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30번째 글 – 가족 연재를 마치며

by Jake Shin

미지막 글이네요! 이 글을 쓰기까지 가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부모의 나이 듦에 대해 썼고,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불안에 대해서도 적었습니다.


책임이 늘어나는 시기, 선택이 점점 무거워지는 나이, 그리고 그 사이에서 버텨야 하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도 여러 번 되짚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다만 살다 보니 자꾸 마음에 쌓이는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 이야기의 끝에는 늘 가족이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쓰다 보니 어느새 서른 번째 글까지 오게 되었네요.




돌이켜보면, 이번 브런치북은 가족을 미화하기 위한 글도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정답을 제시하기 위한 글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가족이라는 이유로 우리가 얼마나 자주 흔들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자주 다시 일어나는지를 조용히 기록해 두고 싶었던 마음에 가까웠습니다.


어렸을 때는 가족은 당연한 존재였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늘 불이 켜져 있었고, 밥은 차려져 있었고, 가족 중 누군가는 항상 나보다 먼저 걱정해 주는..

그 시절의 가족은 ‘책임’이라기보다는

‘기댈 수 있는 곳’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기족 누군가에게 제가 기대기보다, 가족 누군가가 저에게 기대는..

아이의 하루를 챙기고, 부모님의 건강을 살피고, 집안의 크고 작은 결정을 떠안게 되면서 가족은 더 이상 감정적인 울타리만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생활이 되었고,

현실이 되었고,

때로는 감당해야 할 무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족은 가장 따뜻한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무거운 존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연재를 통해 제가 가장 자주 되돌아본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버티고 있을까.”


사실 답은 늘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아이의 뒷모습,

부모님의 굽은 어깨,

아무 말 없이 하루를 함께 버텨주는 배우자의 얼굴.


그것들은 대단한 동기가 아니었습니다.

거창한 사명감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가 멈추면 이 일상이 함께 흔들릴 것 같다는, 아주 현실적인 생각이었죠.


가족을 책임지는 나이가 되면 삶은 더 이상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로만 측정되지 않습니다.


대신 ‘이 일상이 얼마나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는가’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봅니다.


그 기준 속에서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은 자신도 모르게 오랜 시간 잘 버텨왔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에 대한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감정은 의외로.‘애틋함’이나 ‘사랑’ 도 중요하지만.'조용한 책임감'이었습니다.


크게 표현되지 않지만, 책임감에 대한 감정,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 아이가 잠든 뒤 불 꺼진 거실에서 내일의 일정과 다음 달의 지출을 떠올리며 잠시 멍해지는 순간에도, 부모님의 병원 예약 문자를 확인하며, 괜히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에도, 도망치거나 숨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음 날을 준비했습니다.

그 선택들이 쌓여 지금의 나가 되었던 것이죠.


가족이라는 주제를 정리하면서

한 가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사느라 자주 스스로를 너무 쉽게 밀어내지 않았는지?


아파도 참고,

힘들어도 괜찮은 척하고,

불안해도 혼자 감당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연재를 마치며

저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정말 잘 버텨오셨다고.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해내고 계시다고.


가족을 책임지는 삶은 완벽해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완전하기 때문에 서로를 붙잡고 계속 가는 삶에 가깝습니다.


이제 이 연재는 여기서 잠시 멈추려고 합니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죠.


앞으로 아이의 성장 앞에서 또 흔들릴 것이고, 부모님의 나이 듦 앞에서 다시 마음이 무거워질 것이며, 내 삶의 방향을 두고 또다시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게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힘들까”라고 묻기보다

“아, 내가 지금 이 시기를 살고 있구나”라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께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혹시 요즘 버겁다는 생각이 자주 드셨다면, 그건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지금 힘든 상황을 겪고 있지만, 극복하면 언젠가 분명히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금은 잘 보이지 않더라도, 이 시간을 통과한 뒤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나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 연재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