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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야
May 22. 2024
얼룩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노트 20240522
넘어진 가방 바닥으로 뭔가 줄줄 흐른다.
당황해서 집어드니 흐르던 것들이 사방으로 튄다.
텀블러에 남아 있던 커피다.
검은 액체가 주방 바닥에 싱크대 벽면에 냉장고에
바닥에 놓여 있던 장바구니에
사방팔방 안 튄 곳이 없다.
Accccccc ~~!!
줄줄 흐르는 커피처럼
내 입에서 짜증 섞인 말들이 새고 있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상황이 난감할 뿐이다.
꽉 잠겨지지 않은 텀블러 뚜껑이 날 빼꼼히 보고 있고
이 상황을 아이들도 보고 있다.
진정을 해야지 싶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본이 되어야 하니.
이 모습을 머릿속에 저장해 둘 아이들을 생각하니 정신이 든다.
바닥을 먼저 대충 닦는다.
그러다 해야지 해야지 미루던 냉장고 얼룩과 싱크대 얼룩이 생각났다.
매직블록을 꺼내 닦아낸다.
물티슈로는 끄덕도 안 하던 얼룩이 싸악 지워진다.
매직 블록이 지나간 자리가 깨끗해지니 기분이 좋아진다.
손자국이 늘 무늬처럼 있던 손잡이도 닦아낸다.
은빛 거울처럼 내 얼굴이 비친다.
이 모습을 우리 꼬맹이가 계속 보고 있었나 보다.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아이에게 방법을 알려줬더니 야무지게 잘한다.
그런 아이를 보며 멋쩍은 한마디.
"아빠 덕분에 냉장고가 깨끗해졌네.'
한참을 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말한다.
"엄마, 열심히 잘하네!!"
잘 잠기지 않은 텀블러 속 커피는 검을 얼룩을 만들었다.
그 얼룩을 계속 남겨 진하게 만들지
바로 지워낼지는 내 마음에 달렸다.
곧바로 닦아낸 얼룩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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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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