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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이야 May 20. 2024

다산의 철학

함께 읽어요, 이 책  20240520


코로나가 창궐하던 그때쯤이었던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큰 글자로 된 <다산의 철학>을 만났다.

제목도 딱딱하고 무거워 보이는 책을,  앞부분을 읽다 반해서 대출 연장을 하면서 까지 읽었다.

시절도 우울한데 개인적으로도 힘든 일들이 많았던 때였다. 다산의 철학은  지친 내게 주는 다정하지만, 힘 있는 어른의 말처럼 여겨졌다.

기댈 곳 없던 마음에 평안을 주기도 했다.


이 책은 다산이 쓴 편지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한국고전번역원의 임자헌 번역위원이 원문 하나하나를 살피고 새롭게 번역하여 담아내고

윤성희 작가가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냈다. 

덕분에 다산의 편지는 읽기 쉽게 되어 있고 작가의 글은 마음에 쏙쏙 박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을 사랑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삶을 끌어안았던 다산의 신념

우리는 다산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정조의 총애를 받고, 수원화성을 설계하였으며, 다수의 유명 저서를 남긴 그를 우리는 조선 최고의 실학자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다산 정약용의 삶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9명의 자녀 중 6명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고, 70년이 넘는 인생에서 실제 벼슬을 했던 시간은 고작 11년 남짓이었다. 그 이후 다산은 18년의 유배 생활을 기약 없이 감내해야 했으며, 유배를 마친 이후에 다시 벼슬을 하지도 못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가꾸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다산의 모습은 우리에게 귀감이자 용기가 된다. 다산의 철학은 그의 삶이 수월했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었던 태도가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나갔던 신념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을 때,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갔던 다산의 말을 떠올려보자. “이 세상에 뜻을 둔 사람은 한때의 재난으로 끝내 청운의 꿈을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을 통해 전해지는 다산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에게 한 걸음 더 내딛을 힘이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서평)

                                                                                                      


주위에 조언을 얻을만한 어른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주변에는 없다.

내가 고민을 얘기하면 흔쾌히 들어주실 분들은 떠오르지만 사실 이런 감정을 나누는 것이 서툰 탓도 있다.

내 속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런 진지함 속에 있는 것이 좀 힘들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그런 대화를 나눠보지 못한 것이 큰 이유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옆에 큰 어른이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요즈음 한 번씩 이 책을 뒤적거린다.




소란하고 분주한 세상, 우리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필요하다!
다산이 올곧이 지켜온 철학에서 발견한 인생의 방향성
오늘날에도 유의미한 32가지 다산의 통찰을 만나다


빠르게 변화하며 끊임없는 요구를 쏟아내는 세상에서 우리는 부담과 혼란을 느끼며 살아간다.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에게 알맞은 속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나의 속도를 지키기는커녕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한 우리에게 이 책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다산의 철학을 보여준다. “마음을 놓고 염려하지 말고 천천히 세월을 기다리는 것이 합당한 도리이니(…)” 다산이 큰아들 학유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견한 이 문장은 우리보다 한참 앞서 달려가고 있는 시간을 따라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 마음을 위로한다. 저자는 정약용이 살았던 조선시대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그 사이의 접점을 포착하여 다산의 편지에 담긴 그의 철학을 현재의 시점에 알맞게 녹여냈다. ‘사는 게 버거울 때는 잠시 쉬어갈 것’, ‘꿈을 잃지 않되 현실에 충실할 것’ 등 저자가 현대적인 시각으로 발견해 낸 32가지의 실천 방향은 수많은 이야기가 쉬지 않고 오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잃지 않고 지켜낼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다산의 철학》에 담긴 다산의 위로와 공감, 조언의 목소리를 들어보길 바란다.

                                                                       (교보문고)

                                                                                                                        


다산의 정신을 풀이해 놓은 작가의 글 중에 밑줄을 그었던 말들이다.

어떠한 삶을 살든 '나'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 발은 현실에 딛고 이상을 좇으라고 그러면서도 절대 자신의 본질을 잊지 말라 한다.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했다

다산은 자기 앞에 닥친 엄청난 시련을 없앨 능력은 없었지만 시련을 절망이 아니라 딛고 일러설 발판으로 분류할 선택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깨어 준비하라고 강조한다.

'출발선'보다 '도착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정해져 있는 신분이나 환경은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말들이 용기를 줬고 단단해져야겠다는 의지를 주었다.

오늘은 '어떠한 삶을 살든 '나'를 잃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모든 선택은 내게 달렸다.'는 말을 마음에 품고 있으려 한다.


책의 일부분 살펴보시길.



