요. 학교에서 그랬고, 과제 발표에서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회사는 조금 달랐습니다. 같은 말을 해도 어떤 날은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이, 어떤 날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죠.”
“지금 그 포인트는 아닌 것 같네요.”
(처음엔 당황스러웠습니다.)
‘내 말이 틀렸나?’
‘내가 준비를 덜 했나?’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을 꺼내는 방식과 방향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요.
회의실에서 처음 느낀 어색함 : 준비는 했지만,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입사 몇 년 차가 되지 않았을 무렵,. 한 회의에서 있었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한 팀장님이 여러 임원들 앞에서 조직의 비전과 앞으로의 전략을 설명하고 계셨습니다.
자료는 깔끔했고, 말도 조리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의가 진행될수록, 임원들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지는 게 보였습니다.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질문들은 내용보다는 방향에 가까웠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가 가려는 방향과 맞나요?”
“그렇게 하면 리스크는 누가 책임지죠?”
결국 회의는 예상보다 일찍 끝났고, 회의실을 나오는 분위기는 무거웠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임원들은 이미 어느 정도 생각해 둔 방향이 있었고, 그 회의는 새로운 제안보다는, 그 방향을 구체화하고 정리하는 자리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회사에서의 말하기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왜,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사회초년생에게 말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아직 상대방의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상사는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 임원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왜 어떤 말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이런 것들은 경험 없이는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좋은 아이디어인데 왜 안 받아주지?”
“논리적으로 설명했는데 왜 통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말은 시험 답안처럼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황을 읽는 일에 가깝습니다.
상대방을 고려한 말하기란 무엇일까요?
상대방을 고려한 말하기는, 내 말을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내 생각을 포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상대방이 듣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말인지, 이 사람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이 말이 부담으로 느껴지지는 않을지, 이런 것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가 듣고 싶은 이유”부터 생각합니다
사회초년생일수록 열심히 준비한 내용을 다 말하고 싶어 집니다. 그만큼 애써서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상대방의 머릿속에 이미 이런 질문이 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얘기를 왜 지금 들어야 하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말도 집중되기 어렵습니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는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이 말이 이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한 번 더 상상해 봅니다
상사는 늘 바빠 보이고, 임원은 항상 날카로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부담과 책임이 있습니다. 성과에 대한 압박, 결정 하나로 생길 수 있는 리스크, 조직 전체를 봐야 하는 무게.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말을 건네면, 그 말은 도움보다 부담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고려한 말하기란 상대를 설득하기 전에 상대를 이해하려는 시도입니다
정답을 말하기보다, 선택할 수 있게 말합니다
회사에서 환영받는 말은 “이게 정답입니다”라는
말보다. “이런 선택지가 있습니다”라는 말인 경우가 많습니다. 선택지를 제시하면 상대방은 통제당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 순간, 말은 지시가 아니라 대화가 됩니다. 실천해 볼 수 있는 작은 연습들, 사회초년생에게 거창한 연습은 필요 없습니다. 회의 전에 상대방이 할 것 같은 질문을 2~3개 적어보고 그 질문에 먼저 답해보는 것, 이것만으로도 말의 방향은 크게 달라집니다.
또 하나는 말을 꺼내기 전, 속으로 이렇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 말이 이 사람의 일을 더 어렵게 만들지는 않을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말은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말이 통하기 시작하면, 회사가 조금 덜 어렵게 느껴집니다. 상대방을 고려한 말하기가
익숙해지면 회의가 덜 긴장되고, 질문이 두렵지 않게 됩니다. 무엇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쓸데없는 오해가 줄어듭니다.
회사생활이 힘든 이유는 일 그 자체보다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어긋남인 경우가 많습니다. 말이 조금씩 통하기 시작하면 회사도, 사람도 조금은 덜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말은 결국, 사람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사회초년생 시절, 일을 배우기 전에 말하는 법부터 부딪히며 배웁니다. 상대방을 고려한 말하기는 능숙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툰 시기일수록 더 필요한 태도입니다.
회사에서, 일상에서 내 말이 누군가에게 닿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한 번만 이렇게 생각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의 자리에서 말하고 있을까?”
그 질문 하나가 말을 바꾸고, 관계를 바꾸고, 회사생활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 줄 것임을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