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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팀장 Jun 29. 2022

'추천인'란을 꼭 써야 하나요?

(남.알.인.기) 남들이 알려주지 않는 재미있는 인사 이야기_채용편

내부 지인 또는 추천인을 쓰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나요?


    필자가 미국에서 수학할 때, 석사/박사를 막론하고 한국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에 하나는 한국기업에 지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입사지원서를 잘 쓸 수 있나요였다. 그중 미국 시민권자이자 한국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 한 박사 학위 예정자의 얘기다. 처음에는 이 말을 잘 이해 못 해서, 해당 기업의 입사지원서 양식을 다운로드한 다음에, 레고 블록 맞추듯이 주소는 여기에, 연락처는 저기에, 경력은 요기에라고 알려줬더랬다. 그랬더니 그게 아니란다. 아, 영미식 지원서인 Cover Letter만 쓰다가, 칸칸이 나눠져 있는 한국식 지원서를 보니 이해가 안돼서 그런가 싶어서 다시 물어봤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추천인란이 있는데, 이게 소위 말하는 Reference Check(이하 R/C)을 위한 '추천인'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기업 내 임직원 지인을 쓰라는 것이라는 해당 기업 인사담당자의 회신이 왔다는 것이다. 필자도 한국식 채용 사고방식에 젖어 있던 터라, 당연히 추천인란엔 임직원 지인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외국에서 보기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질문을 던진 분은 추천인란에 자기 대학 학장을 적었다고 했다. 성적 우수자이니만큼 자기 학장이 Reference Letter(이하 R/L)를 거하게 써주겠다는 약속을 했단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에 지원하려면 임직원 지인이 있어야 하는 거냐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보통 미국(미국 외 기업은 관련 정보가 많이 없어 미국 기업으로 한정함)에서 취업할 때는 이 R/C가 상당히 중요하다. 내가 다닌 경영대학원의 학장 겸 석좌교수인 Dr. John Budd는 기본적으로 미국 사회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신뢰의 예시 중 하나인 Reference Letter가 미국 채용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고 하며, 자기는 웬만하면 잘 안 써준다고 했다. 사람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자기 기준(Bar)이 높아서 그렇다는 말과 함께. 그래서인지, 이와 관련된 매거진, HR관련 서적, 심지어 유튜브에 까지, 어떻게 하면 R/C를 잘 받을 수 있으며, R/L을 요청하는 좋은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많다. 한국 채용 시장을 돌아보면, R/C는 거의 필수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 R/L는 받지 않는 듯하다. 물론 R/L를 요청하거나, 받아주는 기업도 있긴 하겠지만, 대다수 R/L까지 요청하는 곳에 대한 정보는 많이 없었다. 

    



그런데, 이 R/C를 하는 방식이 미국 기업과는 사뭇 다른 듯하다. 미국처럼 R/L에 근간하여 R/C를 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 담당 부서에서 이전 회사 인사팀이나 근무 부서에 직접 연락하여 알아본다든지, 서치펌 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확인하는 방법 등을 이용한다. 만약 그 경력 지원자가 고위급인 경우 전문 기관에 의뢰하여 건별로 비용을 지불하고 R/C를 하기도 한다. 즉, 한국 내 기업/조직의 입사지원서 추천인란에 적어야 하는 사람과 R/C는 별개인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입사지원서에 나와있는 추천인란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보통 한국 기업의 입사지원서에 있는 추천인란은, 지원하는 회사 내에 지원자 본인을 실제로 추천하는 (즉, 내가 다니는 회사에 추천할 정도로 지원자의 역량을 신뢰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기입하라는 의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회사 내 임직원 중 지인이 있느냐 없느냐를 단순히 질문하는 의도이기도 하다. 후자의 경우 지원자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입사지원서 양식이 매우 불친절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모든 기업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이는 지원자의 인성이나 이전 회사/조직에서 어떤 평을 받아왔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 아니라, 사내 Network가 있는지, 만약 있다면 어디까지의 Network인지 구분하기 위한 용도가 큰 듯하다. 쉽게 말해 이 지원자가 혈연, 지연, 학연을 놓고 볼 때 서류 심사 시 한번 더 봐야 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도 있다는 얘기다. 몇 년 전 신문 기사인데, 00그룹 입사지원서에 임직원 지인을 적는 란이 있어 문제가 크게 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취준생들의 반응은 대다수 어이가 없었다는 평과 함께 '결국 지인란을 보고 낙하산만 뽑는 거 아니냐' 등의 아주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했으며, 이에 대해 해당 회사 측은 전부터 있어온 관례이고, 문제가 될 경우 해당 항목은 삭제하겠다고 했다 한다. 당시 그 기업 입사지원 항목 내 지인란에는 지인의 근무부서 및 직위까지 적게 되어 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최근 다시 확인해 보니 아직까지 그 항목은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기업의 채용 방식은 그 회사 나름대로의 원칙과 기준에 따라 정해지며, 그 회사가 지향하고 있는 인재상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 만약 임직원 중 지인이 있냐 없냐가 그 회사나 조직의 중요한 채용 판단 기준이라고 한다면 속으로는 아니 뭐 이딴 곳이 다 있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 줄 없는 사람은 지원하지도 말라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기업 혹은 조직에 대한 대외 이미지에 끼치는 영향까지 생각해 본다면, 과연 이런 항목 조사가 정말 기업 이미지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회사/조직은 개개인의 역량과 인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보고, 인재상에 맞는 우수 인재를 모집합니다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실제 지원자들이 그렇게 보고 있냐 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추천인/지인란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아무리 포장을 해봐도, 이 항목을 보고 고민해야 할 수많은 지원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공정/불공평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추천인란을 비워 두어도 되냐고? 만약 지원하는 회사의 입사지원서에 추천인란이나 지인란이 있을 경우, 지원서 작성하기 전 그 회사 채용 담당 부서에 연락해서 한번 확인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혹시 이 추천인란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만약 그 회사가 사내추천제도(Referral Recruiting제도, 사내 임직원이 추천하여 입사할 경우 별도의 인센티브를 추천한 임직원에게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서, double check을 하기 위함이라고 답변하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만약 제대로 된 답변이 없고, 선택사항이니 뭐니 하면서 은근슬쩍 넘어간다고 하면 사전에 기업 평판 등을 확인하고 재차 고민한 다음 지원서를 작성하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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