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골마을에도 ‘가을’이 생겨나다
2022. 가을이 왔다.
4년 전, 8월 말에 아직 뜨거웠던 한국의 여름을 뒤로하고 도착한 이곳 Fort. st. John(BC. Canada)은 긴 팔이 필요할 만큼 서늘했고, 도착한 지 열흘 만에 소소하지만 ‘눈’이 왔다. 9월 초에 첫눈이 내리다니. 초록빛을 띠던 잔디 위로 내리던 하얀 눈은 초록빛이던 활엽수 나무들은 노란빛을 띨 새도 없이 나뭇잎을 떨궜다.
그나마도 달려있던 잎들도 세찬 바람에 금방 떨어져 버려서, 덕분에 우리는 단풍국이지만 ‘단풍이 없는’ 캐나다에서 그렇게 허둥지둥 첫겨울을 맞이했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아는 그 ‘단풍’은 적어도 여기 포센 존에는…없기는 하다.^^;) 한국에서는 필요하지 않던 방한복들을 9월 중순부터 부랴부랴 장만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다.
그런데 점점 첫눈이 내리는 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아마도 온난화의 영향일듯하다..ㅠㅠ- 작년부터 이곳 포센 존 나무들이 예쁜 색으로 물들어 낙엽이 길가에 흩날리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겨울이 춥고 긴 이 지역 특성상 활엽수보다는 침엽수가 더 많지만 타운 주변에는 제법 노랗게 물든 나뭇잎들을 볼 수 있다. (붉은색은 매우 드물다. 그것 역시, 수종의 다양성이 덜해서 그런 듯.)
화려해지는 나무들을 보는 시기가 길어져서인지, 내가 한 해 두 해 나이가 더 들어서인지.
뭔가 커피 향 짙은 감성이 들게 되는 요즘이다.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난 후유증으로 얼마간 웅크리고 있느라 덩달아 생각도 이래저래 많아지지만, 캐나다 시골 마을의 가을처럼 찰나로 지나가버릴 ‘오늘’을 생각하며 다시 슬슬 시동을 걸어 보려고 한다.
온난화든 뭐든.
일단. 오늘 내 눈과 마음을 보듬어주는 자연에게 감사하며.