책 속으로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출발선이 다르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출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착점이다. 내가 어떤 길을 만들며 지금 여기 머물고 있는지, 내가 도착할 종착지는 어디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출발선은 내가 그을 수 없지만 도착점은 내가 정할 수 있지 않은가? 세상의 길은 하나가 아니다. 길은 언제나 사람 수만큼 있고, 나는 나의 길을 만들 수 있다. 세상이 ‘이게 너의 한계’라고 말할 때마다 기억하자. 나는 내 삶의 영역을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으며, 내 인생의 지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걸.
- p.37-38, 내 인생의 길은 내가 정한다

다산은 윤종진이 늦둥이로 태어났기 때문에 몸이 약하고 체구가 작다고 생각했다. 부모가 나이 들어 낳은 자식이기에 부모의 좋은 기운을 마음껏 받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비록 몸집은 작아도 그의 정신과 마음은 거인과 같다며 제자를 추켜세웠다. 윤종진에게 고대 전설의 거인이었던 교여와 키가 10척이나 되었다고 전해지는 거 무패와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는 정신과 마음을 지녔다고 칭찬했다. 작고 가녀린 제자에게 키가 3미터가 넘는 거인과 비교해도 그 정신은 뒤지지 않는다며 격려한 것이다. 또, 스스로 작다는 생각을 버리고 뜻을 세우고 힘을 쏟아 큰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면 하늘도 작다는 이유로 덕을 이루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일렀다.
- p.66, 스스로 아름다움을 정의하자

우리는 다산이 살았던 때보다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일을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주변의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한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신경을 뾰족하게 세우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간다. ‘쉬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쉼을 선택하지 못한다. 언제나 ‘이것만 끝나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붙인다. 그러나 ‘이것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하나의 ‘이것만’이 끝나면, 꼬리를 물고 있던 다른 ‘이것만’이 따라오고, 그 뒤에 또 다른 ‘이것만’이 따라 들어온다. ‘이것만’들 사이에 강제로 쉼표를 넣지 않으면, 결코 멈춰 설 수 없는 이유다.
- p.90, 직진만 하지 말고 잠시 멈출 것

또 다산은 허름한 달동네에서 검소하게 생활했던 학자 안연과 전쟁이 일어나자 재산을 모두 털어 군비를 마련해 출정했다가 절개를 지키며 죽은 문천상은 사람들이 기리지만, 평생 부를 누리며 살았던 석승과 풍도는 모두가 비난한다고 적었다. 누군가에게 칭송을 받는 것은 ‘나의 괴로움’에서 시작되며, 누군가에게 손가락질받는 것은 ‘나의 즐거움’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기억하라는 뜻이었다.
- p.109, 배움을 통해 확장되는 세계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유는 ‘잘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살기 위해서’다.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다 보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후회로 점철된 삶이 아니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죽음을 준비하고 이야기한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얼마의 시간이 남아 있는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는 삶을 마감하게 될 것이고, 그때까지 삶을 누릴 자격은 충분하다. 그러니 내게 허락된 시간을 즐기며 언젠가 닥칠 죽음도 조금씩 준비해 보자. 살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태도는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나만의 비법이 될 것이다.
- p.140-141,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다산은 오랫동안 세상에 남을 책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속세에 있을 때 선배들이 쓴 책 중에 왜 어떤 글은 추앙을 받고, 어떤 글은 배척을 받는지 거듭 생각했다. 그러나 쉽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먼 길을 떠나와 홀로 머물며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에 그 이유를 깨달았다.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단정히 앉아 인형인 양 흐트러짐 없이 의젓하고 엄숙하게 지내는 생활 습관이 글에 녹아 나오는 것이라고, 그렇게 여러 사람에게 인정받고 이름을 오래오래 퍼뜨릴 수 있다고 말이다.
- p.194,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법

누군가의 은혜를 기대하지 말라던 다산은 이제 거꾸로 두 아들에게 주변을 살펴보면 여러 날 동안 밥을 짓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약간의 곡식이라도 나누어 그들은 구제했느냐고 묻는다. 나아가 눈 속에 쓰러진 사람에게 장작을 피워 따뜻한 온기를 나누었는지, 병들어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에게 약값을 보태어 주었는지, 가난한 노인이 있는 집에 찾아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넨 적 있는지, 근심 걱정이 쌓인 집에 가서 그들의 고통을 나누려고 노력한 적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 묻는다. 그 후,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않으면서 어떻게 남들이 너희에게 베풀 것을 기대할 수 있느냐며 혼쭐을 낸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렇게 베풀었으나 상대방이 돕지 않는다 해도 공치사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면 그동안 쌓았던 공덕이 재가 흩날리듯 날아가 버린다고 말이다.
- p.246-247, 주고 또 주는 삶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을 어린아이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자고로 ‘어른’은 울면 안 되고,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들 앞에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남들에게 꼿꼿했던 다산도 가족들에게는 슬프고 그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다른 이들에게 드러낼 수 없는 마음을 가족에게만은 솔직하게 표현하며 삶을 이어갔다. 그것이 혹독한 유배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나를 짓누르는 어떤 아픔을 견디고 있다면, 누군가 툭 치기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면 참지 말고 울어 보자. 슬플 때 슬프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아플 때 아프다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가 우리를 ‘사람처럼’ 살게 한다는 걸 믿으면서.
- p.265, 슬플 때는 슬퍼해도 괜찮다





※다산의 철학: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인문학 편지

    윤성희지음. 포르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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