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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이야 May 21. 2024

동심(童心)에 동심(動心)

어린 마음에 감동하다. 20240521


놀이터는 정글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밝은 에너지가 가득 찬 곳.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놀이터는 정글과도 같다.

엄마들이 온갖 신경을 세우고 있어야 하는 곳.

학교가 끝나고 학원을 가기 전 짧은 시간

아이들이 갈 만한 곳은 놀이터가 전부이다.

많은 아이가 동시에 좁은 놀이터에 모이다 보니

안전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눈을 떼지 않는 편이다.

대부분의 엄마 그렇다.

하지만 아이가 격하게 놀아도 아무런 제재도 하지

그리고 혹여 예민하거나 상식 밖의 상황도 만날 있는

징글징글한 곳이라 엄마들에게 놀이터는 피곤한 곳이다.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땡볕 아래에서도 두 다리로 버텨내야 하는 곳.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요구하는 곳.

그래서 되도록 놀이터를 자주 가지는 않는 편이다.



축구 수업이 있는 날은 유일하게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 수 있는 날이다.

아이에게는 좋아하는 축구도 하고 끝나고서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신나는 날.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하고 와서도 볼이 뻘게진 것도 모르고 뛰어논다.

엄마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각자 시선은 아이에게 고정한다.

혹여 어린아이들과 부딪히거나 형들의 공에 맞을까, 위험한 놀이를 하지는 않나 살핀다.

놀이터에서 축구 친구들 외에도 반 친구도 만나니 더 신나서 뛰어다닌다.

그러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울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우리 아이가 저편에서 엉엉 울면서 걸어오고 친구들은 그 옆에 큰일이 일어난 양 함께한다.

덜컥 놀란 마음을 숨기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넘어졌단다.

다리를 보니 긁힌 부위가 꽤 넓고 피가 난다.

피를 보고 놀랐는지 엉엉 우는 것을 달래며 상처부위를 본다.

일단 물티슈로 닦아 내는데 겁이 있는 아이라 울음소리가 더 커진다.

그런 아이를 보며 옆에 있던 친구가 걱정 어린 눈으로 내내 바라보고 있다.

친구의 걱정 덕분이었을까,

"어이구~이렇게 잘 참아? 상남자네!" 하는 나의 말이 웃겼던 걸까.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깔깔깔 웃는다.

주위에 엄마들도 걱정하던 친구들도 어리둥절 다 웃는다.

지갑에 끼워 다니던 일회용 밴드가 없다.

아이들의 만병통치약!! 밴드 하나만 붙이면 심신 안정에 최고일 텐데.

하필 꼭 이럴 때 없다.

원래 재잘재잘 이야기를 잘하는 아이의 친구가 얘기를 한다.

"우리 집에 밴드 있잖아. 어딨어! 엄마?"

"00야 괜찮아?"

나도 아이를 보며 집에 가자고 하니 또 그건 싫다며 더 놀겠다고 한다.

그렇게 울음으로 시작된 작은 소동은 깔깔 웃음으로 끝난다.



다시 아이들의 놀이는 시작되고

엄마들도 눈은 아이들에게 고정한 채 수다를 시작한다.

그런데 아까 우리 아이를 걱정해 주던 친구가 보이질 않는다.

눈으로 몇 번을, 놀이터를 훑어도 보이지 않는다.

이름을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00 엄마, 00 안 보이는데?"

그러자 친구 엄마는 아이를 찾아 이곳저곳을 살핀다.

그러다 퍼뜩, 아까 아이의 말이 떠올랐다.

"혹시 00이 밴드 가지러 집에 간 거 아냐?"

"에이, 설마, 1학년이? 말도 없이?"

집이 바로 앞이긴 했지만, 한 번도 아이들이 혼자 집으로 가지는 않았던 터라

긴가민가하고 있는 사이, 저쪽에서 친구가 걸어온다.

어머나!! 한 손에는 반창고가 들려있다.

해맑게 웃으며 오는 아이를 보며 순간 울컥하며 코끝이 찌르르하다.

우리 아이를 위해 생각도 않고 바로 집으로 달려간 것이다.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에, 혼자 집에 가는 도전을 한 아이가 대견스러웠다.



아이들이 1학년이 되고 나서 학교에서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들려온다.

그런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될까, 아니면 거기에 혹시라도 상처받을까

잔뜩 예민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 소문들이 들릴 때마다 규칙들이나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말하고

또 말해준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어린 아이라 용납되던 것들도 초등생이란 이유로

이제는 불가한 것들도 많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엄마들도 아이들도 지치기도 하는 시기다.

그래, 아이들의 마음은 원래 이런 거지.

함께 노는 것이 즐겁고, 함께 웃는 것이 행복하고, 아프면 걱정하고.

날카롭게 세워져 있던 가시가 스르륵 눕혀지고

꽁꽁 묶여있던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다.

내 새끼를 위해서 달려갔다 와서 감동이 더한 지는 모르지만.

빠진 앞니 대신 잇몸을 드러내며 웃는 아이 친구의 모습이 햇살보다 더 환했다.

햇살이 내 마음의 그늘도 다 없애버렸다.



"00야, 내 너의 마음을 잊지 않으마, 이제 이모라고 부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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